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 한다)은 2019. 2. 22. L으로부터 서울 중구 N 지상에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신축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위 공사가 중단되었다. 이에 D의 실질적 대표자인 피고인은 L이 이 사건 신축공사를 진행하면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직불합의를 하였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고용한 근로자들(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없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자는 D이므로 D의 실질적 대표자인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의 건축주가 아닌 이 사건 신축공사의 시공사인 D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던 점, 이 사건 근로자들은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인 O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근로를 제공하였는데, O은 D의 직원인 점 등을 고려하면, D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이 사건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L이 2019. 8.경 이후 일부 하도급 대금을 직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2019. 2. 22.경 D 명의로 L과 이 사건 신축공사에 관하여 계약금액 13억 원(부가가치세 별도), 착공일 2019. 3. 1., 준공예정일 2019. 8. 31.로 하여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2019. 8.경 이 사건 신축공사의 준공예정일을 2019. 11. 7.로 변경하여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한 점, D은 L에게 2020. 1. 2.경 ‘8월 O 소장이 현장에 투입되어 기존 계약이 약 3억 원의 저가수주 공사임을 상호 협의에 의해 양자가 인지하여 원만한 공사 진행을 위해 잔여 공사를 직불처리하며 계약변경을 추진하기로 하였으나, 11월 공사비 및 12월 선투입 공정의 공사비가 지급되지 않았고 직불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므로, 공사 타절 의향을 통보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였는바 이는 D이 여전히 시공사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L 사이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직불 합의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이 D의 사내이사로 날인한 하도급 대금 직불 동의서(증거기록 제109쪽)에는 L의 날인도 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들이 근로를 제공할 시기에 이 사건 신축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이 단순히 D 명의를 대여하고 L이 직접 이 사건 신축공사를 진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피고인과 L 사이에 이 사건 근로자들의 임금을 L이 직불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임금지급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기본적 생활안정을 도모하려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목적과 그 위반시 사용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취지, 채무인수가 면책적인지 중첩적인지 여부는 당사자 의사해석에 따라야 하고 불분명할 경우 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봐야 하는 법리(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6228 판결 등 참조)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피고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면제에 동의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의 임금지급의무가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은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미지급한 데에 따른 근로기준법위반의 죄책을 진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면밀히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징역형의 집행유예 3회 등)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미지급 임금액이 적지 않은 점, 피고인이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아니한 점, 근로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및 그 밖에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 조건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다.
살피건대,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보이지 않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엽(재판장) 전화정 이은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