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4. 13. 선고 2017가합15792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6. 6. 1.부터 2017. 5. 1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03년경부터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 재직하면서 2005. 3. 25. 피고의 재경부분을 담당하는 전무이사로 선임되어 2008. 3. 14., 2011. 3. 22., 2014. 3. 25., 세 차례에 걸쳐 중임된 후 2016. 5. 31.경 퇴사한 사람이다.

나.

피고의 정관은 이사의 임기와 의무, 퇴직금 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4. 3. 25. 피고의 재무이사로서 중임됨에 따라 임기가 개시되어 연봉 8,400만 원(월 급여 700만 원)을 지급받던 중 임기만료일인 2017. 3. 25.로부터 10개월 전인 2016. 5. 31. 피고의 요구에 따라 퇴사하게 되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정관 제38조 제3항에 따라 잔여임기를 기준으로 한 연봉의 3배인 2억 1,000만 원(= 월 급여 700만 원 × 잔여임기 10개월 × 3)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원고는 피고의 재무담당 이사로 재직하며 한국산업은행 및 C 주식회사(이하 'C'라고 한다)와의 투자계약 체결을 주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가 부담하게 될 위험요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원고의 과오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 큰 손실이 초래되었고, 이에 원고가 책임을 통감하여 피고와 합의 하에 이사직에서 스스로 사임하기로 한 것일 뿐 피고가 원고를 강제로 해임한 것이 아니다.

2)

사임 합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원고는 한국산업은행 및 C의 투자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큰 경제적 손실을 입힘으로써 경영상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피고 회사의 중요한 경영현황표 보고의 누락, 환율관리의 해태, 근로기준법 위반, 직원들과의 잦은 불화 등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의 정관이 정하는 이사로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고 회사에 손실을 입힌 귀책사유가 있는바, 이는 정관 제38조 제3항 전문의 '이사가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과오를 범하거나 관계법령의 위반으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배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3)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 후문이 정하고 있는 배상규정은 이사의 퇴직이 자발적인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부당하고, 임기 중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서 이사를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도록 정한 상법 제382조 제1항, 제385조 제1항 본문의 취지에 반하여 주주총회의 이사 선임 또는 해임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효력이 없다.

4)

원고는 명목상 피고 회사의 이사일 뿐 실질적으로는 피고와의 사용·종속 관계에기하여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여 온 근로자이므로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의 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5)

원고는 2015. 5.경 피고 회사의 정관 개정 작업에 참여하여 정관 제38조 제3항의 배상금 지급조항을 삭제하기로 하였음에도 피고를 기망하여 위 조항을 그대로 남겨두었고, 위 배상금 조항의 존재를 알면서 피고로부터 퇴직연금 및 별도의 위로금까지 지급받았는바, 그로부터 약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위 정관 조항을 근거로 배상금 지급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하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

3.

판단

가.

원고와 피고와 합의하여 스스로 사임한 것인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 내지 9호증, 을 제2, 3,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 번호 각 포함)의 각 기재, 증인 D, E, F의 각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고는 2016. 4.경부터 재정상태의 악화를 이유로 회사 인원을 감축하기로 하고 경영진이 수차례에 걸쳐 구조조정을 위한 회의를 거친 뒤 원고, F, G 등 당시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이던 일부 임원들에게 사직을 권유하였고, 실제 그 무렵 상당수의 임직원들이 퇴사한 점, ② 원고는 2016. 5. 31. 피고 회사에 제출한 사직원의 사유 란에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라는 문구를 기재하여 제출하였는데 피고 대표이사 H이 사직원을 접수하면서 위 문구를 확인하였음에도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결재 처리한 점, ③ 원고가 한국산업은행 및 C로부터의 투자계약 업무에 일정 부분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해당 투자계약에서 비롯된 손실에 관하여 대내외적으로 경영상 책임을 져야할만한 위치나 상황에 놓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는 없고, 달리 원고가 생계유지 수단인 직장을 적절한 보상이나 대 책도 없이 임기 도중 자발적으로 그만둘 만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④ 원고가 2016년경부터 업무고충을 토로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원고에게 자발적으로 사임하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⑤ 피고의 직원감축 시점을 전후로 원고와 피고 대표이사 H 사이에 경영상 견해 대립 등으로 인한 갈등이 상당히 깊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이사 사임등기를 위한 인감제공을 거부하여 등기상 원고의 임 기만료 시점까지 임원등기의 변경절차를 취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바, 정황상 원고가 자발적으로 사임한 것으로 보기는 더욱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와의 합의에 기하여 스스로 사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요구에 따라 강제로 퇴사하게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

원고에게 경영상 과오 등 귀책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에게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 전문이 정하고 있는 귀책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가 한국산업은행 및 C로부터의 투자계약 업무로 인한 피고손실에 관하여 경영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같고, 그 외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경영상 중 대한 과오를 범하거나 정관이 정하고 있는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 후문이 무효인지 여부

원고가 자발적인 의사에 기하여 사임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자발적인 사임의 경우에도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위 정관 조항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아가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를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회사의 정관으로 임기 중 사임 내지 해임된 이사에 대하여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것을 두고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 회사의 규모, 임원의 수와 임기 및 급여, 배상액 산정 기준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위 정관 제38조 제3항 후문의 규정이 상법 제382조제1항, 385조 제1항 본문이 정하고 있는 주주총회의 이사 해임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서 효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원고가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의 적용대상인지 여부

위에서 든 증거들과 인정사실 및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재경부분을 담당하는 전무이사로서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을 비롯한 '이사' 편의 적용대상인 이사임이 명백하고, 원고가 명목상 이사로서 그 실질은 근로자에 불과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이 사건 배상금 지급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

을 제16, 17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정관의 개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피고 정관 제38조 제3항을 삭제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남겨두어 피고를 기망하였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한편 위 배상금 규정은 원고가 퇴사 당시 지급받은퇴직연금 및 1개월 분의 위로금과는 별개로 임기 중 해임된 이사가 지급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것인바, 이 사건 배상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바.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정관 제38조 제3항 후문에 따른 배상금 2억 1,000만 원(= 월 급여 700만 원 × 잔여임기 10개월 × 3배)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 다음날인 2016. 6.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7. 5. 12.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빈(재판장) 강성진 박민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