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과 피해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4대보험 가입 및 매월 2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송금과 임금 지급은 상호 견련관계에 있다.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여행사(이하 ‘이 사건 여행사’라 한다)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급여액이 피해자에게 송금하여야 하는 수수료 액수를 초과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미반환 수수료 액수로 특정한 9,053,950원을 피해자 소유의 재물로 단정할 수 없다.
설령 피고인에게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를 피해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여행사에서 해고된 이후에는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로 인한 정산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는바, 피고인이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금원 전부가 바로 피해자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정산을 마친 후 나머지 금원이 피해자의 소유로 귀속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는 그와 같은 정산을 마친 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금원의 정확한 액수를 알지 못하여 반환하지 못한 것이므로, 피해자에게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받은 자가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은,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과 마찬가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수령과 동시에 위임자의 소유에 속하고, 위임을 받은 자는 이를 위임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하며, 위임받은 자가 그 행위에 기하여 위임자를 위하여 제3자로부터 수령한 금전도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위탁된 금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위임의 취지대로 사용하지 않고 마음대로 피고인의 위임자에 대한 채권에 상계충당함은, 상계정산하기로 하였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당초 위임한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도8939 판결 등 참조).
일단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업무상 보관중인 타인의 금전을 횡령하여 범죄가 성립한 이상 횡령의 범행을 한 자가 물건의 소유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고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그 대등액에서 횡령액에 관하여 상계의 의사 표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무슨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5. 3. 14. 선고 95도5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면세점으로부터 송금 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수수료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한 사실 및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충분히 인정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계약은 제1조에서 “본 계약은 이 사건 여행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이 사건 여행사와 피고인 간에 ‘판매위임관계’를 설정하고 그에 수반되는 이 사건 여행사와 피고인 간의 권리 및 의무의 내용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조에서 이 사건 여행사가 피고인에게 위탁하는 업무의 범위를 정하고 있고, 제5조에서 “피고인은 제3조의 용역을 수행하는 중 업체로부터 피고인의 계좌로 입금된 수수료는 이 사건 여행사의 수익이므로 이를 이 사건 여행사의 회사계좌(사업용계좌)로 즉시 입금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계약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금전의 수수(면세점으로터 피고인 명의 계좌로의 수수료 입금)를 수반하는 판매관련 업무를 위임받은 자로서, 피고인이 가이드로서 판매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면세점으로부터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 받은 수수료는 입금과 동시에 그 소유권이 이 사건 여행사에 귀속된다.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 ‘2012년도에 처음 한국에 온 이후 여러 여행사에서 프리랜서 가이드로 근무를 했었는데 사드가 발생하면서 관광객이 감소함에 따라 일이 없어지면서 이 사건 여행사에서 1년간 월 400만 원의 월급을 일정하게 지급해준다고 하여 계약을 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가이드 일을 하면서 받는 수수료는 회사 수수료, 가이드 수수료 2가지로 프리랜서의 경우 회사 수수료를 제외한 가이드 수수료는 온전히 가이드 몫인데 이 사건 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든 수수료를 이 사건 여행사에 지급하면서 월급을 일정하게 받고, 가이드의 세금을 회사에서 지급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였다’, ‘면세점에서 받는 돈은 전부 다 이 사건 여행사로 입금해야 하는 돈이다. 저희는 월급을 받는다는 계약서를 썼으니 가이드 몫으로 받는 수수료도 이 사건 여행사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프리랜서 가이드로 근무할 경우 그 대가로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일정 부분을 가이드 수수료로 가이드가 소유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여행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로서 가이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매월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대신 면세점으로부터 받는 모든 수수료는 이 사건 여행사의 소유로 귀속되었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는 면세점으로부터 지급받은 수수료를 모두 이 사건 여행사에 반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계약 제2조 제1항은 ‘피고인이 이 사건 여행사에서 정하는 급여 및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 제1항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여행사에게 용역 서비스를 주6일 제공하면 이 사건 여행사는 피고인에게 4대 보험 가입과 매월 2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같은 시기에 이 사건 여행사에서 가이드로 근무하였던 G은 당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기본급은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급여통장으로 입금 받았고, 인센티브의 경우 수수료가 들어온 통장에서 인센티브만큼 빼고 나머지만 송금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로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현금으로 지급받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고정급여를 받기로 계약한 가이드들은 면세점으로부터 입금된 수수료와는 별개로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직접 기본급 및 인센티브를 지급받았으며,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지급받을 기본급 및 인센티브를 면세점으로부터 입금 받은 수수료에서 공제하고 반환하는 관행이나 계약규정 또는 특약사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가이드는 개인사업자로서 면세점에서 받는 금액은 사업소득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세금을 정산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수수료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는데, 당심 증인 G은 ‘피고인과 증인은 이 사건 여행사의 단순한 근로자이기만 했고, 별도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수수료를 반환하지 않은 경위에 관하여 최초 경찰조사(2019. 8. 6.)에서는 ‘이 사건 여행사 외에 다른 여행사에서도 가이드 일을 한 적이 있어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들어온 수수료가 있는 것 같다. 이 사건 여행사에서 보내라고 한 돈은 다 보낸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다가, 2020. 5. 14.자 경찰조사에서는 ‘면세점에서 받는 수수료는 사업소득으로서 세금을 정산하면 남는 돈이 없어 반환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2020. 7. 13.자 경찰조사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면세점에서는 각 여행사별로 부여된 고유코드를 등록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각 여행사별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고유코드를 가진 각 여행사만이 알 수 있어 다른 여행사 가이드 일을 하면서 받은 수수료가 있다는 점이 미반환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음을 추궁받자, ‘이 사건 여행사에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월급 400만 원, 건강보험 인상 금액, 세금 등을 정리해주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여행사에게 반환할 금액이 없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수수료의 반환을 거부한 이유가 다른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수수료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던 것인지 혹은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미수금채권과의 정산결과 남는 돈이 없다고 생각하였던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여행사에 대한 미수금채권의 종류(월급, 건강보험료, 세금 등)와 각 종류별 채권 금액 및 합계액 등 구체적인 정산내역을 알 수 없다.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도 이 사건 여행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급여액이 이 사건 여행사에 반환하여야 하는 수수료 액수를 초과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이 사건 여행사에 대한 피고인의 미수금 채권 내역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미수금 채권액이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수수료 액수를 초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양 채권을 상계(정산)하면 피해자에게 지급할 액수가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결국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에 대한 미수금 채권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해보지 않은 채 막연히 ‘피해자로부터 받을 돈이 반환하여야 할 돈을 초과할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바, 반환 거부 당시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할 수수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면서 거부행위로 나아갔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은 2017. 3. 31. 피해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7. 4. 1.부터 피해자에게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여를 지급받았고, 그 이전인 2017. 2. 및 같은 해 3. 면세점으로부터 수령한 수수료는 프리랜서 가이드로서 지급받은 수수료로서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이를 피해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2017. 3.경 한 달간 면세점으로부터 42,295,595원을 수령하였는데, 그 금원이 모두 피고인에게 귀속되는 수입이라면 굳이 월 4,000,000원의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피해자의 가이드로 근무할 이유가 없다. 피고인은 변론종결 후 2014년 프리랜서 가이드로 근무하면서 96,262,849원의 수입을 얻었으므로 그와 같은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변론요지서를 제출하였으나, 첨부된 세무자료에 의하더라도 필요경비로 80,252,280원을 지출되었다고 되어 있어 피고인이 수수료를 일단 수입으로 잡았다가 소속된 여행업체에 대부분의 수수료를 반환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피해자는 2017. 3. 피고인의 인센티브를 2,838,710원으로 인정하여 그 금원을 공제하였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 기간 동안 수령한 수수료 중 일정 비율을 피고인의 수입으로 하고 나머지는 피해자의 수입으로 보고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면세점으로부터 2017. 4. 40,261,631원, 2017. 5. 27,011,045원, 2017. 6. 18,483,030원의 합계 85,755,706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피해자에게 2017. 4. 30,776,892원, 2017. 5. 51,563,904원, 2017. 6. 13.부터 2017. 7. 1.까지 27,643,675원의 합계 109,984,471원을 지급하여 24,228,765원을 초과 지급한 결과가 되어 2017. 3. 이전 수수료가 전액 피고인의 수입이라는 주장과 모순된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직원 H과 2017. 7. 1.까지 수시로 수수료를 정산하여 H이 요청한 금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자료도 없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7. 3. 이전까지 수령한 수수료를 정상적인 정산절차를 거쳐 모두 반환하였다고 할 것이고, 그 후 반환되지 않고 남아있는 수수료는 모두 피해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2017. 2. 및 같은 해 3. 수령한 수수료가 전액 피고인의 수입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피고인이 반환을 거부한 금액은 모두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횡령죄의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여행사에서 해고된 후에는 근로계약에 우선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고로 인한 정산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나,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에서 공제한 인센티브 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기간 동안 미지급된 임금 등 채권이 남아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미반환수수료액 이상의 미수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면세점으로부터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 받은 수수료는 입금과 동시에 그 소유권이 이 사건 여행사에 귀속되며, 피고인과 이 사건 여행사 간에 피고인의 미수금 채권과 수수료 반환채권을 상계정산하기로 하는 특약이 존재하지도 않은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자신의 미수금채권에 상계충당하는 것은 그 자체로 횡령죄에 해당한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 항소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이 횡령한 액수를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미지급한 금원의 구체적인 내역조차 제대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피해자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수수료를 초과할 것이라며 수수료의 반환을 거부하였고, 당심에 이르기까지 같은 취지의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피고인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며,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전보경 성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