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9. 11. 선고 2020노799 판결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2016. 11. 18. 피고인 및 B, C, D에 대한 업무방해 및 피고인에 대한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B, C, D에게는 각 선고유예(유예되는 형 B, C 각 벌금 100만 원, D 벌금 50만 원)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의 점은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과 피고인 및 B, C, D에 대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피고인은 업무방해 및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의 점과 관련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B, C, D은 업무방해의 점과 관련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각 항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환송 전 당심은 2017. 9. 22. 원심 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고, B, C, D의 항소와 검사의 B, C, D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및 B, C, D이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2020. 2. 13.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하고, B, C, D의 상고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환송 전 당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이다<1>.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 F 주식회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전에 위협이나 세력과시를 위하여 피해자 회사의 세미나룸에 무단으로 출입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1)

업무방해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피고인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이르지 아니하였음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가)

피해자 I는 고 H과 피고인이 있는 자리에서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겠다는 압박을 가하였으므로, 피고인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에게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다는 고의도 없었다.

나)

가사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 피해자 I와 망인 사이에 이루어진 카카오톡 대화를 보지 못한 피고인으로서는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겠다는 피해자의 협박 때문에 망인이 자살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망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자들에게 기사를 게재하게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3)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자세히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 A과 조합원들의 세미나룸 출입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 회사는 2015. 1. 7. G노동조합 경기지부 F지회(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에 공장폐쇄 및 정리해고예고 통보를 하였고, 이 사건 노조는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임금인상과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면서 2015. 1. 13.부터 같은 해 2. 25.까지 10차례에 걸쳐 교섭을 시도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2015. 3. 6.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였으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현저하여 조정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조정이 종료된 후 2015. 3. 19. 및 같은 달 20.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여 쟁의행위를 의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노조가 피해자 회사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전에 위협이나 세력과시를 위한 행위로 세미나룸을 점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피해자 회사와 이 사건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 제10조는 '회사는 지회의 사무실을 회사시설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며, 지회는 기타 필요한 시설 및 비품을 협의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위 단체협약 제97조는 '회사는 지회의 적법한 쟁의행위 중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위한 일상적인 각종 시설이용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식당, 통근버스, 복지후생의 전반적인 사항을 평상시처럼 보장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피고인은 2015. 3. 31. 정리해고되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받은 2015. 11. 27. 이전인 이 사건 당시에는 근로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라목 참조), 이 사건 세미나룸은 피해자 회사 측에서 2015. 1. 7. 공장폐쇄 이후 근로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한 것이므로, 이 사건 노조가 피해자 회사와의 협의에 따라 이용하던 시설로 볼 수 있는데, 피해자 회사가 세미나룸 사용의 제한을 통보하면서 이 사건 노조와 협의를 거치기나 유예기간을 둔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피해자 회사가 세미나룸을 시정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 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은 시점에서 피고인이 세미나룸을 일상적인 방식으로 출입한 것은 쟁의행위의 일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나.

업무방해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2015. 11. 16. 당시 현장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에는 피고인 등이 채용설명회장이 마련된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P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사람이 한 명 죽었으면 되었지, 얼마나 더 죽기를 바랍니까', '구조조정하고 아웃소싱 안하면 안 죽었잖습니까! 불미스러운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등의 말을 하고, 당시 공장 밖과 건물 안에는 다수의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② 2015. 11. 19. 당시 현장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에는 피고인 등이 주차장에서 P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하나 죽어가지고 안 된다잖아', '이렇게까지 하고 싶으세요! 지금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습니까?'라는 등의 말을 하고, 당시 건물 안에서 다수의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 ③ 이와 같은 피고인 등의 행위와 주변 상황은 피해자 회사 측과 P에게 채용설명회를 강행할 경우 더 강한 물리적 저지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결국 피해자 회사와 P도 2015. 11. 16. 및 같은 달 19. 채용설명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돌아간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등의 행위는 폭행 또는 협박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이천시 E에 있는 F 주식회사 G노조 경기지부 F지회 지회장(2015. 3. 31.자 정리해고)이다.

피고인은 2015. 5. 11. 에 F 주식회사의 전 노조지회장 고 H의 자살과 관련하여,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해자 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면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2015. 5. 11. 이천시 이하 불상지에서 'J' 소속 성명불상의 기자에게, 사실은 고 H은 위 피해자에게 F 주식회사의 근로자들에 대한 2015. 3. 31.자 정리해고 및 2015. 5. 1.자 F지회 소속 설비근무자들의 무단결근에 따른 업무방해 등의 사건의 해결을 위해,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기회의 부여 및 위 2015. 5. 1.자 무단결근으로 인한 설비중단 사안에 대한 해소 방안 등 해결책을 제안하여 왔으며, 이와 관련하여 2015. 5. 4.자 위 피해자와 피고인의 만남을 주선하였고, 위 만남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결정권이 없는 위 F지회 일반 노조원에 불과한 H에게 업무방해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겠다고 압박하거나 협박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15. 5. 11.부터 2015. 5. 15.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8회에 걸쳐 출판물인 'J' 등에 게재하게 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각 기사'라 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어느 사실이 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은 물론, 그 사실의 부존재의 증명이라도 특정 기간과 특정 장소에서의 특정행위의 부존재에 관한 것이라면 적극적 당사자인 검사가 이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J'을 비롯한 총 7개의 언론 매체에 이 사건 각 기사의 토대가 된 진술을 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각 기사가 피고인의 진술 내용 및 취지와 맥락 등을 제대로 반영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일관되게 망인의 죽음 이후 'J' 소속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근로자들이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근로자들의 무단결근 등에 대하여 엄격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여 망인도 이에 압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는 한편 '자신 말고 노조의 다른 간부 등도 다른 신문기자의 취재에 응하면서 기사 내용을 제보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F의 노사갈등과 망인의 죽음에 관한 당시 언론의 관심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 진술을 가볍게 배척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취재에 모두 응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대로 이 사건 각 기사가 작성되었다는 점에 관한 검사의 입증은 이 사건 각 기사의 제시 등에 불과하다.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의 기본 전제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근로자들이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근로자들의 무단결근 등에 대하여 엄격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하여 망인도 이에 압박을 받은 것 같다는 취지)이 허위이고, 나아가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망인이 적시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피고인에게 자신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미필적이라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가 어떤 연유로 그에 이르렀는지를 객관적으로 규명한다는 것은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피고인이 기자에게 망인의 죽음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고 망인의 심정을 짐작 내지 추측하여 진술한 것에는 나름 그렇게 말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먼저 F의 노사갈등 과정에서 피해자를 비롯한 F 경영진이 보인 일관된 정책 결정 내지 의사 등에 주목하면 피고인의 진술 취지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가)

F는 2015. 3. 31. 근로자 377명 중 266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79명을 정리해고하였는데, 망인은 시설관리부분 근로자였기 때문에 위 정리해고의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위 정리해고에 대하여 F의 노조와 경영진 사이에 극심한 대립이 있던 중 2015. 5. 1. 망인을 비롯한 시설관리부분 근로자 18명이 무단결근하여(이하 '이 사건 무단결근'이라 한다) F 공장 내 시설의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에 입주회사들이 F에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나)

피해자는 2015. 5. 2. 이 사건 무단결근 근로자들에 대하여 무단결근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사내 게시판에 이를 공지하였다. F의 상무 Q은 2015. 5. 4. 무단결근한 근로자들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면서 '무단결근으로 수십억 원의 손해가 예상되고, 그로 인해 근로자들이 파산할 것이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다)

한편 망인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노조의 동향을 말해 주거나 정리해고 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언 등을 해왔고, 이 사건 회담 전날인 2015. 5. 3. 피해자에게 이 사건 무단결근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시설관리 부분에 대한 아웃소싱에 동의하는 내용의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여 보냈으며, 회담 당일에는 피고인과 잘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라)

2015. 5. 4. 이 사건 회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희망퇴직 등과 이 사건 무단결근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 문제에 관하여 각자의 강경한 입장이 반복되자 회담을 함께 했던 망인은 '자신이 사라져 줄 테니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마)

F는 2015. 5. 6. 이 사건 무단결근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포함한 시설관리 부분 근로자 등 9명을 업무방해로 수사기관에 고소하였다. 망인은 같은 날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 망인은 2015. 5. 11. 숨진 채 발견되었다.

(2)

다음으로 망인의 F 노조 내에서의 역할과 활동, 동료들과의 관계, 특히 망인이 남긴 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진술 취지를 뒷받침한다.

(가)

망인은 장기간 F 노조의 지회장이었다. 희망퇴직과 관련하여 F 대주주에 대한 항의를 위하여 대만으로 가 시위를 하거나 쟁의행위에 적극 가담하는 등 조합원들의 이익과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지회장이 아니면서도 이 사건 회담을 주선할 정도로 노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나)

망인도 2015. 5. 1.자 무단결근에 가담하였으므로 F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위치에 있었고, 망인이 경영진의 희망퇴직 정책에 호응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소송을 제기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은 없었다.

(다)

결국 망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희망퇴직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입장이었더라도, 이 사건 회담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각자의 강경한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희망과 달리 노사의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면 망인이 열패감과 협상 결렬로 인하여 향후 전개될 사태에 대한 우려로 매우 고통스러운 심리적 상태였을 것으로 짐작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망인이 노조에서 한 역할과 활동, 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회담장에서 했다는 망인의 발언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도 망인이 남긴 유서에 담긴 망인의 상황인식과 동료들에 대한 심정이 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3)

망인이 피해자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희망퇴직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입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기사가 보도된 이후 피해자와 망인 사이의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되면서 비로소 그러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고인이 발언할 당시 기초로 삼았을 것으로 보이는 앞서의 사정들을 감안하면 망인과 피해자의 위와 같은 관계가 피고인 발언의 허위성 및 허위성 인식 판단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라)

원심이 위에서 판단한 바와 달리 이 사건 각 기사의 내용이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고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고 본 것은 사실 또는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의 점과 관련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 있으므로 이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 부분과 원심 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이 부분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 원심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함이 상당하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은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변론을 거쳐 다시 주문의 해당 부분 기재와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의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