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하여 구속됨으로써 회사의 수주 등에 불리한 영향을 끼쳤고, 이로 인해 회사의 사정이 악화되어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체불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임금 등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화성시 D에 있는 회생법인인 주식회사 E의 공동관리인 중 1인으로 상시 4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제조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피고인은 2010. 9. 8.경부터 2015. 10. 31.경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F의 임금 합계 23,339,521원, 휴업수당 합계 33,228,087원, 퇴직금 16,841,949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12명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 총 합계 630,023,916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우선 원심은 아래와 같은 관련 법리를 설시하였다.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등 참조),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그 후 원심은,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주식회사 E(이하 '회생회사'라 한다)의 관리인으로 매출의 회복 및 신규 투자의 유치 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사정이 있었으며, 이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회생회사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 평균 170%를 상회하는 추세로 매출이 증가하다가, 2009년 신공장 준공에 따른 부채의 증가와 이 시기에 맞물린 주요거래처의 부도로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여 유동성 악화와 매출 급감으로 2010. 7. 16. 회생절차 개시결정에 이르렀다.
피고인은 회생회사의 회생개시 전부터 대표이사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지위에 있기는 하였다. 그런데 회생회사가 회생신청을 하기 이전에는 임금이나 퇴직금이 체불된 예가 있었다는 사정을 엿볼 수 없다.
피고인이 회생절차개시결정과 동시에 공동관리인 중 1인으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2013. 11. 26.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전인 2010년 3월경 분식회계장부 등을 제공하여 희생되기 전 주식회사 E으로 50억 원의 투자금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징역 3년의 형을 선고받아 구속되었다.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구속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회생 개시 전의 행위였고, 주식회사 E의 입장에서는 당시 유동자금이 추가로 확보되는 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
피고인의 구속으로 영업에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2014년 2월 이전에는 임금이나 퇴직금이 체불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 2012년 3/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생계획 목표 대비 매출달성률 16. 8%에 불과하였음에도 회생 개시 시점에 7억 6027만 원에 달하던 임금 채권 중 6억 5392만 원 상당을 상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4/4분기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4/4분기를 기준으로 2012년 대비 매출이 21%나 감소하였고, 회생계획 목표 대비 매출은 14%에 그치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2013년에도 임금의 대부분이 지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회생회사의 경영난은 가중되어 2014. 7. 17.부터는 휴업에 돌입하게 된다.
피고인이 회생기간 동안 30억 원 상당의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2012년),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고자 노력하였으며(2013년), 주식회사 조이너스, 주식회사 지아이 등에서 주식 인수의 M&A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2014년)으로 보인다. 그러나 M&A 방식의 자금 조달은 2015년 4월경 보통주 발행 방식으로 10억 원 정도만 이루어 졌을 뿐 추가 투자가 결국 무산되었다.
피고인은 회생회사의 회생을 위하여 자신의 재산까지 일부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회생회사에 대하여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2015. 11. 3.자로 회생절차 폐지결정이, 2015. 12. 7.에 파산개시결정이 각 이루어졌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심 설시의 사정들에다가,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회생회사의 공동관리인이었던 V는 원심법정에서 자신과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회사의 자금 사정, 회생절차 진행 상황, 투자 유치 상황 등을 직원들에게 설명하였으며, 당시 근로자 7명이 이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회생회사의 직원이었던 L은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2014. 4.경 회사에 복귀한 후 직원 전체를 상대로 회사의 자금 및 수주의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고 휴업을 고지하였으며, 이직을 권고한 사실도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바, 이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아무런 협의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채 만연히 임금 등을 체불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회생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함으로써 피고인 자신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기도 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회생절차가 진행될 당시 법원에 체불임금 지급의 허가를 요청하거나, 파산절차 개시 후 파산관재인에게도 체불임금 지급을 요청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회생회사의 파산재단은 2017. 6. 29. 기준 약 15억 원의 금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구속되게 된 범죄행위는 회생절차 개시 전에 있었던 것이고, 회생회사로서는 당시 유동자금이 추가로 확보되는 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을 보태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원근(재판장) 김유경 최승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