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C’라는 상호로 인쇄업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다.
원고는 2010. 4. 16. C에 입사하여 2021. 5. 31.까지 인쇄기술자로 근무하였다.
원고와 피고가 2017. 9. 26., 2019. 1. 1. 및 2020. 1. 1. 각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 중 임금 및 퇴직금에 관련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원고 명의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고 한다)가 작성되었다.
원고는 2021. 6. 11.경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피고를 상대로 하여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진정사건을 접수하였고, 피고의 퇴직금 미지급 혐의가 인지되어 2021. 8. 31.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었다.
피고는 2021. 11. 19. 원고에게 퇴직금 23,707,563원(근로기간 2010. 4. 16.부터 2021. 5. 31.까지)을 미지급한 범죄사실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약식 기소되어 2022. 2. 28. 수원지방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후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22. 9. 15. 수원지방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아 2022. 9. 23.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22고정384).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 을 제1, 3, 7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모두 포함, 원고는 을 제1호증의 원고 서명 부분이 위조되었다고 항변하나, 아래 제3의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 23,707,56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입사 당시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을 통해 원고에게 매월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해 왔으므로 미지급한 퇴직금이 없고, 만약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이 무효라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의 원고에 대한 퇴직금지급청구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판단
이 사건 확인서(을 제1호증)의 진정성립에 대하여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제358조). 문서의 진정성립은 필적 또는 인영·무인의 대조에 의하여서도 증명할 수 있고 그 필적 또는 인영·무인의 대조는 사실심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문서 작성자의 필적 또는 인영·무인과 증명의 대상인 문서의 필적 또는 인영·무인이 동일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원은 반드시 감정으로써 필적, 인영 등의 동일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이 육안에 의한 대조로도 이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38240 판결 참조).
앞서 본 증거들, 을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확인서(을 제1호증)에 부동문자로 날인된 원고의 성명 옆에는 서명이 기재되어 있는바, 육안으로 볼 때 위 서명은 표준근로계약서(을 제3호증)에 기재된 원고의 서명과 매우 유사한 점, ② 원고는 2021. 7. 7.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출석하여 진술할 당시 이 사건 확인서를 제시받고 ‘본인이 서명한 것은 맞는데 반 강제적으로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던 점(을 제6호증 3면)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확인서상 원고의 서명은 원고의 자필에 의한 것임이 인정되고, 갑 제4호증의 일부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며, 서명 부분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확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청구원인에 대하여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등 참조).
제1항 기재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퇴직금 23,707,563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 회사를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21. 6.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2. 11. 3.까지는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관하여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분할지급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분할지급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분할 지급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8다9150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분할지급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퇴직금분할지급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여 미지급 퇴직금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다음으로 피고의 상계 항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표준근로계약서(을 제3호증)에는 피고가 주장하는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을 인정할 어떠한 기재도 존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퇴직금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인 점, ②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의 존재를 인정하려면 매월 임금과 별도로 지급된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나 비율이 미리 특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확인서에는 ‘퇴직금을 받았음을 확인합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어 임금과 별도로 지급된 퇴직금의 액수를 확인할 수 없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한 후 2020. 11. 1.부터 월급 3,000,000원 중 250,00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한 후 나머지 2,750,000원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나(2023. 12. 15. 자 항소이유서 제3, 7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임금 내역에 비추어 그 금액이나 지급시기 등이 퇴직금 분할 지급에 관한 피고의 위 주장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점[피고 명의 수원농협 계좌의 예금거래내역서(을 제4호증)상으로는 위 계좌에서 거래기록사항을 ‘원고(A)’로 하여, 2018. 10.부터 2020. 7.까지 월 2,995,000원씩 출금되다가, 2020. 8.부터 2020. 11.까지 월 2,600,000원씩 출금되었으며, 2020. 12.에 2,211,300원, 2021. 1.에 2,189,440원, 2021. 2.에 2,345,000원, 2021. 3.에 2,326,640원, 2021. 4.에 2,151,220원, 2021. 5.에 2,164,240원, 2021. 6.에 1,496,680원이 출금되었다] 등에 의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실질적인 퇴직금분할지급약정이 성립하였다거나 피고가 월 급여에 별도의 퇴직금을 포함하여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상계 항변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순한(재판장) 조정민 조현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