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1번, 제2번의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업무상배임의 점은 각 무죄.
이유
범죄사실<각주1>
피고인의 지위 등
피고인은 1994년경 피해회사 B(이하 ‘피해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1997년경 공정개발팀에서 세정 공정인 클리닝 업무를, 2000년경 공정기술팀에서 설비관리 업무를, 2016년경 설비개발팀에서 신설비 개발 및 개조·개선 업무를 각 담당하였고, 2023년경까지 피해회사 반도체 연구소 연구라인 운영팀에서 반도체 장비에 대한 설비 기술 라인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인은 피해회사와 비밀유지계약, 협력업체와 보안 관련 계약 등을 체결하고, 기타 보안과 관련된 주의사항 등에 대해 숙지하며 ‘B나 그 관계사인 C 등 기업의 영업비밀 등을 알게 되면 이를 이용하여 회사에 손해를 가하거나 본인 혹은 제3자의 이익을 취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작성된 서약서에 서명하는 등 회사의 보안관리 규정 및 고용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내지 신의칙상 회사의 영업비밀과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재직 중 또는 퇴사 후에도 외부로 유출하거나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 사람이다.
피해회사의 영업비밀 관리방법 등
피해회사는 1969. 1.경 설립되어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의 전자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글로벌 전자 기업으로서 제품군에 따라 반도체 관련 DS(Device Solutions) 부문과 이 외의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사업 분야가 나뉘어 있고, 이 중 DS 부문은 (i) D램, 낸드플래시 등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 (ii) 비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iii) 모바일AP, 카메라 센서칩 등을 설계‧판매하는 시스템 LSI 사업 등으로 나누어진다.
피해회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제품, 가전제품 등의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2021년 기준 매출 약 278조, 영업이익 약 52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기업이며, D램 메모리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약 43.6%(2021년 기준),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 점유율 약 35.3%(2022년 1분기 기준)의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피해회사는 사내에서 USB 드라이브 등 외부 저장장치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회사의 자료를 개인 이메일에 첨부하여 발송하지 못하도록 하며, 자료의 출력은 보안용지에만 출력이 가능하도록 하고 회사를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보안 검색을 실시하는 등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한편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는 피해회사의 자회사(지분 약 91.54%)로서 피해회사(반도체 D램 세계 점유율 약 43.5%), B디스플레이(모바일 디스플레이 세계 점유율 약 63.2%) 등 B 계열사에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장비 전문회사이며, 2014년경 세계 최초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를 개발하는 등 D(일본), E(일본)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업체이고, 국내 1위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피해회사 반도체 세정장비의 약 70% 공급, 반도체 장비 국내 점유율 약 60%, 2020년 기준 매출액 약 2조 7,079억 원)이다.
C가 생산하는 대표적인 반도체 세정장비는 SPM 세정장비(제품명 BLUE ICE CPM), 초임계 세정장비(제품명 PURESYS), 12챔버 세정장비(제품명 LOTUS)가 있는데, 위 세정장비들은 모두 피해회사의 반도체 라인에만 공급되는 비공개 장비이다.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의 영업비밀성 등<각주2>
C는 습식 세정장비 자체 생산을 위하여 2005년경부터 기술개발 인력을 갖추고 2006. 7.경 개발비 약 201억 원을 들여 습식 세정장비인 IRIS를 개발하였고, 2010. 12.경 개발비 약 220억 원을 들여 고온의 황산을 약액으로 사용하는 SPM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세정방식, 구조의 세정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하나의 웨이퍼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여러 달의 기간 동안 산화, 포트, 식각, 증착, 이온주입 등을 수백 회 반복하여 수행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때 웨이퍼에 오염물질이 잔존하면 패턴 결함, 전기적 특성 저하 등이 발생하여 수율이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오염물을 제거하는 웨이퍼 세정 공정은 반도체 제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공정이며, 세정장비는 품질과 성능이 반도체 양산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세정 공정은 크게 습식 세정, 건식 세정, 증기 세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C 세정장비들은 모두 습식 세정장비이며, 피해회사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불순물 제거 등의 세정 공정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이다.
습식 세정은 세정 약액을 사용하는 세정 방식으로서 효과가 뛰어나고 신뢰성이나 재현성이 우수하여 반도체 세정공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기본적인 방식인데, 독성과 반응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웨이퍼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정밀하게 세정 공정을 수행해야 한다. SPM 세정은 일반 습식 세정과 달리 고온의 황산을 이용한 세정으로서, 황산과 과산화수소의 반응에 의해 웨이퍼에 남게 되는 유기 오염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세정 후 기판 위에 산화막을 형성시키고 기판 표면을 친수성으로 만들어 다른 세정액의 젖음을 용이하게 하는 세정기술이다.
황산과 과산화수소의 비율에 따라 SPM 세정장비의 온도와 반응성이 달라지므로 약액의 비율 제어가 중요하고, 약액의 혼합을 위한 노즐의 형상과 운용 레시피 및 고온의 황산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부품 재질 등이 SPM 세정장비의 핵심기술이다.
또한 고온의 황산약액을 약액으로 사용하면 수지(플라스틱)의 특성이 변화되어 세정장비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거나 파티클(Particle)이 생성되는 문제가 있으므로 그 구현을 위해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특히 황산과 과산화수소수의 비율에 따라 SPM의 온도 및 반응성이 달라지므로 기판의 손상이 없으면서 오염물 제거 목적을 충족하는 ‘비율’의 제어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범죄사실
피고인은 C가 피해회사에 납품하는 SPM 세정장비 등의 검수 업무를 담당하는 피해회사의 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반도체 세정공정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인은 피해회사의 반도체 설비 검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피해회사의 세정장비 기술정보, 공정정보 등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무단으로 반출하거나 제3자를 위하여 사용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고, 피해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계약 및 신의칙상의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2019. 9. 18.경 경쟁업체인 F 소속 공정개발1팀장 G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3번과 같이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이자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LAL500 공정 파티클 관리기준’을 알려주었고, 2020. 7. 7.경 위 G을 만나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4번과 같이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이자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약액 관련정보’를 G에게 알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누설함과 동시에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대한 시장 교환가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회사에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