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6. 4. 9. 선고 2024가단505579 판결

손해배상(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관계

1)

피고는 계란 가공 및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2)

A은 2022. 4. 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던 근로자였고,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이다.

나.

상병의 발생과 사망

A은 2022. 12. 23. 14:50경 청주시 청원구 D에 위치한 E마트 앞 주차장에서 갑자기 두통과 마비증세로 쓰러져 F병원에서 '뇌간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아 오다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24. 6. 16. 사망하였다(이하 A을 '망인'이라 하고, 망인의 상병과 사망을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망인의 근무형태 및 근무상황

1)

망인은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화물차량을 이용한 계란 배송업무를 수행해 왔는데, 하루 평균 배송분량은 평균 3~8파렛트 정도로 그 무게는 특란은 1,296~3,456kg, 왕란은 1,440~3,840kg인데, 대부분 특란을 취급하며 통상적으로 지게차를 이용하여 상·하차작업이 이루어진다.

2)

피고 회사에는 망인을 포함하여 9명 이상의 배송기사들이 화물차량을 이용하여 계란을 거래처로 배송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송기사들의 배송거리, 거래처의 규모, 배송량 등을 고려하여 주기적으로 배송지를 교체하여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망인은 입사 이후 2022. 10. 중순경까지 피고 회사 사업장과 가까운 안양시, 성남시, 수원시 등 주로 수도권에 위치한 3~7 곳의 거래처에 계란 배송업무를 담당해 오다가,2022. 10. 17.부터 배송지역이 변경되어 충북 지역에 위치한 3곳의 거래처에 계란 배송업무를 담당해 왔다.

3)

망인의 근무시간을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 1주일 동안 53시간 1분, 이 사건 사고 전 4주 동안 1주 평균 54시간 41분, 이사건 사고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4시간 38분을 근무하였다.

라.

망인의 건강상태

1)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47세의 남자로서 키 157cm, 몸무게 71kg이었다.

2)

망인은 2017. 5. 29.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고혈압(184/100)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으로 판정받아 운동 및 금연을 권고받았고, 2019. 4. 2.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고혈압(180/105) 유질환자로 판정받아 체중조절 및 운동을 권유받았는데, 2017. 5. 29.부터 2017. 11. 15., 2019. 4. 2.부터 2021. 12. 28.까지 고혈압에 대한 투약치료를 받았으나 그 이후에는 별다른 투약치료를 받지 않았고, 2019년도 건강검진 후 1년 정도 흡연을 중단하다가 다시 담배를 피워 왔다.

마.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지급

근로복지공단 산하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23. 10. 12. '망인은 재해사업장에서 식자재 납품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발병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4시간 38분으로 만성적인 부담이 확인되어 만성과로에 근접하며,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재해당일 돌발상황으로 기상악화로 인한 눈길 운행 등으로 정신적 긴장상태에서 평소 지게차로 수행하던 상하차 작업을 폭설로 차량이 2층 납품장으로 올라가지 못해 수작업으로 계란을 운반한 사실이 확인되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 및 스트레스 등의 상병의 유발에 있어 영향을 미쳐 개인질환의 악화로 인한 발병 가능성보다는 업무적인 요인에 의한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요양승인처분을 하였고,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에게 요양급여와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원고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4, 7 내지 11, 18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에도, 망인의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초과함에도 망인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인력을 충원하는 등으로 업무를 적절히 분배하거나 직무스트레스 경감 등의 조치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근로로 인한 피로 누적과 스트레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181,915,815원(= 적극적 손해 13,807,447원 + 소극적 손해 92,108,368원 + 망인 위자료 50,000,000원 + 원고 위자료 26,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참조).

2)

또한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살피건대, 망인이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망인 및 원고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각종 급여가 지급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9 내지 26호증, 을 제5 내지2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1)항에서 본 사정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에게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의 발병가능성을 예측하거나 망인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거나 또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망인에게 뇌내출혈의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망인이 수행하는 계란 배송 및 진열업무는 무거운 물건을 직접 드는 등의 고강도 육체노동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 등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다른 배송기사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업무강도가 높다거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망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초과 정도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12주를 보더라도주당 6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도 3회에 불과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의 업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망인이 위와 같은 초과근무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 등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한 업무 조정 등을 요청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망인은 1일 30분의 정규 휴식시간 이외에도 점심시간이나 상·하차 작업 시는 물론 화물차량 운행 중 휴게소 등 비업무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사업장에 직원 휴게실을 만들어 휴식장소를 제공하였다.

라)

2022. 10. 17.부터 망인의 배송지역이 기존의 수도권 위주에서 충북지역 위주로 변경되는 등으로 근무환경에 변화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화물차량의 운전거리가 늘어나긴 하였으나, 전체적인 근무시간에는 큰 변동이 없었고, 장거리 운전이라고 하여 소음이나 진동의 노출정도가 증가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배송기사들의 배송지역 변경은 배송기사들 사이의 업무형평을 고려하여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장거리 운행지역의 경우에는 배송물량이나 배송횟수를 적절히 배분하여 업무강도를 조절한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배송지역 변경으로 망인에게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배송지역 변경이 충북지역 배송기사의 횡령사실 발각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조치로 변경 후 업무 수행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강화되자 망인이 배송지역 변경에 대하여 항의를 한 사실이 인정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송지역 변경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온 조치이고, 그로 인하여 근무시간이 증가된 바 없으며, 관리감독이 강화만으로 업무강도나 정신적 부담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이 사건 상병 당일 눈이 내리는 바람에 망인의 차량 운행에 어려움이 생기고 계란 상·하차 작업이 지게차 작업에서 수작업으로 변경됨으로써 업무강도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돌발적인 기상악화로 말미암은 일시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변화에 따른 조치로 피고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힘들고, 그러한 과정에 피고에게 어떤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바)

피고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안전보건교육을 통해 직무스트레스 예방 관리,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교육을 실시해 왔고(안전보건교육일지의 망인 서명 부분 중 일부가 망인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위와 같은 교육사실의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 전동파렛트럭과 지게차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육체노동을 줄이는 등 조치를 취하였다.

사)

망인이 진단받은 뇌내출혈은 고혈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데, 망인은 오랜 기간 고혈압 증세를 앓아 왔고 뇌간뇌졸증 진단도 받은 적이 있음에도, 고혈압에 대하여 2021. 12.경까지 투약치료를 받아 오다가 이를 중단하였고, 종전에 근무한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금연 및 운동을 권고 받았음에도 일시적으로 금연을 하였다가 다시 담배를 피워 온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기왕증이나 망인의 생활습관이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망인이 피고에게 위와 같은 망인의 지병에 관하여 피고에게 알린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는 동안에는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의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임에 반해 원고가 이 사건으로 구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받아 관련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사용자인 피고의 과실이 인정되거나 추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근로제공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연운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