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7. 24. 선고 2019노6054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피해자 회사 소유의 E 승용차와 노트북 1대(이하 '이 사건 승용차 등'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불법영득의사가 없었고, 이 사건 승용차 등을 반환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 주장의 요지

㉮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 회사가 C과 체결한 경영자문계약(이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이라고 한다)을 부당하게 해지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 또는 횡령의 범의가 없었다. ㉯ 위 경영자문계약은 실질적으로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 사이의 근로계약이었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였다. 그런데 피해자 회사가 위 경영자문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한 것은 피고인에 대한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해지의 부당성 주장(㉮)에 관한 판단

1)

횡령죄에 있어서의 이른바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반환을 거부한 자의 주관적 판단이 객관적으로 보아 심히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사회통념상 인정될 수 있다면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824 판결 등 참조). 한편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그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당해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의 일방이 그 계약상의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계약관계를 막바로 해지함으로써 그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5948 판결).

2)

살피건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의 신뢰관계는 피고인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상의 의무 위반에 기인하여 파괴되었고,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은 피해자 회사의 2017. 12. 12.경 해지 통보로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며, 그 적법성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 및 횡령의 범의가 인정된다.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인 F과 공동대표인 I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피해자 회사는 I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주주총회를 2017. 9. 14.에 소집하였다. 이에 대하여 I은 2017. 9. 7.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피해자 회사와 F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위 임시주주총회의 개최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2017카합10079)하였고, 위 법원은 2017. 9. 13.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2017. 9. 14.자 임시주주총회에서 I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의 직에서 해임하였다.

②

피고인은 위와 같은 피해자 회사에 대한 I과 F의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하여 F의 부탁을 받아 피해자 회사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해주기로 하고 2017. 9.경부터 2017. 11. 중순경까지 피해자 회사에서 경영사장으로 근무하였고, 그 무렵부터 F의 승낙 하에 이 사건 승용차 등을 피해자 회사로부터 받아 사용하였다.

이 사건 승용차는 I이 타고 다니던 것이다.

③

피해자 회사는 2017. 10. 1.경 피고인의 요청으로 위 경영컨설팅에 관하여 C 대표 J 사이와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하였는데, C은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업체이고 J는 피고인의 배우자이다.

④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해자 회사는 C로부터 경영자문을 제공받기로 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다(자문용역 업무 수행에 관한 수수료는 피해자 회사가 매월 15,755,000원을 지급하고 지급방법은 C이 지정하는 계좌에 피해자 회사 명의로 입금하고 이에 따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법). 자문용역의 범위는 1. 경영권 안정화에 대한 업무, 2. 금융기관 등의 의견조율 등 자문, 3. 임직원 회계, 자금, 인사, 영업, 생산관리에 대한 총괄 업무, 4. 기타 피해자 회사의 사업수행을 위한 필요한 업무지원이다. 계약기간은 계약체결일로부터 양 당사자가 계약 종료에 대한 상호 동의하는 시점까지이고, 피고인의 경영자문 업무 중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⑤

피고인은 2017. 11. 10.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에 의한 월 자문료에 부가가치세액을 가산한 17,325,000원을 지급받고도 2017. 11. 13. 컨설팅비 3개월분 선수금 명목으로 51,975,000원을 재차 송금받았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이 위 돈을 무단으로 이체하여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승낙을 받고 가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위와 같은 고액의 자문료 선지급 경위에 대해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 사이에 다툼이 있다.

⑥

또한 피고인은 F에게 자신이 I으로부터 피해자 회사 주식 50%를 인수한 주주임을 주장하며, 2017. 12. 2. "F아 깊이 많이 생각해봤다. 그런데 네가 착각을 엄청나게 하는 거 같아. 난 50% 주식을 가진 주주야. (생략) 주식을 돈 주고 인수한 합법적 주주. 그런데 네가 너무 막 하는 거 같아 뿔따구가 나네. 대표이사? 얼마나 한다고. 나한테 명분 주지 마라. 내가 예의 지킬 때 잘해야지 내가 욱해서 돌아버리면 너 많이 불행해져. (생략) 입장 빨리 정해라. 오래 못 기다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2018. 1. 3. "너는 참 답답하다. 왜 네 와이프를 고소하게 만드니. (생략) 고맙다. 명분 줘서. 빨리 배임한 돈이나 채워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다.

⑦

피해자 회사는 2017. 12. 12. 피고인에게 "피해자 회사 경영권 분쟁의 일방 당사자로서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와 분쟁 상태에 있던 주주 지분을 피고인이 직접 매수 후 대표이사에게 경영권 이전을 요구하는 등 이 사건 경영자문 계약이 정한 용역범위를 벗어나 회사의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제8조 제2항 및 상호 신뢰의 중대한 훼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⑧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통보 이후 이 사건 승용차 등을 반환하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자동차인도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2018가단60826(본소), 2018가단72072(반소)]을 받은 이후인 2019. 2. 1.경에야 이 사건 승용차 등을 피해자 회사에 반환하였다.

⑨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위와 같은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해지통보 이후에도 피해자 회사, F 또는 F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를 상대로 한 민·형사상 사건(예컨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카합10118 주주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같은법원 2017가합10821 주주총회결의무효확인 사건, 같은 법원 2018가합50063 회계장부 및 서류 열람등사 가처분 사건 등)에서 피해자 회사, F 또는 F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 등에게 불리한 신청 또는 진술을 하였다. 또한 피고인과 G(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피해자 회사의 고소대리인) 사이의 녹취록과 피고인과 F 사이의 녹취록이 피해자 회사 또는 F을 상대로 한 민·형사상 사건에 제출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⑥항에서 본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경영사장으로 근무하면서도 F을 압박하여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편에 가담하였거나 이를 도아 왔던 것으로 보인다.

⑩

이 사건 계약서에 피고인이 수행할 자문 용역의 범위에 '경영권 안정화에 대한 업무'가 제일 먼저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 회사는 F과 I 사이에 지분 관계 및 경영권에 관한 다툼이 격화되는 상황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상 피고인의 주된 의무는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의 격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인이 위와 같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특별히 노력을 한 것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는 반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체결 이후 오히려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더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⑪

앞에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해지 통보를 한 2017. 12. 12. 경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에 따라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의 격화를 방지하는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은 피해자 회사의 위 통지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⑫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상 의무위반은 피고인이 단순히 자신의 의무를 해태한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 가담하여 그것을 더 심화시킨 것에 기인하므로,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가 적법하고 그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은 피고인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고 봄이 옳다.

⑬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해지가 적법하고 거기에 다툼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의 해지가 적법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해지의 적법여부는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서 누가 적법한 대표이사가 되어야 하는 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을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해지통보 당시 피해자 회사의 적법한 대표이사로 누가 될 것인지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다수의 민·형사상 사건이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그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선해하더라도, 그와 같은 점은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 해지의 적법여부와는 별개의 것으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 등의 반환을 거부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인의 근로자성 주장(㉯)에 관한 판단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본 사실 및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에 따라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의 격화를 방지를 위하여 피해자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고,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은 도급 또는 위임 계약의 일종으로 보일 뿐, 그것이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이라거나,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로서 일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의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상 주된 임무는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 안정화에 대한 업무 또는 경영권 분쟁의 격화를 방지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위 임무를 맡게 된 것은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F 및 그와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I 등과의 인적관계에 기인한 것이고, 피해자 회사의 경영권이 안정화되면 피고인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서 근무하면서도 피해자 회사의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회사 또는 F으로부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감독을 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의 요청으로 2017. 10. 1.경 피해자 회사와 C 대표 J 사이에 이 사건 경영자문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위와 같은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상의 근로자에게 있어 매우 이례적이다.

④

피고인이 받아간 자문료에서 근로소득세 등이 원천징수되지도 않았고, 피고인을 위하여 4대 보험이 가입되지도 않았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이 사건 횡령품인 고급 승용차와 노트북 1대를 제공받았는데, 이 역시 통상의 근로자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위 승용차는 피해자 회사의 공동대표이사였던 I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에서도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들과 불리한 정상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고,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은 없다. 그 밖에 원심 및 당심의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의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일(재판장) 김태균 김경인

각주1) 위 판결은 2020. 7. 현재 수원지방법원에 항소심(2019나56333)이 계속중이다.

각주2) 이 사건 승용차는 반환하였고, 노트북은 그 시가 상당의 금액을 피해자 회사에 지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