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노동조합원들과 공모하여 연장근로를 집단 거부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인 B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C노동조합 D지부(이하 ‘D지부’라고 한다) E지회의 지회장이다.
D지부는 2010. 4. 30. 피해자 회사에 ‘조합 전임자 수 현행 유지,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현행 유지, 조합업무에 필요한 상근직원 채용 및 급여 지급,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유급인정,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해고자 복직, 기본급 8%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0년도 단체협약 요구안을 발송하여 노사교섭위원 상견례를 요청하면서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조전임자 문제를 같이 논의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요구안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반하여 인정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에 피해자 회사는 D지부의 단체협약 요구안이 위법한 요구사항이므로 위 요구안 중 노조전임자와 관련된 부분을 수정·철회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2010. 1. 27. 피해자 회사와 D지부 사이의 2009년 임금교섭 합의에 따라 노조전임자와 관련한 사항은 별도 논의하자는 입장을 수차례 통보하였다. 그러나 D지부는 2010년도 단체교섭에서 노조전임자 문제를 같이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하여 노·사간 교섭이 진행되지 아니하였다.
이에 D지부는 2010. 6. 14.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하였는데, 2010. 6. 24.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노·사간에 노동쟁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노·사간 성실히 교섭할 것을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하였다. 그러나 D지부는 2010. 6. 24. 20:30경부터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조합원 재적 대비 찬성율 65.4%로 쟁의행위 의결을 하였고, 2010. 6. 30. 광명시 F에 있는 G공장 생산교육센터에서 제1차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피해자 회사의 단체교섭 진행을 촉구하였으며, 2010. 7. 14. 위 G공장 노조교육장에서 제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2010. 7. 21.까지 D지부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가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 2010. 6. 말경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한 2010. 7.의 주·야간 각 2시간의 연장 근로를 즉각적으로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이와 같은 D지부의 방침을 지부쟁대 위 소식지 등을 통해 전 조합원에게 전달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D지부와 E지회 간부들 및 G공장 조합원 5,700여명과 공모하여, 2010. 7. 22. 17:30경부터 19:30경까지 위 G공장에서 예정된 2시간의 연장 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여 자동차 생산 작업을 중단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0. 7. 30. 19:30경까지 사이에 1일 05:30경부터 07:30, 17:30경부터 19:30경까지 예정된 각 2시간의 연장 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여 합계 28시간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중단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를 방해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에 의하여, C노동조합이 2010. 6. 14.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관하여 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어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노·사간 성실히 교섭할 것을 권고한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조합원 등과 공모하여 파업으로 나아간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사실들만으로는 위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할 수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① D지부는 2010. 6. 24.경 조합원 총회를 열어 쟁의행위를 결의한 다음 2010. 7. 14. “사용자 측에 다시 한 번 교섭을 촉구하고 같은 달 21일까지 입장 변화가 없을 시 8시간 정취근무를 하기로 한다.“라는 입장을 정하고 같은 달 15일 그 소식지인 ‘지부쟁대위소식’에 이러한 내용을 게재하였으며, 사용자인 피해자 회사 측에서도 이 내용을 즉시 파악하여 알고 있었던 점, ② 위 파업은 전면적인 것이 아니라 하루에 주·야간조 각 2시간씩 연장근무를 거부한 것이고 그 기간도 약 9일간으로 그다지 길지 않은 점, ③ 피해자 회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분이 월 생산계획량의 약 5%(= 1,176대 ÷ 25,000대)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파업이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고(형법 제314조 제1항), 여기에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 파업(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헌법 제33조 제1항). 그러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설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 회사는 2010. 7. 15.경 D지부 소식지 등을 통하여 피고인을 비롯한 노동조합원들이 연장근로를 거부할 것임을 알게 되자 그로부터 위 파업 개시일인 2010. 7. 22.까지 약 1주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측에 “불법파업(잔업거부)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하며 이를 강행할 시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묻겠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은 연장근로의 거부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보기 어렵고, 또한 이로 인하여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공소사실과 같은 연장근로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업무방해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민경화 이광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