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4. 24. 선고 2021노834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2018. 6. 1. 작성된 투자약정서(이하 ‘이 사건 투자약정서’라 한다)는 피해자가 5,000만 원의 지급을 완료한 때로부터 불과 2일 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이 사건 투자약정서에 의하여 위 금원의 지급에 관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투자약정서는 처분문서에 해당한다. 설령 이 사건 투자약정서가 처분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 금원의 지급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드러내는 자료에 해당함은 분명하므로, 위 약정서에 기재된 내용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투자약정서에는 투자금에 대한 원금반환이나 이자 지급이 없는 것으로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바, 이 사건 투자약정서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이 기망행위를 하였다거나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이 5,000만 원에 관하여 원금의 반환을 약속하였다거나 피해자를 대신하여 이자를 납부해주겠다고 하였다거나 피해자를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직원으로 채용하여 월 2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 사건 투자약정서의 기재 내용, 객관적인 사실관계, 피해자가 보인 행동 등과 모순‧배치되는 것으로서 신빙성이 없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고,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로 인하여 재물의 교부 기타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을 취득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어서 사기죄의 완성에는 기망의 결과 재물의 점유가 이전되거나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요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5도19054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각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과 피고인의 편취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하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2018. 5. 16. 1,000만 원, 2018. 5. 17. 500만 원, 2018. 5. 29. 1,000만 원, 2018. 5. 30. 2,500만 원을 각 입금 받음으로써 합계 5,000만 원을 교부받았는데, 이 사건 투자약정서는 위와 같이 5,000만 원의 입금이 완료된 이후인 2018. 6. 1. 작성되었다. 이미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교부받은 시점에 사기죄는 기수에 이른 것이므로, 이 사건 투자약정서의 작성은 사기죄가 완성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이 사건 투자약정서의 내용으로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이 사건 투자약정서 제3조 제2항은 ‘투자금과 관련된 이자 및 이익은 별도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다소 모호하여 위 조항만으로는 원금 반환 및 이자 대납의무의 면제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이에 따라 위 조항의 존재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당시 원금을 반환하고 대출기관에 대출금에 관한 이자를 대신 납부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투자약정서의 내용이 투자금 5,000만 원에 대한 대가로 원금 반환 및 이자대납, 급여 지급 의무를 배제한 채 오직 피고인 회사 주식 10% 양도 의무만을 규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 회사는 자본금이 100만 원에 불과한 비상장회사로서, 향후 영업전망이나 매출이익 증대를 예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피해자에게 제시되지도 않았다.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고작 10만 원의 가치를 가진 주식을 얻는 대가로 5,000만 원을 투자하였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조건 하에서 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투자약정서에 기재된 이 사건 회사 주식 10% 양도 외에도 다른 구두약정이 존재하였고, 피해자는 그와 같은 약정을 신뢰하여 5,000만 원을 지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피고인의 검찰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투자약정서는 피고인이 아닌 G가 사전에 인터넷 양식을 참고하여 작성한 것이다. 피해자는 “자신은 투자 경험이 전무 하여 이 사건 투자계약서를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서야 구두약정 내용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알고 이 사건 회사 사무실로 수십 차례 찾아가 구두약정 내용을 담아줄 것을 요구했으나, 피고인은 ‘나중에 추가로 넣어주겠다’고 하고서는 끝내 넣어 주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G도 경찰에서 “피해자가 투자계약서의 변경을 요청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진술내용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투자약정서가 피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교부받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처분문서라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약정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고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라고는 볼 수 없다.

라)

실제로 피고인은 2018. 6.경부터 2018. 10.경까지 합계 4,454,256원, 2019. 4. 23. 500만 원, 2019. 6. 13. 100만 원을 피해자의 계좌로 입금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대출금의 이자를 갚을 돈이 없다는 피해자의 부탁에 따라 금원을 대여해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2018년경 피고인의 입금내역에 의하면, 피고인은 한 달에도 수차례에 걸쳐 금원을 입금하였으며, 각 입금액은 원 단위 또는 십 원 단위까지 맞추어져 있고, 각 입금액 및 입금 시기는 피해자가 대출을 받은 각 대출기관에 대한 이자지급액 및 이자지급일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금원 지급 방식은 금원을 대여한 자가 통상적으로 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출기관에 이자를 대신 납부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실제로 피해자와 피고인이 주고받은 문자 내역에 의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각 대출기관별 이자지급액과 지급기일을 통지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원은 합계 1,000만 원을 넘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차용증 등 관련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피고인 스스로도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금원에 대한 변제 또는 투자금과의 정산을 요구한 사실이 없음을 인정하였다.

마)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문자 내역 및 대화 녹취록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대출금 이자 상당액을 대여한다거나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을 변제한다는 취지의 진술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은 2019. 5. 1. 피해자에게 ‘내가 5월까지는 갚아준다고 얘기를 했는데’, ’원금 다 정리해주겠다‘, ‘6월말까지는 무조건 정리해드리겠다’, ‘대부이자는 지난달에 이자를 다 지급해서 정리한 것으로 알았다’, ‘이달 이자는 이달 말에 주겠다’, ‘원금은 팔월 말에 주겠다’라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피해자는 2019. 7. 18. 피고인에게 ‘대출받으면 준다면서요. 원금 주신다는 날짜를 약속해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에 피고인은 ‘원금은 팔월 말일날 준다고 했잖아요. 이달말엔 이자주고. 대부이자는 지난달에 이자 다 줘서 정리한 줄 알았는데’라고 답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교부한 5,000만 원에 관한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일부 이자를 변제했다고 진술하거나 피해자에게 원금 및 이자를 일정시점까지 변제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

피해자는 이 사건 회사에서 ‘전무이사’로 호칭되었으며, 이 사건 회사는 2018. 6.경부터 2019. 5.경까지 피해자의 직장가입자 4대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피해자는 2019. 8. 22. 피고인 회사를 상대로 ‘피해자는 이 사건 회사의 직원으로 채용되었는데, 이 사건 회사 대표 G가 약속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2019. 8. 1.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M 사무실에 찾아가 투자금을 반환해달라는 요구를 하던 중 피고인과 몸싸움이 발생하여 상해죄로 벌금형을 받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정황들은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투자금 반환 및 급여 지급 약정이 존재하였고, 피해자가 위 약정을 신뢰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한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 항소심은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2018. 6. 8.경부터 2018. 10. 20.경까지 약 4개월간 피해자에게 이자 명목으로 4,454,256원을 지급하였고, 2019. 4. 23.과 2019. 6. 13. 2회에 걸쳐 6,000,000원을 지급한 점, 2021. 9. 10. 피해자에게 피해 원금 중 2,000만 원을, 2021. 11. 15.에 나머지 피해 원금 3,000만 원을 지급하여 피해 원금을 전액 완제한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피고인이 2016. 11. 23. 수원지방법원에서 사기 등 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고 2017. 6. 10. 위 판결이 확정되어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투자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편취한 점, 피고인에게 위 전과 외에도 사기죄 등으로 징역형과 벌금형 등 처벌받은 범죄전력이 다수인 점, 이 사건에서도 범행을 적극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으로 각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고형을 정하였다.

원심의 양형심리 과정 및 이 사건 변론에서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 법정형과 처단형의 범위 등을 종합해볼 때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상응하는 형량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전보경 성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