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고소인들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인은 퇴직급여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가사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고소인들이 근로자임을 인지하지 못하였으므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광주시 E에 있는 (주)F 대표로 상시근로자 60명을 사용하여 통신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0. 8. 1.경부터 2012. 12. 31.경까지 근로한 G에게 퇴직금 12,402,280원, 2010. 7. 1.부터 2012. 4. 15.까지 근로한 H에게 4,777,720원, 2009. 11. 1.부터 2012. 2. 15.까지 근로한 I에게 퇴직금 3,597,040원 등 근로자 3명에게 퇴직금 합계 20,777,04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고소인들은 (주)F(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과 위탁계약을 한 후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기본급 없이 설치건별로 수수료 형태로 급여를 받은 사실, 피고인 회사에서 고소인들과 같은 설치기사들의 근태를 관리하는 규정은 없었고, 피고인 회사가 고소인들을 위해 4대 보험을 가입하지도 않았으며, 작업도구나 작업 중 발생한 사고 처리 비용도 부담한 바 없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한편 ① 고소인들은 매일 오전 08:30경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도록 강제되었고, 피고인 회사가 정한 담당구역 및 업무지시에 따라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고, 고소인들 업무의 특성상 외근이 잦고, 출장지에서 업무가 종료되는 경우 회사로 복귀하지 않고 퇴근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고소인들은 현장에서 고객이 시간을 변경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피고인 회사가 사전에 배정한 스케줄에 따라 일하여야 하였고, 업무량도 평균적으로는 일정하여 업무시간인 18:00 이전에 퇴근이 가능한 적은 거의 없었던 보이고, 주말 근무도 피고인 회사에서 지시한 바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등 명문의 복무규정은 없으나, 사실상 고소인들에 대한 근태관리가 있었던 점, ② 고소인들은 현장에서 PDA를 통해 작업 완료 보고를 하였어야 하고, PDA로 작업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면으로라도 작업 보고를 하여야 하였던 점, ③ 고소인들은 피고인 회사의 지시에 따라 근무를 하였고, 근로기간 동안 임의로 근무를 거부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근로를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는 없었던 점, ④ 고소인들은 인터넷 등 설치 이외에 영업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기도 하였으나, 급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던 것은 아니고, 피고인 회사에서 정해준 설치 업무 처리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주된 수입원이었던 점, ⑤ 사업소득세원천징수나 기본급 유무, 4대 보험 가입, 작업 비용 부담 여부는 피고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한 점, ⑥ AS 기사들은 고소인 회사의 정직원인데, 설치 기사와 AS 기사의 업무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고소인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근로자성 여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심이 인정한 위 2. 나.항과 같은 사정에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고소인들과 같은 위탁설치기사들이 퇴근할 때에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피고인 회사의 팀장에게 보고한 후 퇴근하였던 점, ② 고소인들은 PDA가 도입되기 전에는 작업지시서를 받기 위하여, PDA가 도입된 이후로는 업무전달을 받고 작업도구를 챙기기 위하여 회사에 출근한 후 회사의 지시에 따라 외근을 하였던 점, ③ 위탁설치기사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작업도구는 케이블과 장비들인데 그 장비들은 피고인 회사 소유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고소인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여 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고의 여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고소인들은 피고인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후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피고인 회사가 고소인들을 위해 4대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아서 피고인으로서는 고소인들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식할 여지가 있었던 점, ② G은 2012. 12. 31., H은 2012. 4. 15., I은 2012. 2. 15.에 퇴직하였음에도 2014. 7. 22.에야 퇴직급여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2015. 1. 7.에야 이 사건 고소를 한 것으로 퇴직 당시에는 피고인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위 민사소송은 고소인들의 불출석으로 인하여 소취하간주로 종결되었고, 고소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2015. 3. 5.자로 확정된 점, ④ 고소인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피고인 회사 소속 위탁설치기사 O가 근로복지공단 서울서부지사에 업무상 재해를 이유로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위탁설치기사는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사업소득자라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고소인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피고인 회사가 고소인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민사적 채무를 부담함은 변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우(재판장) 정종건 민수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