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9. 25. 선고 2022노488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법리오해

1)

도급인인 E은 수급인 F의 운전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에게 E이 직접 지배관리하지 않는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 기능을 점검하여야 할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가 없다. 설령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해당 의무는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운전기사 F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것임이 법문언상 명백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사고차량이 사고 당시 제동장치 이상으로 뒤로 밀렸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운바, 피고인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위반 및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B 주식회사는 화성시 C 소재 「D(주) 공장신축공사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발주자인 D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아 2017. 4.경부터 시공하는 사업주이고, E 주식회사는 2018. 3. 2. D 주식회사와 위 신축공사 현장에 대한 레미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18. 4.경부터 레미콘을 공급한 사업주이다.

피고인은 E 주식회사 소속 관리팀장으로 E 소속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기사들에 대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자이고, F는 (차량번호 1 생략) 콘크리트믹서트럭(이하 ‘사고 차량’이라 한다) 운전기사로서 2020. 7. 1.부터 E과 레미콘 운반계약을 체결하여 2020. 7. 1.부터 2021. 6. 30.까지 E에 레미콘 운반 노무를 제공하였으며, 피해자 G(남, 73세)은 B 주식회사 소속 경비원이다.

피고인은 2020. 11. 23. 10:20경 위 공사현장 인근 기존 공장동 앞 진입경사로(경사도 2%)에서, E 주식회사 소속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기사인 F로 하여금 육가공 공장동 지상 1층 냉장창고 누름 콘크리트 타설을 위하여 시동을 켠 상태로 대기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콘크리트믹서트럭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점검을 실시하거나 운전기사로 하여금 위와 같은 점검을 실시하도록 관리·감독하여, 경사로에서 시동을 켠 상태로 대기 중인 콘크리트믹서트럭의 브레이크 이상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태만히 한 업무상 과실로, 같은 날 10:30경 F가 위 진입경사로에서 (차량번호 1 생략) 콘크리트믹서트럭의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던 중 제동장치 이상으로 약 50m 뒤로 밀려 내려가 D 주식회사 공장 출입구에 있던 경비초소를 덮치게 함으로써 그 안에 있던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1:56경 화성시 H에 있는 I병원에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이하 위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3.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법리에 따라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 기능을 점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사실을 인정하였고, 사고차량 운전기사인 F의 진술 내용을 주된 근거로 하여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차량의 제동장치에 이상이 발생한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의 업무상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 부담 및 위반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시작 전 사고차량의 브레이크 등의 기능을 점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함에도 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제1항의 관리감독자에 해당하며, F는 사고 차량을 소유한 운전기사로서 E과 레미콘 운반 계약을 체결하고 위 계약에 따라 사고 차량을 이용하여 레미콘을 운반하는 노무를 제공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67조 제2호에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72조 제2항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 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정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의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 제2항 [별표3] 14.에 의하면 사업주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의 기능을 점검하도록 하여야 하는바, 사고차량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96조 [별표6] 14.의 차량계 건설기계에 해당하므로, 위 각 규정에 의하면 E 주식회사는 작업 시작 전에 피고인으로 하여금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의 기능을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 E 주식회사가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이상, 피고인도 작업 시작 전에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 기능을 점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피고인은 도급인인 E의 직원인 피고인이 수급인인 F의 개별 운전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 F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서,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다)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 등 사업주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에 관한 규정은 작업장 등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직접 취할 수 있는 안전 및 보건조치를 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함을 근거로 E이 아닌 F 개인이 소유 관리하는 사고 차량에 대한 사전 정비 및 점검 의무는 피고인이 아니라 F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 제1항 제1호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 제2호는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등록된 건설기계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 제1항은 건설기계의 소유자는 건설기계를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건설기계의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운전기사가 자신이 소유하여 등록한 건설기계를 직접 운전함으로써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운전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여 사업주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를 포함한 제5장 ‘관리감독자의 직무, 사용의 제한 등’에서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의무를 반드시 작업장 등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영역 내에서 직접 취할 수 있는 조치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 내지 4장에서 ‘작업장’, ‘통로’, ‘보호구’에 관한 조치사항을 정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제5장의 적용범위를 법 문언과 달리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영역으로 한정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

라)

피고인은 설령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의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F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일 뿐,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까지 부담하는 의무는 아니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제168조에서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 그 자체를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75조 제4항에서 제77조 제1항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산업재해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도7733 판결 등 참조).

또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5조 제2항 [별표3]은 크레인, 지게차, 화물자동차, 차량계 건설기계 등을 사용하여 작업 시 제동장치 및 조종장치 등의 기능을 점검하도록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대형 기계의 제동장치나 조종장치 등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피해자는 비단 해당 기계를 운전하는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외에 제3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위와 같은 대형기계의 운전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한 취지가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안전만을 예방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사고 발생의 결과 피해를 입은 자가 근로자 내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제3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 등을 취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마)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E에서 각 레미콘 차량에 대하여 브레이크 및 클러치를 점검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진술함으로써,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를 사전에 점검관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2)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및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이 사건 사고가 사고차량의 제동장치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거는 사실상 사고차량 운전기사였던 F의 진술이 유일하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F의 진술내용은 이를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고, F의 제동장치 조작 상 과실 등 다른 원인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사고차량의 브레이크 및 클러치 등 기능을 점검할 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가)

F는 사고차량의 운전자로서,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차량 자체의 결함과 운전자의 제동장치 등 조작 상의 과실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의 형사상 책임 유무 및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과 관련하여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F가 자신의 형사상 책임을 면하거나 감경하려는 목적으로 사고의 발생 원인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가 행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데 있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에 관한 F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1)

F는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에 관하여 사건 발생 당일인 2020. 11. 23. 15:30경 최초로 이루어진 경찰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지탱하던 쇠파이프는 그대로 있었다. 왜 차가 뒤로 밀렸는지 모르겠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이후 같은 날 20:00경 이루어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조사에서는 ‘브레이크가 파열되어 작동이 되지 않아 뒤로 차량이 밀렸다’라고 진술하였고, 사고 발생일로부터 약 2달 가까이 경과한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는 ‘하이드로 백에 있는 에어가 새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능이 약해 지지대가 헐거워져서 뒤로 밀린 것 같다’라고 함으로써 자신이 추정하는 사고 발생의 원인에 관하여 다르게 진술하였다. F는 사건 발생 당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서 각각 조사를 받았는데, ‘하이드로 백에 있는 에어가 새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라는 사실은 위와 같은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는 전혀 언급된 바 없다.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지탱하였다는 지지대(쇠파이프)의 상태 역시 ‘그대로 있었다’라는 진술내용과 ‘지지대가 헐거워졌다’라는 진술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2)

F는 사건 발생 당일인 2020. 11. 23. 이루어진 경찰조사에서 ‘갑자기 차가 뒤로 흐르는 느낌을 받아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안 들어서 1단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고 앞으로 가려고 해도 차가 계속 뒤로 밀리면서 내려갔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이후 ‘차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 기어를 1단에 넣었는데 기어가 안 들어갔다’라고 진술함으로써 사고 당시 브레이크뿐만 아니라 기어도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1단 기어를 넣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계속 밀려 내려갔다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불분명하게 진술하였다가,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는 다시 ‘차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있어 앞으로 출발하려고 기어 1단을 넣고 엑셀을 밟았는데 차가 뒤로 밀렸다’라고 함으로써 기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F는 2020. 11. 23.자 경찰조사에서 당초 사고경위에 관하여 ‘10분 정도 시동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고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뒤로 흐르는 느낌을 받아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안 들어서 1단 기어를 넣고 엑셀을 밟고 앞으로 가려고 해도 차가 뒤로 계속 밀리면서 내려갔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후 ‘브레이크는 발로 밟고 있는 풋브레이크인지’를 묻는 질문에 ‘사고 차량을 구입하였을 때 쇠로 된 브레이크를 고정하는 핀이 장착되어 있어서 차가 정지하고 있을 때 계속 브레이크를 안 밟고 파이프로핀에 고정하면 브레이크가 들어서 굳이 발로 안 밟아도 된다. 대기 중일 때 보통 그렇게 한다’라고 진술하였다. F의 위와 같은 진술내용에 비추어 보면, F는 ‘브레이크를 밟는다’라는 표현을 ‘(지지대로 고정한 상태가 아니라) 발로 브레이크를 밟는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브레이크가 발로 밟는 풋 브레이크인지’를 묻는 질문이 있기 전에 F는 ‘지지대’에 관한 언급 없이 브레이크를 ‘밟는다’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였고, 특히 ‘차가 뒤로 흐르는 느낌을 받아 브레이크를 밟았다’라고 할 때의 행위는 ‘발로 밟았다’라는 의미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F는 같은 날 이루어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의 조사에서도 ‘계속 브레이크를 10분 동안 밟고 있었다. 갑자기 차량이 뒤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고, 약 50미터의 경사진 아래로 차량이 내려갔다.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면서 지지대(쇠파이프)의 존재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은 채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후 F는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 ‘(사고 당시) 차를 고정하고 가만히 있었다. 차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있어 앞으로 출발하려고 기어 1단을 넣고 엑셀을 밟았는데 차가 뒤로 밀렸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은 진술 내용에는 종전 사고 발생 당일 수사기관에서 계속 진술하였던 ‘대기 중이었을 때’ 뿐만 아니라 ‘차가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았을 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다)

위와 같이 F의 진술내용이 변화한 흐름에 비추어 보면, F는 최초에 ‘대기 중 일 때와 차가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았을 때 브레이크를 발로 밟고 있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브레이크를 발로 밟고 있는 것은 운전자의 실수로 언제든지 발이 브레이크에서 떨어지거나 밟는 힘이 느슨해짐으로 인해 차가 뒤로 밀릴 수도 있는 것이므로, ‘브레이크가 발로 밟는 브레이크인지’를 묻는 질문에 비로소 ‘지지대(쇠파이프)’의 존재를 언급하면서 이 사건 사고에 자신이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않은 과실이 없다는 정황을 강조하려 하였으나, 사고 발생 당일에는 스스로도 경황이 없어 ‘지지대’의 존재를 언급하였으면서도 다시 ‘브레이크를 밟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사건 발생 이후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진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는 사고발생원인을 ‘하이드로 백 이상으로 인하여 에어가 새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고정하던 지지대가 헐거워진 것’으로 정한 후 그에 맞게 ‘브레이크를 밟았다’라는 표현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기어의 작동여부에 관한 진술 내용이 변동한 것 역시 사고 발생 당일에는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운전상 과실이 없었음을 변명하려는 목적으로 차량 자체의 결함을 강조하기 위해 ‘브레이크’외에 ‘기어’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가, 사고 발생 직전까지는 원활하게 작동되었던 브레이크와 기어가 한꺼번에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경험칙 상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사고 발생 원인을 ‘하이드로 백 이상으로 인하여 에어가 새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고정하던 지지대가 헐거워진 것’으로 정리한 후에는 ‘기어’의 이상에 관하여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마)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사고 차량이 견인되어 왔을 때 브레이크 상태를 직접 확인하였던 W은 당심에서 ‘사고 차량에 올라가서 풋 브레이크를 밟아 보았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상태가 다른 차량과 비교하여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였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바)

무엇보다 F의 수사기관 진술 내용은 모두 추측에 기반한 것일 뿐, 그와 같은 추측내용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F는 수사기관에서 사고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진술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고, 차체의 결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인 사고 차량을 사고 직후 폐차 처리하였다. 이에 따라 F의 진술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 F가 차량 자체에 결함이 있었다는 자신의 진술이 허위이고 실제로는 자신에게 제동장치 등의 조작 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은폐할 목적으로 사고차량을 서둘러 폐차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사)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진술은 F의 개인적인 추측에 불과할 뿐 위와 같은 추측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하이드로 백에 있는 에어가 샌 것 같다는 F의 추측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F는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도 오르막길에서 지지대를 계속 사용하였으나 뒤로 밀린 적이 없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작년에 브레이크 에어 탱크에 설치된 하이드로 백에 있는 에어가 새서 뒤로 밀린 경향이 있어 다 교체하였다’라고 진술함으로써 ‘차량이 뒤로 밀린 적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동시에 상호 모순되는 진술을 하였다. 또한 F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하이드로 백은 사고 발생일을 기준으로 할 때 새로 교체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것이고, F 스스로도 ‘하이드로백 사용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몇 년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하였으므로, 하이드로 백의 노후화로 이상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W은 당심에서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는 에어가 그렇게 갑자기 빠지지 않는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대형차의 경우 에어탱크가 별도로 장착되어 있어 한 번 밟았다 놓았다고 하여 에어가 다 빠지는 것이 아니고, 2-3번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었다 할 때까지도 브레이크가 작동을 한다. 그런데 레미콘이 실려 있는 상태에서는 트럭의 시동을 끄지 않고, 현장에서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라고 진술하였다. 레미콘을 현장에 타설하기 위하여 레미콘을 싣고 있는 상태에서는 레미콘이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동을 끄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고, F 역시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시동을 켠 상태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바, W의 위와 같은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하이드로 백에 있는 에어가 갑작스럽게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 설령 F가 그의 진술과 달리 대기 중 시동을 잠시 껐었고, 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여러차례 밟아 하이드로 백의 에어가 빠지게 된 것이라면, 이 역시 하이드로 백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F의 제동장치 조작상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

F는 경찰에서 기록에 첨부된 지지대 사진(기록 116쪽 참조)이 사고 당시 자신이 사용한 지지대가 맞지만, 지지대를 사진 상으로 확인되는 상태보다 더 밑으로 내려서 설치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런데 위 사진에서 지지대는 브레이크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바, F의 진술대로 사고 당시 지지대를 사진에서보다 더 밑으로 내려서 설치한 상태였다면 하이드로 백 에어가 새는 결함이 없었더라도 지지대가 브레이크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여 차량이 뒤로 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서 레미콘 트럭에 신호봉으로 신호를 주는 업무를 하고 있었던 O는 사건 발생 당일인 2020. 11. 23.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조사에서 ‘사고 차량이 현장에서 10분 정도 정차 중이었는데, 차량이 갑자기 약 5m 정도 후진하고, 뒤로 약 50m 후진하여 경비실과 충돌하였다. 현장에 내려가서 레미콘 차량 운전자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거는 모습을 보았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F는 2020. 11. 23.자 경찰조사에서 ‘사고차량을 정지하고 있었을 때 브레이크를 밟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다’라고 진술하였고, 2021. 1. 11.자 경찰조사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사이드 브레이크는 채웠고,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사이드 브레이크 만으로 레미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지만 지지대가 있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기에 이중으로 채운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이 사고 발생 당시 이미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상태였다는 F의 진술내용은 사고 발생 직후 F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는 모습을 보았다는 O의 진술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차)

이 사건 차량이 갑자기 뒤로 밀리게 된 것은 F의 주장과 같은 브레이크의 오작동 외에, F가 브레이크를 발로 밟은 상태에서 10분간 대기하던 중 졸음 등으로 잠시 주의가 흐트러진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발에 힘이 풀렸거나 지지대로 브레이크를 정확히 고정하지 않아 지지대가 풀리는 등 F의 운전장치 조작 실수가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항에서 본 바와 같고, 위 공소사실은 제4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전보경 성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