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등
원고는 공군 중령으로, 공군 B군단 항공지원작전본부 소속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피고는 2024. 2. 29.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중위 C(이하 ‘피해자’라 한다)를 성희롱하는 등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2024. 3. 6. 공군본부 징계항고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한 항고를 제기하였으나, 그로부터 60일이 지났는데도 항고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원고의 제1 발언은 군인으로서 체력강화 등을 당부하려는 뜻이었을 뿐 어떠한 성적인 의미가 없었고, 제2 발언 역시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이 사건 신체접촉은 피해자의 방탄복 착용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루어진 것일 뿐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거나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제1, 2 발언과 이 사건 신체접촉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는 피해자의 업무노트를 무단으로 열람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설령 이 사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의 태양이나 정도에 비추어 과도하게 과중한 징계처분이 이루어졌으므로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위법이 있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판단
갑제3호증, 을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제1, 2 발언과 이 사건 신체접촉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제1 발언은 명백히 상대방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언어적 행위이고, 징계조사 과정에서 같은 부서원이 참고인으로 진술한 바에 의하면 원고는 이러한 발언을 다른 동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제1 발언의 내용은 오로지 외모에 대한 지적일 뿐, 군인으로서의 체력 등 자질강화와 관련한 내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일반인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제2 발언의 경우, 징계 조사 과정에서의 참고인 진술에 의하면 원고가 회식 등으로 부서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결혼을 후회한다’라거나 ‘여성 군인과 결혼하고 싶었다’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혼인은 서로 다른 인격체가 애정과 신뢰에 기초하여 하나의 공동생활체를 이루는 것이고,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에게 동거 및 협조의무가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동고동락하면서 정신적․육체적․경제적인 각 방면에서 서로 협조하여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8므1475 판결 등 참조), 부부는 애정과 신의, 인내로써 상대방을 이해하며 보호하여 혼인 생활을 유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제2 발언은 처가 있는데도 따로 근무지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배우자나 혼외 성관계의 상대를 두고 싶다는 것으로, 이처럼 공공연히 일부일처주의를 무시하고 건전한 결혼 관념을 훼손하는 언동은 듣는 이에게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원고는 장교로서 장비 착용에 별다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피해자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방탄복을 입혀준다면서 이 사건 신체접촉을 했고, 피해자는 원고의 행위가 몹시 불쾌했다고 진술했으며 그러한 감정을 호소하는 것이 사리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강제추행죄로 수사받고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결정을 받기는 했으나(갑제4호증), 수사기관은 훨씬 높은 정도의 증명을 필요로 하는 범죄 성립 여부를 다루므로 이 사건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추행의 고의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던 것일 뿐, 그러한 사정만으로 징계 사유로서의 성희롱조차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업무노트를 열람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앞서 본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피해자의 업무수첩을 열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징계조사 시 참고인이 된 부서원들은 원고가 피해자의 수첩을 찬찬히 넘기면서 봤다고 말하는 등 목격한 장면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여러 명의 진술자들이 특별히 공모하여 원고에 대하여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하고,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 한 징계처분은 그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고려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두53015 판결 등 참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고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두19882 판결 등 참조).
한편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사업주를 대신할 지위에 있는 자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면 그 피해자로서는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외부에 알릴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명시적·묵시적 고용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성희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군인 징계령 시행규칙의 기준에 따르면 원고의 성희롱 행위는 기본적으로 정직-감봉이 가능하고, 원고의 사생활 침해행위는 비행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로서 강등-정직이 가능하며, 서로 관련 없는 둘 이상의 비행사실이 경합되는 경우에는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그중 책임이 무거운 비행사실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1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 기준에 부합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가벼운 처분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에 적용되는 징계양정 기준 자체가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원고의 성희롱 행위는 여러 차례 공공연히 이루어졌으므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굴욕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인사법은 군인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그 임용, 복무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면서(제1조), 제56조 제2호에서 품위유지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서는 군인은 동료의 인격과 명예, 권리를 존중하며, 전우애에 기초하여 동료를 곤경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하고(제35조 제1항), 상관은 부하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여야 한다고(제36조 제3항)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령의 취지를 고려하면 군인에게는 더 엄격한 품위유지의무가 요구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상급자로서 군대 내의 성희롱을 방지하여야 할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임에도 오히려 그러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희롱 등의 행위를 하였다. 원고의 행위는 하급자에게 정신적 괴로움을 줌으로써 근무 의욕 등 업무 수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를 징계함으로써 근무 기강과 질서를 회복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며 올바른 병영생활 문화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원고의 사익보다 크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은구(재판장) 김은솔 박민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