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F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는 F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 중 ‘증거의 요지’ 부분에서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자세히 설시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F은 주식회사 E(이하 ‘E’라고 한다)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E는 구두 판매 회사로부터 구두 제조를 주문받아 구두를 생산하여 납품하는 회사이다. E의 구두 제조과정은 ‘원·부자재 구매 → 재단작업 → 갑피작업(재단된 원단이나 가죽을 접착․봉제하여 구두 형태의 신발 윗부분을 만드는 작업) → 저부작업(완성된 갑피에 신발 아랫부분인 창과 굽을 부착하여 완제품을 생산하는 작업) → 마무리․ 검수’ 순으로 진행된다.
저부작업을 담당한 저부작업팀은 남녀 약 10명 내지 20명으로 구성되어 일정한 작업 공간에서 장비를 사용하여 저부작업을 수행하였는데, 이러한 작업 공간과 작업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 등은 모두 E에서 제공하였다. 저부작업에 필요한 주요 시설이나 장비 등이 E 공장에 비치되었기 때문에 저부작업팀의 팀원들은 모두 E의 공장에서 작업을 하였고 팀원들이 스스로 작업장소를 선택할 수 없었다.
저부작업팀의 보수는 작업한 구두의 수량에 족당(足當) 가격을 곱하는 형태로 정해졌고, 이와 같이 산정된 총 보수 중 여성팀원들에게 일정액을 지급하고 남은 잔액을 남성팀원들에게 균등 분할 지급하고 남성팀장에게는 30만원 내지 50만 원 상당의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저부작업팀의 여성팀원들이 E로부터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은 반면에 남성팀원들은 작업량에 따라 매월 250만 원 내지 400만 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보수와 직결되는 작업량 역시 E에 의해 정해졌다.
F은 2010. 1. 25.부터 2020. 2. 29.까지<1> 저부작업팀의 여성팀원으로 근무하면서 매일 지정된 장소에서 평일 오전 8시 30분경부터 오후 6경까지 정해진 시각에 근무하였고, 격일제로 토요일에 근무하였으며 제품 주문량에 따라 연장근무나 단축근무를 하였다. F은 근무시간 동안 저부작업팀의 팀장으로부터<2> 매일 작업할 분량 등 업무에 관한 지시를 받았고, 근무기간 동안 월 160만 원 내지 월 230만 원의 고정급을 받았다. 근무기간 동안 보수가 점진적으로 상승하였는데, 이것이 F이 실제 일한 물량의 차이에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F이 작업을 하는 작업장, 비품, 소모품, 원자재 등은 모두 E에서 제공하였고 E 소유의 장비를 사업하여 작업하였다.
E는 전적으로 저부작업팀의 작업량과 작업할 구두를 지정하였고, 저부작업팀은 E에서 정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작업해야 했다. 저부작업팀의 팀장은 주로 E의 K 이사의 지시에 따라 저부작업팀의 인력관리 및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3> 저부작업팀의 팀원이 작업지시서에 반하여 저부작업을 하거나 제품이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K 이사가 작업 현장 또는 검수 단계에서 수정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저부작업팀의 팀장이었던 G은 원심 법정에서 ‘팀장의 상급자로서 K 이사가 있었고, K 이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였다. 일이 빨리 끝날 때에는 K 이사에게 보고하고 퇴근하였다. 하급 직원인 자신이 K 이사에게 말도 없이 멋대로 퇴근을 할 수는 없었다. K 이사로부터 물량, 기간에 대하여 지시를 받고 협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저부작업팀의 팀장이었던 J은<4> ‘불량품이 나오면 K 이사가 이를 팀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팀장이 팀원에게 지시를 하여 수정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저부작업팀의 남성팀원이었던 H은 ‘K 이사로부터 지시를 받아 업무를 하였고, 휴가를 가고 싶을 때에 팀장에게 이야기하면 팀장이 피고인이나 K 이사에게 전달하여 이들이 최종 결정을 한다.’고 진술하였다.
저부작업팀은 E의 업무 이외에 동종 또는 유사업체의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았고, 임의로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저부작업팀이 여성팀원인 F과 별도의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저부작업팀은 작업량에 따라 책정된 보수를 받았고, 저부작업팀은 구두제조 물량의 수주나 제조된 구두의 판매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으며, 제조된 구두의 판매 여부나 판매가격, 이에 따른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저부작업팀이 작업량에 따른 보수를 받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저부작업팀이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F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F에 대하여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3다7780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형을 정하였고, 당심에서 새로운 양형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원심의 양형조건에 변동도 없으며, 그밖에 이 사건 범행의 내용, 방법, 범행 후의 태도와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사유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대현(재판장) 장성신 정요진
각주1) F은 2010. 1. 25.부터 2020. 4. 30.까지 업무를 수행하였고, 2020. 1. 25.부터 2020. 2. 29.까지는 E에서 F에게 보수를 지급하였으나, 2020. 3.부터는 K 이사가 운영하는 ㈜영일제화에서 보수를 지급하였는데, 2020. 3. 이후에도 F의 노무제공 형태나 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19-120쪽).
각주2) F이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저부작업팀 팀장은 O이었고, 그 이후 G으로 변경되었다.
각주3) 피고인은 저부작업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팀장을 선출하였고 주장하나, 저부작업팀의 팀장 선출에 관한 특별한 절차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오히려 피고인이나 K 이사가 저부작업팀의 팀장을 지정한 것으로 보인다. 저부작업팀의 팀장이었던 G 또한 K 이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저부작업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각주4) 저부작업팀의 팀장은 O, G, J 순으로 변경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