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9. 25. 선고 2022노5874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피해자가 실제 사실과 다르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과장하고 허위로 진술한 것임에도, 원심은 만연히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었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우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 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 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절차를 주재하는 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의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하고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원래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현행 형사소송법상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신빙성 유무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지니게 된다. 앞서 본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따라 위와 같은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를 고려해 보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7917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1)

피해자는 원심에서 “피고인이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한 부분이 아닌 다른 업무를 요청하여 자신이 ‘못 하겠다’라고 하니 언성이 높아졌다. 피고인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여 자신이 일어나 ‘욕설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피고인이 휴대폰을 든 손으로 자신의 눈 쪽을 밀치면서 쳤다. 그래서 자신이 ‘저 때렸습니까’라고 이야기하니 피고인이 ‘때렸다’라고 하면서 욕설을 하다가 ‘저는 가겠습니다’라고 하니 피고인이 ‘앉아 봐’라고 하였다. 이에 자신이 ‘그만두시라고 하셨잖아요’라고 하면서 그냥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위에 올라가서 짐을 쌌고, 내려와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랑 같이 담배 한 대 피우면서 ‘한 대(오른쪽 눈 부위) 맞았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집으로 가면서 마음이 착잡하고 맞은 것이 억울하여 자신의 지인들에게 전화하여 ‘오늘 내가 맞았다. 이렇게, 이렇게 되었다’라고 이야기를 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도 “1층 미팅룸 안에서 피고인과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 피고인이 회사 내 실적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개새끼야 니가 회사에서 뭘 했냐, 니가 지금 밥벌이를 하고 있냐‘라고 말하였고, 그래서 자신이 피고인을 쳐다보았더니 피고인은 ’씹새끼, 눈깔 안 까냐, 어딜 쳐다보냐‘라고 큰 소리로 욕설을 하며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 부분을 폭행하였다. 그 후 자신이 2층 사무실로 올라가 짐을 싸서 내려왔고, F 주임이 따라 내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며 담배를 같이 피자고 하여 같이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이 F 주임에게 ’피고인이 휴대폰으로 얼굴을 밀쳐 때렸다‘라고 말하였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3)

피해자의 진술은 폭행 당시의 상황, 폭행의 경위, 폭행 당시 피고인의 구체적인 행위태양, 폭행 이후의 상황 등에 있어 상당히 일관되어 있으며,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4)

피고인은 피해자가 처음 진단서를 받을 당시에는 ’휴대폰으로 맞았다‘라고 진술하였다가 이후에는 ’휴대폰 든 손으로 맞았다‘라고 진술한 점을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피해자 진술이 허위라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020. 10. 27.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제출한 고소장에서부터 피고인이 ’휴대폰을 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구타하였다고 자필로 진술하였으며, 2020. 11. 17.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조사에서도 피고인이 ’휴대폰을 든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구타하였다고 진술하는 등 처음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이 ’휴대폰을 든 손‘으로 얼굴을 구타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에 ’피고인에게 휴대폰으로 얼굴을 맞았다‘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에 관하여 피해자는 원심에서 “법리적으로 지금 이야기하는 것을, 일반적인 사람은 휴대폰을 든 손으로 맞았으면 그냥 휴대폰으로 맞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형사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든 손으로 맞았다고 이야기를 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사건 발생 직후 다소간 경황이 없었던 피고인이 공식적인 수사과정도 아닌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면서 폭행의 경위에 관하여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전문적인 법지식이 없는 피고인으로서는 가해수단이 ’휴대폰‘과 ’휴대폰을 든 손‘ 중 어느 것으로 되느냐에 따라 법리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여 그 구별의 중요성을 간과하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실제로 피고인은 2020. 11. 4.자 경찰조사에서도 ’피고인이 휴대폰을 든 손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밀쳐 폭행하였다‘라고 진술하면서도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폭행하였다‘라고 진술하는 등 진술과정에서 ’휴대폰‘과 ’휴대폰을 든 손‘을 혼동하여 진술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5)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후 짐을 싸서 내려가던 중 F 주임을 만나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피고인이 휴대폰으로 얼굴을 밀쳐 때렸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집으로 가면서 지인들에게 전화하여 피고인으로부터 맞은 상황을 이야기하였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실제로 F은 검찰에서 “자신은 2층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1층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갑자기씩씩대며 올라와 짐을 싸고 나가길래 피해자를 뒤따라가 붙잡아서 담배를 피며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 피해자가 ’피고인이 욕을 하고 폭행을 하였다‘라고 말하였다. 휴대폰으로 얼굴을 때렸다는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진술하였으며, E도 검찰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맞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맞아서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는 내용으로 이야기한 것은 맞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6)

피고인은 피해자가 L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조작하여 제출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의도를 가지고 허위의 피해사실을 진술하였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에 관하여 원심에서 “그 내용은 L가 사업으로 바쁘니 대신 타자를 쳐달라고 하여 자신이 타자를 쳤고, L에게 ’내용이 맞으면 사인해달라‘라고 하여 작성한 것이다. L가 ’정확한 사실적인 내용 쓰시면 제가 이거 보고 사인하겠다‘라고 이야기해서 자신이 써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해자가 초안을 작성한 후 작성명의인이 그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확인하고 서명 날인한 경우 그와 같은 방식으로 작성된 사실확인서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위조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피고인은 사실확인서에 나타나 있는 L의 서명날인이 위조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 또한 위 사실확인서의 내용은 이 사건 폭행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잦은 폭언을 하였다는 취지여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거라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전보경 성지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