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5. 12. 9. 선고 2015노3946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노조 측을 대변하여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할 의무가 있는 피고인이 사용자 측으로부터 임금협상 과정에서 임금 동결이나 삭감의 요구를 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피고인이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1)

관련 법리

배임수증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과 이와 관련되어 교부받거나 공여한 재물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사무처리자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8. 6. 9. 선고 96도837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2)

판단

검사는 피고인이 E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그 산하에 있는 D 지부와 사용자인 D 주식회사 경영진과의 임금·단체협상을 비롯한 각종 노사교섭 등이 진행될 때에 D 지부의 의견을 사용자 측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의견의 관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임무가 있고,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사용자 측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금전적 이익도 받아서는 아니 됨에도 사용자 측의 '2009년도 임금을 동결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1>을 받고 2009. 5. 22. 1억 5,000만 원을 취득하였다고 기소하였는바,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노사 간의 입금협상 과정에서 사측은 임금의 동결이나 삭감을, 노측은 임금의 인상 등을 요구하는 것은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당연한 요구사항에 해당하는 점, ② 2009년도 입금협상 과정에서 노조 측은 직급별 기본급 인상, 성과급 기본급 대비 200% 지급 등의 '2009년 임금협정안'을 만들어 임금협상에 임하였고, 사측은 경영현황 및 동종업계의 임금 동향 등을 설명하면서 임금동결을 제시하며 복지기금의 확대 의사를 표명하였던 점, ③ 당시 D 주식회사의 경우 2009년에는 'N' 등의 제품판매가 증가하여 일부 영업이익이 증가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 제조설비가 노후화되고, 물류창고의 증설이 필요하여 상당액의 투자가 요구되는 시기였던 것으로 보이고, 리베이트, 광고 문제 등으로 D에 대하여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고용불안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노사 간 임금협상에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사업장이 많이 증가하는 시기였던 점(동종의 제약업계 대부분은 임금 동결로 협상이 종료하였다), ④ 이와 같은 사정 하에서 노사 간의 2009년 입금협상이 2009. 5. 27.부터 2009. 7. 15.까지 총 4차례(회사와의 실무교섭은 총 13차례 이루어짐)에 걸쳐 이루어져, 결국 2009. 7. 15. 노사 간에 "1. 2009년 임금은 동결한다. 2. 사내근로복지기금 3억 원을 출연한다. 3. 2009년 하기 휴가비를 추가 지급한다. 4. 본 내용은 2009. 7. 31.까지 시행한다."는 합의서가 최종적으로 작성된 점, ⑤ 피고인을 포함한 노측 교섭위원 7인은 위와 같은 임금협상 과정에서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한 후 합의 결과에 대하여 조합원 보고회를 통해 조합원에게 보고한 점, ⑥ 한편 피고인이 사측으로부터 2009. 5. 22. 지급 받은 1억 5,000만 원은 2008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전임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사측이 노조전임자에게 지원하기로 한 지원금<2>으로, 위와 같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추가지원 약정에 대하여는 이후 조합원 보고회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린 점, ⑦ 피고인은 사측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이후에도 2009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임금동결이 아닌, 직급별 기본급 인상, 성과급 기본급 대비 200% 지급 등의 '2009년 임금협정안'을 만들어 임금협상에 임하여 위 ④항과 같은 임금협상 과정을 거친 점, ⑧ 위와 같은 임금협상 과정 및 피고인에 대한 지원금 1억 5,000만 원에 대한 사측의 실무책임자인 G도 2009년도 임금동결의 대가로 피고인에게 위 돈을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 측이 2009년도 임금협상 과정에서 임금의 동결을 요구하며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것을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 대한 지원금이 위와 같은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라고도 보기 어렵다.

나.

당심의 판단

피고인은 E노동조합 위원장으로서 그 산하에 있는 D 지부 소속 조합원 전체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 이러한 피고인이 2009. 5. 22.경 D 주식회사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은 회사로부터 임금·단체협상을 함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노력해달라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1억 5,000만의 지급은 2008년도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하면서 '노동조합 전임자의 처우에 관한 별도협약'을 통하여 약속된 사항인 점, 당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2항은 '노동조합의 전임자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 시행은 계속하여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무노동무임금원칙 관철을 둘러싸고 노사정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던 점, 당시 피고인은 노동조합 전임자여서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었던 점, 회사의 노동조합 전임자인 피고인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이 몰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원심에서 설시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1억 5,000만 원이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지급받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재남(재판장) 이지영 최영각

각주1) 검사는 2008년 노사 간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피고인이 사측에 노조전임자인 자신의 경제적 궁핍을 이유로 한 자금지원을 요청하자, 사측이 임금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는 피고인에 대한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나, 노사 간의 임금협상이 조기에 타결되는 것은 임금협상의 내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노사가 모두 원하는 바인 점, 2008년 노사 간의 임금협상에서 노측의 임금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진 점, 피고인에 대한 1억 5,000만 원의 지원합의는 피고인 개인이 아닌 노측이 사측에 요구하여 노조전임자인 피고인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로 보이고, 이후 피고인이 단체교섭결과를 보고하는 조합원 보고회에서 노조원에게 위 사측의 지원 약속을 알린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측이 임금협상의 조기타결을 노측에 요청한 것을 부정한 청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 지원 약속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도 보기 어렵다.

각주2) 사측은 피고인에게 위 지원금을 지급하기 전에 "K 분양물건(인천 남구 L 102호, 105호, 145호)을 담보로 무이자로 1억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상기금액의 지원기간은 K 물건의 법정분쟁이 해결되어 정상 운영될 때까지로 한다'는 자금지원합의서를 작성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사측으로부터 실제 지급받은 금원은 위 1억 5,000만 원에 대한 이자상당액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