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및 사실오인)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사용하는 사장실에 업무보고를 위하여 들어갔으므로 침입의 고의가 없었고, 위 출입 당시 사장실 책상 위에 있던 피고인이 촬영된 사진을 발견하여 이를 복사 내지 사진 촬영하기 위하여 3차례 추가로 출입하였는바, 위 3차례 추가로 출입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용인시 처인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이사이고, 피해자 D은 위 회사의 회장이다.
피고인은 2021. 11. 10. 13:30경 위 회사 사무실에서, 피해자가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자가 사용하는 사장실에 총 4회 들어갔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가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용하는 사장실에 침입하였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 사무실의 피고인 책상에서 서류를 확인하고 정리한 다음, 2021. 11. 10. 13:25:13경 그 서류를 소지하고 사장실에 들어갔다가 책상 위에 서류만 두고 바로 사장실을 나왔다(이하 ‘1차 출입’이라 한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약 10초 경과하였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사장실을 출입할 당시 사무실에는 다른 직원도 있었다.
피고인은 1차 출입 당시 사장실의 책상 위에 있던 사진(이하 ‘이 사건 사진’이라 한다)을 보게 되었고, 같은 날 13:31경 사장실에 다시 들어가서 이 사건 사진을 가지고 나왔고(2차 출입, 들어가면서 사장실 문을 열어두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열어두었다),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이 사건 사진을 복사한 다음, 이 사건 사진을 사장실에 두고 나왔으며(3차 출입), 13:42경 다시 사장실에 들어갔다가 1분 정도 후에 나왔다(4차 출입, 피고인은 이 사건 사진이 사장실 책상 위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하여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다시 들어갔다고 진술한다).
먼저 1차 출입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1차 출입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침입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차 출입은 경영총괄이사로 근무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이 사건 회사의 실제 경영자)에게 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사장실에 출입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그 외에 다른 목적으로 출입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이 사건 발생 전에 피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했다는 등의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복직하는 등과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판단된다).
피해자와 E 부사장은 수사기관에서 ‘부사장 외의 직원들은 피해자가 호출하지 않으면 사장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사장실 출입문이 시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 사장실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F 부장과 L 부장은 수사기관에서 ‘사장실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했고 피해자에게 결재를 받거나 피해자의 호출이 있는 경우 외에는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위 각 진술에 의하더라도 결재를 받기 위하여 출입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사장실에 출입한 경위, 출입의 행위 태양, 피고인의 지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침입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2~4차 출입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출입행위들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 사건 사진은 피해자가 2021. 11. 3. 피고인이 업무시간 중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전인 2021. 6. 15.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피해자를 상대로 관할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 사건 회사는 2021. 6. 25. 피고인을 근무태만 등의 여러 가지 사유로 징계해고 하였으며, 피고인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2021. 9. 7. 복직 등의 판정을 받았고 2021. 9. 27. 복직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2021. 6. 15.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징계해고 처분을 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근로기준법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의 유죄판결(수원지방법원 2022고정710)을 받았다.
비록 이 사건 발생 이후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을 절도, 업무방해, 공갈미수, 협박, 강요로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불송치결정 등을 받았다(다만 피고인은 현재 특수협박 등으로 기소되어 수원지방법원 2022고단6068호로 재판 계속 중에 있다).
다른 근로자와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만 지나치게 감시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발생한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촬영된 사진을 증거로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되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은 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사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이 사건 사진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직원들도 있는 사무실에서 사장실 문을 열어두고 출입하면서 이 사건 사진을 복사한 다음 바로 원래 있던 자리에 두었으므로, 수단의 상당성도 인정된다. 그리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사진을 복사하거나 그 장면을 촬영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이 사건 사진의 존재를 밝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긴급성 및 보충성도 인정된다(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사후에 피해자가 이 사건 사진의 복사에 응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바(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등 참조), 피해자와 이 사건 회사의 피고인에 대한 처우 등을 감안해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출입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및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준규(재판장) 염기창 엄기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