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182,678,371원과 이에 대하여 2021. 5. 1.부터 2023. 11. 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3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전자전기기계기구 및 관련기기와 그 부품의 제작, 판매, 수금대행 및 임대, 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고, 피고는 2012. 3. 1.부터 2021. 4. 30.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원고는 미국의 C이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를 목적으로 구성한 기술 연합인 D <각주1>에 참여하면서, 미국 뉴욕주 올바니에 소재한 D 연구소에 소속 직원들을 파견하여 왔다.
피고는 2012. 3. 1. 원고에 입사하여 원고 산하 반도체 연구소의 E팀에 소속되어 7나노 제품의 F 모듈에서 제품 개발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8. 2. 26. 원고로부터 ‘파견기관 : D(NY, Albany), 파견업무 : 차세대 반도체 제품/기술 개발, 파견형태 : 단기파견(2018. 4. 1.부터 2020. 3. 31.까지 2년), 가족동반’의 인사발령을 통보받았다(이하 ‘이 사건 해외파견’이라 한다).
피고는 2018. 3. 30. 원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연수경비반환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연수 종료 후 회사로 복귀하여 이 사건 약정상의 상환의무유예기간 전에 퇴직할 경우에는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연수경비의 원금 및 이자를 즉시반환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해외 컨소시엄 연수자 서약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한 후 자신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8. 4.경부터 D에서 이 사건 해외파견 근무를 수행하였고, 코로나 19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하여 파견기간은 2021. 3. 31.까지로 연장되었다.
피고는 이 사건 해외파견 근무 종료일 무렵인 2021. 3. 23. 원고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2021. 4. 30.자로 퇴직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후, 원고에 복귀하여 근무하지 않은 채 퇴사하였다.
원고는 2018. 4. 27.부터 2021. 4. 7.까지 피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이 사건 해외파견과 관련한 연수경비로 260,969,102원(= 주재수당 95,641,660원 + 주택수당 95,422,580원 + 교통비 26,589,861원 + 제반경비 43,315,001원<각주2>, 이하 ‘이 사건 연수경비’라 한다)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9, 21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상환의무유예기간인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원고를 퇴사하였으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연수경비 260,969,102원과 그에 대한 약정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연수경비에 더하여 위 연수경비에 대하여 2018. 4. 27.부터 2021. 4. 7.까지 연 5%의 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이자 18,188,240원도 이 사건 약정에 따른 반환대상 경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약정 제1조 ⑴항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연수경비 반환채무의 이행은 상환의무유예기간동안 유예된다고 정하고 있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위 상환의무유예기간이 시작되기 이전인 이 사건 해외파견 기간 중에도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연수경비에 대하여 이자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해외파견은 그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원고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하고, 이 사건 해외파견과 관련하여 피고에게 지급된 이 사건 연수경비는 실질적으로 피고가 제공한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연수경비의 반환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약정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연수경비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 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 기업체에서 비용을 부담 지출하여 직원에 대하여 위탁교육훈련을 시키면서 일정 임금을 지급하고 이를 이수한 직원이 교육수료일부터 일정한 의무재직기간 이상 근무하지 아니할 때에는 기업체가 지급한 임금이나 해당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되 의무재직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근로자로 하여금 상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지만, 임금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기업체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서 실질적으로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이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된 경비에 해당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에서 든 증거, 갑 제6, 7, 8, 12, 16, 17호증, 을 제14,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외파견의 주된 실질은 원고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이라기보다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를 위한 위탁교육훈련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 소정의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해외파견 이전에는 원고 산하 반도체연구소의 E팀에 소속되어 7나노 제품의 F 모듈 제품 개발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 사건 해외파견 기간에는 종전에 수행하던 업무와는 내용을 완전히 달리하여,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G이라는 차세대 Logic 반도체 소자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는 연구기관에서 공동연구의 방법으로 D의 연구성과를 이수 받는 것으로서 위탁교육훈련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고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를 위하여 D에 참여하면서 D로부터 그 연구결과를 공유 받을 뿐만 아니라, 소속 직원을 D에 파견한 후 해당 직원이 파견근무기간에 출원한 특허 등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등, D 및 파견 직원의 연구결과에 관한 직·간접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가 해외위탁교육훈련 이후 복귀하여 일정기간 근무한 직원에 대하여는 그 경비를 전액 부담하면서까지 해외교육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소속 직원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여 원고가 반도체 사업에 있어 미래 선진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함에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연구원으로서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D 연구소에서 연구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외파견이 단지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원고가 D 파견 직원들에 대하여 원고의 미국법인을 통하여 주간업무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파견기간 종료 무렵에 귀임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로서는 직원들이 연수에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미국 등 해외의 대학원 등의 교육기관에서 학술연수를 받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월간활동보고, 귀임 전 학술연수 결과보고서의 제출받았고, 이와 마찬가지로 D 파견 직원들로부터도 보고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보인다. D 파견 직원들이 학술연수를 받는 직원들보다 보다 빈번하게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는 원고가 D 파견 직원들의 업무 편의를 고려하여 D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연구원에게 매주 징구하는 주간보고서를 원고에게도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조치에 기인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원고는 이 사건 해외파견 기간 중 피고에 대하여 일반 인사고과를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피고가 2019. 3. 발탁 승격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학술/전문 연수 대상자 중에서도 발탁 승격된 사례가 있었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위 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해외파견 근무에 관하여도 일반 인사고과 기준으로 평가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원고는 D에 20여명의 직원을 파견하기 때문에, 원고의 미국법인<각주3>을 통하여 원고 소속 파견 직원들에게 D 근무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바 있기는 하나, 피고 등 파견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연차 사용 등에 관하여 엄격한 근태 관리를 한 바 없다. 이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하는 주장 및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해외파견 수행 업무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소속 직원을 D 연구소에 파견할 때에 해당 직원들로부터 ‘해외 컨소시엄 연수자 서약서’를 징구하고, 해당 직원들과 연수경비 반환과 관련하여 이 사건 약정과 동일한 약정을 체결하여 왔는데, 위 서약서 및 이 사건 약정에는 이 사건 해외파견의 성격이 ‘연수’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피고는 2014.경 원고의 인사평가 절차에서 실시한 면담에서 ‘Scheme expert’가 되기 위하여 D 파견근무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2017.경 D 파견근무를 신청하여 이 사건 해외파견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해외파견은 원고의 업무소요보다는 피고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이 사건 해외파견을 위하여 통상 주재원 비자라고 불리는 L비자를 취득하여 미국에 입국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외파견 역시 근로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L비자는 한국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 설립한 회사에 파견하는 주재원에 대하여 발급되고, J비자는 미국 국무부로부터 승인 받은 교환방문 프로그램에 연구, 연수 등을 목적으로 참가하는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는 방문 대상 기관의 지위와 성격에 따라 구별되는 것으로서 미국 이민국으로부터 미국 체류를 위하여 부여받은 비자의 종류가 곧바로 이 사건 해외파견의 법적 성격을 규명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L비자를 취득한 후 이 사건 해외파견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외파견의 실질이 연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손해배상예정액의 감액
이 사건 약정은 그 약정 경위나 내용상 피고가 연수기간 종료 후 상환의무유예기간 동안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원고가 이 사건 해외파견을 위해 비용을 지출함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약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이를 감액할 수 있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38977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인정한 사실 및 이 사건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이 사건 약정의 목적과 체결 경위 및 내용, 상환의무유예기간 및 이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피고가 9년간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해외파견 기간에도 다수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원고에게 기여한 정도, 이 사건 약정은 이 사건 해외파견 개시 전에 체결된 것이고, 피고의 해외파견 근무기간은 이른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었는데 그에 따라 확대된 연수경비 상당의 손해에 대해서까지 피고에게 전액 반환책임을 지우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연수경비 전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그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약정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연수경비를 전체 연수경비의 70%인 182,678,371원(= 260,969,102원 × 70%)으로 감액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82,678,371원과 이에 대하여 피고의 퇴직일 다음날인 2021. 5.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선고일인 2023. 11. 1.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맹준영(재판장) 홍연경 임정빈
각주1) D
각주2) = 식대 8,188,468원 + 통신비 6,041,200원 + 건강보험 7,380,290원 + 이주비 및 임시숙소 21,705,043원
각주3) H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