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 등 관계자들의 지위
원고는 토목, 건축 등을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른 '토목건축공사업' 등록을 마쳤다.
원고는 B 주식회사, C 주식회사로부터 김포시 D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공사(이하'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은 다음, 위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에게 하도급 주었으며, 이에 따라 E이 2017. 8.경부터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였다.
F은 이 사건 공사의 원고 소속 현장소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고, G은 E 소속 하도급공사 현장소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근로자들의 사망 사고
E은 2017. 11. 중순경부터 날씨가 추워지자 콘크리트 타설작업 후 열풍기 등을 사용하여 콘크리트 양생작업을 실시하였다. E은 2017. 12. 16. 13:00경까지 이 사건 공사 현장 H블럭 부대시설 지하층(이하 '이 사건 사고 장소'라 한다)에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마치고, 이 사건 사고 장소 바닥에 8시간 동안 연소가 지속되는 1회용 숯불난로(실제 연료는 무연탄이다) 4개를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보온·양생하도록 하였다.
그러던 중 2017. 12. 16. 21:30경 E 소속 근로자인 I, J(이하 '피해 근로자들'이라 한다)가 G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사고 장소로 들어가 미사용 난로 4개에 착화하는 작업을 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모두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이 사건 처분
고용노동부장관은 2018. 11. 26.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청문절차를 거쳐 2020. 9. 2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 및 보건조치를 소홀히 하였음을 이유로, 처분대상업종을 '토목건축'으로, 근거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의2 제1항 제1호, 제29조 제3항,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 제84조,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 [별표6][위 별표 2. 가. 12) 다)항]'으로 하여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 '이라 한다)을 하였다.
관련 형사사건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F과 G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원고와 E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공소제기되어(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고단2940), 2019. 10. 24. 제1심에서 F과 G은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원고는 벌금 1,500만 원, E은 벌금 1,000만 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형사 확정판결의 범죄사실 중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사고와 관련된 부분의 요지는 '원고의 사용자인 F이 원고의 업무에 관하여, ① 피해 근로자들에게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에 따른 안전보건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② 원고 소속 K가 이 사건 사고 장소의 산소 및 유해가스의 측정을 부적정하게 하여 위 장소에 적정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없게 하였으며, ③ 작업 시작 전과 작업 중에 환기 등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④ 감시인을 지정하여 외부에 배치하지 않는 등으로 피해 근로자들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 구 산업안전보건법(2018. 4. 17. 법률 제155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1조, 제68조 제3호, 제29조 제2항, 제3항]'는 것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4, 7, 8호증, 을 1,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1>
이 사건 사고는 도급사업주인 원고가 극히 예상하기 어려운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서 정상참작의 필요성이 크므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0조 제1항 [별표 6] 1. 마. 1) 가)항의 감경 사유(법령해석상의 착오 등으로 위반행위를 한 후 시정을 완료한 경우로서 정상을 참작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원고는 2012. 9. 22. 발생한 L 가설공사 붕괴사고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바 있을 뿐, 위 붕괴사고 발생일로부터 이 사건 사고일(2017. 12. 16.)까지 다른 제재처분을 받은 바 없다. 비록 위 붕괴사고에 대하여 2017. 5. 4.경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으나, 피고가 위 붕괴사고일로부터 4년 7개월여가 경과한 이후에 과징금 부과처분을 한 점을 고려하면, 위 시행령 [별표 6] 1. 마. 1) 나)항에서 정한 감경사유[위반행위가 적발된 날부터 최근 3년 이내에 제재(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는 제외한다)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적어도 위 시행령 제80조 제2항에서 정한 감경 사유(위반행위의 동기ㆍ내용 및 횟수, 위반행위와 관련된 공사의 특성 및 입찰방식 등을 고려한 감경)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러한 감경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과 위반의 정도,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제재적 행정처분이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두48406 판결 등 참조).
행정청이 건설산업기본법 및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16. 2. 11. 대통령령 제269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규정에 따라 건설사업자에 대하여 영업정지 처분을 할 때 건설사업자에게 영업정지 기간의 감경에 관한 참작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행정청이 그 사유까지 고려하고도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하지 아니한 채 시행령 제80조 제1항 [별표 6] '2. 개별기준'이 정한 영업정지 기간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한 때에는 이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한 나머지 영업정지 기간을 감경하지 아니하였다면 영업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그리고 위 시행령 제80조 제1항 [별표 6]이 "위반행위의 정도, 동기 및 그 결과 등 다음 사유를 고려하여 제2호의 개별기준에 따른 영업정지 및 과징금의 2분의 1 범위에서 그 기간이나 금액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열거하고 있는 개별적인 감경·가중 사유들은 같은 조 제2항이 감경·가중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위반행위의 동기·내용 및 횟수' 등을 반영한 것이고, 위 시행령 제80조의 취지가 [별표 6]에 따라 '위반행위의 정도·동기·결과' 등을 고려하여 감경을 한 후 이와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위반행위의 동기·내용·횟수' 등의 사유로 다시 감경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두45956 판결 참조).
인정 사실
원고는 L 건설공사를 다른 3개의 건설회사와 공동으로 도급받아 시공하였다. 그런데 2012. 9. 22. 위 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받은 M(변경 전: N) 주식회사가 교량 상부 PCT 가설공사를 하던 중 PCT거더가 교각 부분에서 이탈되어 낙하함으로써 작업 중인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상해를 입는 붕괴사고(이하 'L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피고는 2012. 11. 13. 국토교통부로부터 L 사고로 인한 행정처분 요청을 받고 2012. 12. 12. 1차 청문을 실시하였는데, 원고는 피고에게 관련 형사사건 판결 선고 이후로 행정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2013. 2. 25. L 사고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공소제기되어 2014. 1. 22. 제1심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으나(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3고단207), 항소심은 2014. 8. 14.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에 대하여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의정부지방법원 2014노312), 2016. 8. 29. 원고의 상고도 기각되어(대법원 2014도11469)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2016. 11. 17. 원고에 대한 2차 청문을 실시한 후, 2017. 4. 19. 원고에게 과징금 9,000만 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들, 갑 38~40호증, 을 2,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구체적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에게 영업정지 기간의 감경에 관한 참작 사유가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거나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오인하여 감경을 하지 않는 등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84조의 위임에 따라 위반행위의 종별과 정도에 따른 '영업정지 및 과징금의 부과기준'을 정한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20. 10. 8. 대통령령 제311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조 제1항 [별표 6](이하 '이 사건 별표'라 한다)의 1. 일반기준 라. 1) 나)항은 '법 제82조 제1항 제7호의 사유로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를 영업정지처분 대상으로 정하고, 2. 개별기준 12)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업자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영업정지를 요청한 경우와 그 밖에 다른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영업정지를 요구한 경우'는 2명 이상 5명 이하 사망한 경우 3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처분기준을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처분의 사유가 되는 위반행위의 내용과 경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별표 1. 마. 1) 가)항의 감경 사유(법령해석상의 착오 등으로 위반행위를 한 후 시정을 완료한 경우로서 정상을 참작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L 사고로 인해 2017. 4. 19. 과징금 9,000만 원 부과처분을 받았고, 그로부터 불과 8개월여 만인 2017. 12. 16.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별표 1. 마. 1) 나)항의 감경 사유[위반행위가 적발된 날부터 최근 3년 이내에 제재(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는 제외한다)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피고가 L 사고로 인한 과징금을 그 사고일로부터 4년 7개월여가 경과한 시점에 부과한 것은 위 사고 직후 관련 형사사건이 진행되어 그 결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었고(제1심에서는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원고 스스로 형사판결 이후로 행정처분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인 점 등을 고려하면, L 사고일과 그로 인한 과징금 부과처분일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별표 1. 마. 1) 나)항에서 정한 감경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를 이유로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80조 제2항의 감경 사유(위반행위의 동기ㆍ내용 및 횟수, 위반행위와 관련된 공사의 특성 및 입찰방식 등을 고려한 감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는바, 이러한 사고를 초래한 원고의 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건설업자에게 제재처분을 명하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1항 제7호는 재해예방조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의 생명·신체를 침해한 건설업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현실적·경제적 불이익에 비하여 작다고 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순한
각주1) [별지] 원고는 제4차 변론기일에서,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 및 토목건축공사업 전부에 대하여 영업을 정지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처분사유 자체는 인정한다고 진술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