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차용할 당시 공사대금채권 등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경영상태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추가로 위 3,000만 원을 빌려준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위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피고인에 대한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이 기계 대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3,000만 원을 빌려주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서 2010. 9. 10. 8,000만 원, 2011. 6. 29. 2,000만 원을 차용하고도 이를 전혀 변제하지 못하고 직원들에 대한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재정상황이 악화되어 있었던 상황(그로 인하여 피고인은 2013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5차례 벌금형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에서 피해자에게서 돈을 차용하여 새롭게 새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 경찰에서의 피고인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임금 체불 상황과 기계 잔금 미지급으로 사업 진행이 무산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별다른 자금 조달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의 요구로 피고인의 처가 연대보증인으로 된 2012. 11. 10.자 차용증을 작성·교부하였는데, 위 연대보증인 부분은 그 동의 없이 피고인이 임의로 작성한 것인 점, 피고인이 당시 위 차용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거나 지급하려 노력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3,000만 원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차용금의 용도, 변제자력 등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편취하였고,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J은 2011년경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J(이하 ‘J’이라 한다)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그 대표자인 피고인이 2013년 근로기준법위반으로 5차례 약식명령을 발령받은 점, 피고인은 2012. 6. 26. 피해자로부터 3,000만 원을 빌려 J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점, 그럼에도 J은 2013년경 부도처리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자신의 계좌가 압류되어 있어 자신의 처이던 E의 F은행 계좌로 위 3,000만 원을 송금 받은 점, J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금액의 공사대금채권 등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운영하던 J의 자금사정이 이 사건 범행 무렵 그 이전보다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수시로 J의 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위 사업장이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이나 J의 자금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것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과 J의 자금사정이 그 이전보다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2012. 7.경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장을 방문하여 새시 제조기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피고인에게 항의한 것을 보면, 피고인이 위 3,000만 원으로 위 기계 구입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J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정도로 J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위 3,000만 원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을 보인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이미 피고인에게 1억 원을 빌려주고 변제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신의 처이던 E의 동의 없이 2012. 11. 10.자 차용증에 E를 연대보증인으로 기재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피고인에게 위 3,000만 원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운영하던 회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편취한 돈 중 상당 금액은 자재구입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원심에서 피해자에게 200만 원을 송금하였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이 부분 편취금을 포함한 전체 차용금 합계 1억 3,000만 원 중 일부를 변제한 바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이 판결이 확정된 판시 배임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하였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편취한 금액이 3,000만 원에 이르고, 10년이 넘은 현재까지 피해 회복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의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을 종합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였는바, 원심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이 양형부당사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이미 원심의 양형사유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서 특별히 새로운 양형자료가 현출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여 원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춘근(재판장) 이종문 정재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