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공사현장 인부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사정이 어려웠음에도 피해자와 가설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점, 당시 피고인은 적자가 발생한 공사현장의 비용을 다른 공사현장의 공사대금으로 상계처리하는 등 돌려막기 형태로 공사현장을 운영하였던 점, 피고인이 약 5억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에게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임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지급받은 공사대금 중 일부를 피고인 개인의 신용카드대금으로 사용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하여 사용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임대료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피해자로부터 가설재를 임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판결의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 80시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O'이라는 상호로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7. 31. 피해자 P이 운영하는 화성시 Q에 있는 'R'에서 피해자에게 "내가 공사를 하고 있는 시흥시 S 등 5개의 현장에 건축가설재를 대여해 주면 공사비를 받는 대로 즉시 공정률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처음부터 자본금이 전혀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수주하여 시작한 데다가 적자가 발생한 기존 공사현장 비용을 다른 공사현장 대금으로 상계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해오던 상태였으며 현장인부들 관리도 부실하여 적자공사마저 예상되는 등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으므로 건축주로부터 공사비를 받더라도 피해자에게 공정률에 따라 가설재 대여비를 지급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7. 31.부터 2017. 9. 20.까지 시흥시 S 공사현장에서 건축 가설재를 대여받고도 그 대금 1,5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2와 같이 5개의 공사현장에서 건축가설재를 대여받고도 그 대금 합계 68,775,000원 상당을 지불하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각 가설재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2017. 7. 12.부터 2017. 8. 17.까지 사이에 T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철근콘크리트공사를 하도급을 받아 다섯 곳의 공사현장에서 실제로 공사를 하였고, 피고인이 수급한 공사를 전부 마치지는 못하였으나, 2017. 11.까지는 공사를 진행하여 상당한 공정에 이르기까지 공사를 계속하였다.
피고인이 제출한 계좌거래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이 2017. 7. 12.부터 2017. 9. 8.까지 약 1억 5,0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았고, 그 중 상당 금액은 공사를 위하여 사용되었다. 그 중 일부가 피고인의 신용카드 대금 등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 규모가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유동성 부족을 겪는 사업체에서 적지 않게 벌어질 뿐만 아니라, 카드 대금의 사용처가 위 공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2017년 추석(2017. 10. 4.) 즈음에 이를 때까지 별문제 없이 공사가 진행되었으나 그 무렵 인건비가 예상보다 현저히 많이 발생한 것을 알고 2017. 11.경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주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실제로 2017. 9.까지 발생한 인건비는 대부분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에게도 자재비로 1,500만 원에서 1,600만 원 가량이 지급되었다.
피고인이 공정률에 따라 가설재 임대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였다가 이를 지키지 못한 것 이외에 특별히 피해자를 기망한 사정을 엿볼 수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다 마치지 못하고 잠적한 후에도 자재를 빼돌리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바로 인출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이 당시 유동성 부족 상태에 있었기는 하나, 단기간 내에 상당 규모의하도급 계약을 도급받아 유동성 부족 상태를 회복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믿었고, 실제로 위 공사를 수행하여 피해자와의 계약이행을 위하여 노력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공사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가설재를 받을 시점부터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단의 근거로 든 사실과 사정이 인정되고, 여기에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가설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었던 것은 아닌 점, ② 피고인이 체납한 부가가치세는 2017. 11. 27. 당시 11,529,890원으로, 피고인이 진행한 공사규모에 비하여 그리 많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피고인은 피고인이 진행한 다섯 곳의 공사와 관련하여 2017. 9. 9. 이후에도 도급인으로부터 수령한 공사대금 대부분을 자재비나 인건비 등 공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설재 임대료 68,775,000원 중 5,000만 원 이상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나, 이는 수령한 공사대금을 인건비 등 급한 곳에 먼저 사용한 것 때문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설재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한 것은 예상보다 많이 발생한 인건비가 주된 원인인데, 이는 피고인이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곳의 공사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은 가설재 임대차 계약 체결 이후 새로이 발생한 사정인 점까지 더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피고인의 기망행위나 편취의 의사에 관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지급하지 못한 임금이 합계 1억 3,954만 원에 이르는 점, 당심까지도 근로자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공사현장을 두고 도주한 점 등은 인정되나, 원심 역시 위와 같은 양형사유들을 모두 고려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판결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식(재판장) 김태진 김회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