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이 사건 범행의 경위, 피고인의 사업 및 재정상태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 및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판 단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도급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도급계약 이후 경제사정의 변화로 공사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으며(대법원 1997. 4. 11. 선고 97도249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경위와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2893 판결 참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의 주관적 요소인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12 판결 등 참조).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사전에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사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가 된 경우에,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의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서는 채무불이행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당하고, 위와 같은 경우에 사업경영자가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한 정도로 있다고 믿고, 성실하게 계약이행을 위한 노력을 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418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해자는 지인(피해자는 거래처 사장님이라 하고 있고, 피해자의 배우자로서 실제 거래실무를 담당한 H은 예전 직장 상사라 하고 있다)의 소개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D를 알게 되어 물건을 납품하게 되었는데, 납품을 시작하기 전에 피고인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하고 지인을 통해서 주문을 전달받고 납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재정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거래처라 이를 믿고 물건을 납품하였다. 납품한 물건에 대한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자 피해자가 결재 요청을 하였지만 피고인은 믿고 기다려 달라면서 꼭 결재를 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계속하여 외상으로 물건을 납품하여 주었다. 즉, 피해자와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피고인은 일반적인 거래행태를 보인 외에 적극적인 기망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납품받은 물품(자재)을 통상적인 제작·영업 활동에 이용하였다. 피고인이 비록 대금지급기한 무렵에 보유하고 있던 자금을 피해자에게 변제하는 데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그 대부분을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 회사의 운영비, 기존의 다른 상거래채권 등을 변제하는 데 사용하여 회사의 통상적인 운영 내용에 따라 지출하였다.
다만 피고인 회사의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고, 채무초과 상태로 대금 지급 능력이 없으면서도 피고인이 이를 숨기고 물품대금을 반드시 지급할 수 있을 것처럼 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는지와 관련하여, 계약 체결 당시의 피고인의 사업현황 및 재정상태에 대해 본다.
피고인과 공동으로 D를 운영하던 I는 수사기관에서 2013. 3.경에 피고인이 공장을 만들어서 직접 제조를 하겠다고 해서 E에 공장을 만들며 결별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결별한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직원들도 무리하게 많이 뽑고, 금액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서 사업자등록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기 이르렀다고 말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고가의 기계를 리스하여 구입하고 싶어 하였으나, I는 그 기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의견이 맞지 않아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여 동업계약을 해지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과 I는 2013. 7. 24. 동업해지확약서를 작성하여 동업관계를 해지하였다.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2013. 6.경까지는 회사의 영업성과가 흑자였고, 이에 2013. 4.경 설비대금이 1억 원이 넘는 기계를 계약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였는데, 2013. 9. 이후로 수주가 줄어서 매출액을 대부분 운영비로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회사는 2013년 상반기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면서 피고인이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5고정181호로 2015. 4. 2. 벌금 350만 원의 형을 선고받고, 같은 법원 2014고약15333호로 2014. 1. 2.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 위 판결문 및 약식명령문에 따르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한 것은 모두 2013. 8.경 이후부터이다. 회사 운영의 어려움으로 피고인 회사는 2014. 10.경 폐업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2014. 6. 13. 수원지방법원 2014하단3481, 2014하면3481호로 파산·면책 신청을 하였는데, 채권자들 및 채권액수가 매우 많았으나 대부분이 상거래대금이었다. 피해자와의 거래 개시 당시 피고인 회사는 사업시설을 구비하기 위한 금융채무, 물품대금채무 등이 상당수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이와 같은 채무로 인하여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지경에 있었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임금체불 및 폐업, 파산·면책은 모두 피해자와의 거래 개시 이후의 일로 피고인 회사가 매출의 급감으로 본격적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데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시작할 당시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 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근수(재판장) 이재찬 황성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