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7. 5. 26. 선고 2016노4798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액수를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는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1)

피고인이 운영하는 합자회사 D(이하 '이 사건 택시회사'라고 한다)은 2010. 6. 10. 근로자들과 합의 하에 최저임금법 적용을 유보하기로 하면서 추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그 협의에 따라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을 2010. 7. 1.로 소급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다(이하 '변경된 취업규칙'이라고 한다). 그 이후 이 사건 택시회사는 2012. 4.경 근로자들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40분으로 단축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변경된 취업규칙과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여, 피고인이 2010. 7. 1.부터 2012. 3. 31.까지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소속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초과하는 액수를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최저임금법의 적용에 따라 대다수의 택시회사들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점, 이 사건 택시회사도 소속 근로자들의 기존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변경된 취업규칙은 근로자들에 대한 불이익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은 유효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이므로, 피고인은 종전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계산하여, 근로자들에게 이를 초과하는 액수를 임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액수만을 임금으로 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택시회사는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은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여 형식적·외형적으로만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이상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근로자들과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위와 같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임금협정을 체결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것이다.

(2)

아래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변경된 취업규칙은 소속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 내용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사회통례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사건 택시회사는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①

최저임금법의 시행일인 2010. 7. 1.에 임박한 2010. 6. 10.에야 비로소 취업규칙을 변경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②

이 사건 택시회사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됨에 따라 종전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계산할 경우 그 경제적인 부담이 과하다는 이유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③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인 5시간 20분과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인 3시간 40분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④

변경된 취업규칙은 소속 근로자들이 누리던 기득의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개정 과정,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절차 진행 여부, 근로자들과 임금협정 진행 과정 및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려는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택시회사의 근로자인 E, F, G, H에게 2010. 7.경부터 2012. 3.경까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만을 지급하였고, H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근로자들과는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유보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2013고정484 증거기록 120 ~ 121쪽, 2013고정1275 증거기록 46 ~ 47쪽 참조).

(2)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17542 판결, 대법원 1992. 4. 10. 선고 91다3752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2010. 6. 10.경 이 사건 택시회사에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었으므로, 이 사건 택시회사가 종전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의 개별적 동의가 아닌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택시회사가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당시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①

E, F, G은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근로자들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2010. 6. 22.자 합의서에 대해 모르고, 대다수의 근로자들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데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58, 71 ~ 72, 215쪽 참조).

②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근로자들 작성의 합의서에 의하면, 이 사건 택시회사가 2010. 6. 22.경 상시근로자 약 70명의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24명에게서 개별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 받았을 뿐이다(증거기록 86 ~ 109쪽 참조).

③

L은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2010. 6. 22. 이 사건 택시회사 소속 근로자 약 60명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이에 동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96 ~197쪽 참조). 그리고 피고인은 원심에서 L이 근로자 대표자격으로 2010. 6. 22. 이 사건 택시회사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한 사실이 있다는 근로자들 작성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210~ 211쪽 참조). 그러나 앞서 본 E, F, G의 원심에서의 진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 근로자 24명이 개별적으로 작성한 합의서만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L의 위 진술 및 위 사실확인서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그리고 설령 이 사건 택시회사가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당시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는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나아가 살피건대,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도 어렵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다만 원심판결문 제2면 6행의 '2014. 4.까지'는 '2014. 3.까지'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경정한다.

판사 김동규(재판장) 우상범 박진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