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1996년경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새로이 고안·설계된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성시 일대에 이른바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E연구소를 설립하였다. E연구소에는 약 1만여 명에 달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은 ① 인사, 총무 등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② 제품기획, 디자인, 설계,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직, ③ 시험운전, 장비점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직으로 구분된다. E연구소 내에서 근무하는 1만여 명의 근로자들 중 연구직 직군의 근로자는 8,560여명에 달한다.
원고들은 소외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 소속 근로자였던 자들로서 2009. 1.경부터 E연구소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콜센터 상담업무(이하 '이 사건 상담업무'라고 한다)를 담당하다가 2017. 12. 31. 각 퇴사하였다.
피고는 2009. 1.경 F과 사이에 G콜센터 운영 업무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현재까지 위 계약이 자동 연장되어 왔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은 피고의 E연구소에서 콜센터 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에서 피고에게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라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여부
관련 법리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판단
다양한 부분과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근로관계의 실질은 같은 사업장에서도 업체별로 다를 수 있고 같은 협력업체 내에서도 담당 업무와 기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데, 위 인정사실에다가 갑 제6 내지 25호증 및 을 제3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H, I의 각 증언, 이 법원의 F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 및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업무내용의 면
이 사건 상담업무는 E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피고 직원들의 문의에 응대하고 이에 답변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E연구소의 식당 메뉴 안내, 버스 노선도 및 운영시간 안내, 학자금 지원안내, 체육시설 및 각종 시설에 대한 안내, 연구소 출입시 필요한 절차에 대한 안내, 연구소 내 인사·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의 안내, 연구소 생활 관련 불편사항 및 불만사항 접수시 관련 부서에 전달, 각종 서류 발급과 관련된 업무 등으로 피고의 E연구소 내 각종 생활안내 및 복지후생 등에 필요한 절차, 방법 등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 사건 상담업무는 대체로 이 사건 위탁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는 F이 담당하는 업무를 앞서 본 2017. 4. 13.자 업무위탁계약서 제3조(위탁업무의 내용 및 범위) 내용과 같이 '① 경조사, 학자금, 증명서발급 등 총무팀 업무안내, ② 시설공사, 출입보안시스템, 사원증 지급, 직원 및 협력사 보안관리, 교육예산, 연수원 정보제공, ③ 연구개발시설, 보안운영, 교육팀 업무에 대한 절차 및 방법 등 불편사항 접수 및 처리 안내, ④ 그 외 지원사업부의 업무 안내'로 정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상담업무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E연구소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연구직 근로자이다. 이 사건 상담업무가 피고의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상담업무와 E연구소의 주요 업무인 연구·개발 업무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업무수행의 면
F은 피고로부터 E연구소 내 통합지원건물 2층을 콜센터 업무를 위한 사무실로 임차하였고, 원고들은 위 사무실에서 근무하였는데, 위 사무실은 피고의 다른 부서들과 독립된 업무공간으로 별도의 출입증 리딩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피고의 출입증으로는 출입할 수 없었다.
원고들은 전화나 사내 메신저인 J를 통하여 피고의 직원들로부터 앞서 살펴본 문의사항 등을 접수받고 이를 처리하였고, 피고의 업무용 전산시스템인 'K'의 계정을 배정받아 위 시스템을 통해 업무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었는데, 위 'K' 계정은 E 연구소 뿐만 아니라 피고의 본사 및 각 공장 등에서도 협업이 필요한 모든 협력업체에 업무협조를 위하여 제공된 시스템이고, J의 경우 민원인에 대한 회신 및 연락처 확인 등을 위하여 업무상 필요에 따라 메신저 기능에 한정하여 제공되었다. 한편, 피고의 직원들이 이 사건 상담업무를 대체하여 수행한 사실은 없다.
F은 원고 A를 현장관리자(센터장)로 선임하였고, 원고들의 출퇴근 여부, 휴가 사용, 근무태도 점검 등의 근태관리를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원고 A가 다른 원고들에 대한 근태현황을 취합하고, 콜센터 운영현황을 F에게 보고하였으며, F은 콜센터 업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거나 내부 교육팀을 통하여 콜센터 콜을 청취하여 상담이 정확하고 친절하게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의 직원인 I에게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I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상담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고, I는 피고의 연구개발복지지원팀 소속 직원으로서 콜센터 운영과 관련하여 도급계약 체결 및 도급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제공, 콜센터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사항 접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도급인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는 범위 내에서 수급인 또는 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에게 적정한 지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도급목적 지시에는 수급인이 수행하는 도급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검수·확인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한데, 이 사건 상담업무는 급부의 목적이나 대상이 노무제공 그 자체로서 노무도급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에게 전달되는 사항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위탁업무의 수행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검수·확인하는 수준의 업무연락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업무수행의 대가산정의 면
피고와 F 사이의 위탁수수료 산출기준에 관하여, 2010. 1. 1.자 위탁계약서에 의하면, 관리자와 상담사를 구분하여 관리자 1명에 대한 도급단가는 2,657,000원(220시간), 상담사 2명에 대한 도급단가는 2,046,000원(194시간)으로 각 정하여 위 도급단가 기준에 따라 정산하는 것으로 정하였고, 2017. 4. 13.자 업무위탁계약서에 의하면, 위탁수수료를 정액인 7,737,705원으로 정하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9. 1.경부터 2016. 12. 31.까지는 위탁수수료가 근로자의 기준 시급 등 임금에 따라 결정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가치 평가와 성과 산정 면에서 일의 완성 여부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고 일정한 기간 업무가 반복되며 노무 제공에 중점을 둔 이 사건 상담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밖의 사정들
이 사건 상담업무는 민원인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여야 하는 서비스로 단순한 업무를 반복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원활한 콜센터 업무수행을 위하여는 전화예절, 민원응대방법, 불만고객응대방법, 커뮤니케이션스킬 등이 필요하고 F은 이러한 내용의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담업무에 기술력이나 전문성이 없다고 볼 것도 아니다.
피고는 F과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콜센터를 개소하기 전 15일 동안 원고들을 상대로 총무, 후생, 안전, 차량, 관재, 기획 등 각 부서별 업무에 관한 교육을 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위 교육은 콜센터가 개소되기 전에 한차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상담업무는 피고의 직원들에게 피고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바, 위 업무의 특성상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교육 내지 정보제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상담업무에 필요한 각종 설비, 물품 등을 원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지만, 이는 이 사건 상담업무의 원활한 진행과 협조를 위해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도급에서도 도급인이 재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민법 제669조).
F은 2006. 9.경 설립되어 현재까지 공공기관, 금융, 유통, 통신, 방송, 제조 등 300개사를 대상으로 콜센터,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상시 근로자 약 5,6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7년 매출액이 1,400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다. 또한 콜센터 사업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체적으로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고, 상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관련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 및 최적의 전산 환경을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완비하는 등 독자적인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소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바,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기철(재판장) 김태균 박성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