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사실의 인정
피고는 1998. 10. 1. 전국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관리공단(이하 ‘공교공단’)이 한 개의 조직으로 통합하여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하 ‘국민공단’)을 설립한 1차 통합과 1999. 2. 8. 국민공단과 전국 직장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한 2차 통합을 통하여 2000. 7. 1. 설립된 특수공법인이다. 원고는 1987. 1. 1. 공교공단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1차 통합으로 국민공단 소속이 되었고, 2차 통합으로 피고에게 고용이 승계되어 근무하고 있다.
피고는 2001. 5. 8. 원고가 가입한 B노동조합과 ‘기존의 퇴직금 누진제를 2000. 12. 31.부로 폐지하고 2001. 1. 1.부터는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제도로 변경’하는 내용의 퇴직금 제도개선에 관한 단체협약을 하였다. 원고는 2001. 6. 9.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퇴직금제도의 변경에 동의하고 그와 관련하여 본인의 퇴직금 중 2000. 12. 31.까지는 중간정산을 실시하여 지급해 주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퇴직금 중간정산 지급 신청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그 신청서에 자필로 “다만, 본인은 금번에 지급되는 중간정산금에서 대여금을 일괄 상환하지 않고 현행과 같은 방법으로 계속 상환하기를 원합니다.”라고 추가로 기재하였다. 피고는 2001. 6. 20. 대여금 미상환액을 일괄 상환해야 하는데도 ‘대여금 미상환상태에서 퇴직금중간 정산금 수령’으로 신청한 것은 대여금 상환기준 부적합 신청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서를 반려하였다.
피고는 기존 대여금 중 1,500만 원만 대여금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원고에게 ‘다만 본인의 대여금 금 원을 일괄상환하지 않고 5년 동안 균등분할 상환하기로 원합니다’라고 명시한 신청서를 작성하여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따르지 않았다. 피고는 2001. 7. 25. 원고에게 51,067,000원을 퇴직금 중간정산금으로 지급하였는데(이하 ‘1차 중간정산’), 그러면서 4,362,550원을 일시 상환한 후 나머지를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피고의 방침에 맞춰 원고의 기존 대여금을 처리하였다.
원고는 2001. 9. 1.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퇴직금 중간 정산금에서 대여금 잔액 중 일부 금액을 일방적으로 상환조치 한 행위와 급여분에서 대여금을 일방적으로 많은 금액을 공제한 행위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피고를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하였다.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는 2001. 10. 9. 피고의 그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근로기준법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민원처리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원고는 노사합의에 따른 임금피크 제도 실시에 따라 그 대상자가 되면서 2020. 12. 30. 피고에게 ‘임금피크제 실시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를 원인으로 하여 퇴직금 중간정산 지급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21. 1. 14. 원고에게 퇴직근속기간을 19년 6개월(기산일 2001. 1. 1., 퇴직일 2020. 6. 30.)로 하여 퇴직금(중간정산)으로 140,701,270원을 지급하였다(이하 ‘2차 중간정산’).
[근거] 갑 제1 내지 17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미지급 퇴직금 청구
주위적 청구원인 : 기존 퇴직금제도(누진제)에 의한 퇴직금(중간정산) 지급
피고가 기존의 퇴직금제도(근속년수에 따라 그 지급기준율이 누진되는 제도)를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형태로 변경한 것은 기존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여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원고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한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누진제로 산정한 퇴직금(중간정산) 293,352,701원[지급기준액 5,587,670원, 근속연수 30년, 지급기준율 52.5% 적용]에서 2차 중간정산으로 지급된 140,701,270원을 뺀 152,651,400원을 지급해야 한다.
예비적 청구원인 : 강제적 퇴직금(중간정산) 명목 1차 중간정산의 무효
퇴직금제도의 변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신청 자체를 거부하였는데도 피고가 강제적으로 1차 중간정산으로 처리한 것은 사적자치 및 자유로운 자기의사결정권을 잠탈하는 행위이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로써 효력이 없고, 그에 대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도 비채변제 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되어 배제되거나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소멸되었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1차 중간정산 근속년수에 관하여 누진제로 산정한 퇴직금(중간정산) 124,605,040원[지급기준액 5,587,670원, 근속년수 14년, 지급기준율 22.3% 적용]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판단
주위적 청구원인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조합의, 그와 같은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하여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피고가 당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수제를 적용하기로 하는 퇴직금 제도의 변경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실과 그것이 실질적으로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다툼이 없거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데, 그와 같은 퇴직금 제도의 변경, 개정은 적법ㆍ유효하므로,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적용된다. 그리고 원고가 개별 근로계약에서 별도로 자신에 대한 퇴직금 누진제를 명시하여 정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 주장과 같은 내용으로 자신의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볼 수 없다.<1> 주위적 청구원인은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원인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연수는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의 입법 취지와 퇴직금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원고가 1차 중간정산을 신청하였다가 대여금 상환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 신청이 반려되었고, 피고의 방침에 따른 새로운 신청서가 제출되지 않은 가운데, 피고가 원고에게 1차 중간정산을 실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1 내지 3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을 모아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면, 1차 중간정산은 원고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원고의 대여금 상환과 관련된 피고의 처리방법이 정당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는 원고가 1차 중간정산 자체를 문제로 삼거나 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처리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차 중간정산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는 1차 중간정산을 신청하면서 기존 대여금의 상환과 관련된 요구를 추가하였다가 신청이 반려된 다음 중간정산금을 지급받기 이전까지 중간정산 신청을 철회하거나 중간정산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피고에게 표시한 적이 없고, 중간정산금을 지급받은 이후 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약 20년 동안 피고에게 1차 중간정산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져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중간정산금을 반환하는 방법 등으로 그에 대한 문제를 명시적으로 제기한 사실이 없다<2>.
원고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기존 대여금의 상환과 관련된 것이고, 중간정산금을 지급받은 이후 노동사무소에 진정한 내용도 대여금 상환과 관련된 것(중간정산 퇴직금에서 미상환 대여금의 일부를 상쇄하고 나머지 대여금의 기간을 단축하여 분할 상환하는)에 한정하였으며, 중간정산이 부당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없다.
2001. 7. 13. 피고의 노사 실무자 사이에 원고를 포함한 공교공단 출신 8명에 대하여 ‘기대여금 중 1인당 1,500만 원 한도 내에서 대여하되 5년 내에 균등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는 합의를 하였고, 2001. 9. 24. 피고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같은 내용으로 추인합의가 이루어졌다. 1차 중간정산과 동시에 이루어진 대여금 상환처리는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이루어졌고,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도 같은 이유로 피고의 관련 행위가 근로기준법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판사 김연하
각주1) 한편, 원고는 2018. 12. 21. 체결된 노사합의서 10항인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승진과 관련하여 인사 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며 퇴직금 정산은 관련법령에 따라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합의사항에 위반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2001. 5. 8. 이루어진 단체협약이 위 합의사항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렇게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
각주2) 갑 제21, 22호증에 따르면 피고가 노동조합에 중간정산을 신청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도 중간정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통보를 보내자 원고가 소속된 노동조합에서 근로자들에게 끝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여 피고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의 대처방안을 제시하였던 적이 있는데, 비슷한 입장의 다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1차 중간정산을 전후하여 피고에게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는 조치를 취한 반면, 원고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