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20고단2036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B’ 센터장으로서 위 시설의 사업주이고, C은 위 센터의 근로자로서 사회적 경제지원실 기반조성팀장이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등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C이 직장 내 상급자인 사회적경제지원실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을 신고하였음에도, 2018. 10. 30.경 오히려 위 C에게 다른 부서로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이에 위 C이 위 인사조치를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2018. 11. 6.경 위 C의 의사에 반하여 그를 위 센터의 경영지원실로 발령하는 등 인사조치 하였다.

2.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의 상급자인 경제지원실장이 C을 비하하는 말(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고 한다)을 한 사실, 이에 C은 2018. 10. 30. 센터장인 피고인에게 이 사건 발언에 대한 신고를 한 사실, C이 피고인에게 경제지원실장과의 근무지 분리를 요구하면서 경제지원실장의 인사조치를 요구한 사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C에게 경영지원실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C이 이를 거부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2018. 11. 6.경 경제지원실장이 아닌 위 C를 경영지원실로 발령하는 인사조치(이하 ‘이 사건 인사조치’라 한다)를 한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인바(대법원 2006. 5.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을 통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C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인사조치를 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가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 등을 느끼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제3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제4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제5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인사조치가 있었던 시기는 위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이었고, 경제지원실장은 성희롱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경제지원실장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근무장소를 변경하게 하는 등 위 제4, 5항에 따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위 제3항에 따른 조치로서 ‘피해근로자등’에 해당하는 C에게 근무장소를 변경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C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②

C의 이 법정에서의 일부 진술[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자신에게 근무장소 변경을 하도록 설득하던 D에게 (마지못해)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도움을 주었던 노동조합 임원들의 2018. 11. 6.자 댓글 게시내용(피고인의 변호인이 제출한 증 제2호 참고), C이 이 사건 인사조치 이후 그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및 D의 지속적인 설득에 C이 마지못해나마 이 사건 인사조치를 수긍하기로 하고, D에게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인사조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전혀 표시한 적 없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일부 진술은 믿을 수 없다).

③

C이 D에게 한 이 사건 인사조치에 대한 동의의 의사표시가 C의 진의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D는 C의 그러한 의사표시를 진의에 따른 것으로 오인하였을 수 있다.

설사 D가 C의 그 의사표시가 진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D가 피고인에게 ‘C이 이 사건 인사조치에 동의하였다’는 결과만을 전달한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 및 D의 설득 끝에 C이 이 사건 인사조치에 동의하였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④

C이 이 사건 발언에 대하여 성희롱 혐의로 신고를 하고 매우 적극적으로 그에 대한 조치를 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인사조치가 C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이 사건 인사조치를 강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봄이 경험칙상 타당하다.

⑤

피고인은 이 사건 인사조치 이후 위 법률 제3항에 따라 C에게 장기간의 유급휴가를 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김택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