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1,0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 A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은 무죄.
피고인 B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 관련)
이 사건 증명서의 내용은 공공에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그 공공성 또한 상당하며, 학원의 비위에 대해 공공기관에 진정할 목적이었으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증명서를 제공하고 제공받은 행위는 위법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피고인 A: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20시간, 피고인 B: 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A에 대한 직권 판단
위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2020. 10. 14.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2022. 1. 10. 집행을 종료한 사실, 이 사건 각 범행은 그로부터 3년 내인 2022. 8. 12.부터 2023. 3. 28.까지 사이에 저질러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 피고인은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집행유예 결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를 간과하여 위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또한, 위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은 사기죄 등으로 인한 형의 집행 종료 후 3년 내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누범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하여 형법 제35조 소정의 누범가중을 하여 그 처단형을 정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은 이를 누락하였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고소ㆍ고발 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혐의의 소명이나 방어권의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여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이때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 성질 및 침해의 정도,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3도1759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가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F학원’에 입사할 당시 학원강사로 등록하기 위하여 C으로부터 이 사건 증명서를 교부받았다. 다만, 피고인 B은 이 사건 증명서를 보관하지 아니한 채 2023. 1.경 위 학원에서 퇴사하였다.
피고인들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이라 한다) 등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신고 및 민원 제기 목적으로 이 사건 증명서를 제공하고, 제공받았다. 피고인 B은 교육청에 학원법에 위반하여 학원강의실에 이루어진 불법개조 공사, 미성년자에 의해 이루어진 수업 등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각 혐의에 관하여는 실제 학원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발견되어 행정청에 의한 행정처분 및 시정조치를 받았다. 피고인 B은 민원 제기 당시 이 사건 증명서를 첨부하지는 아니하였다. 피고인 A는 교육청에 학원법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교실 외 수업, 강사등록하지 않은 자에 의한 수업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 중 등록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교습행위에 관해 행정처분이 이루어졌다. 또한 피고인 A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휴게시간 미보장, 임금체불 등이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실제로 C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약식 벌금형도 각 선고되었다.
이 사건 증명서에는 학원의 명칭, 설립자, 학원 주소 등이 기재되어 있고, 이 중 개인정보는 학원 설립·운영자인 C의 성명에 불과하며,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 사건 증명서는 학원법에 따라 학원에 게시해야 하는 서류로서 공개된 정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증명서는 학원법을 위반한 학원에 관한 정보이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학원의 설립·운영자 C의 성명이 포함된 정보로서, 위법행위의 혐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자료이므로, 피고인들이 C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와 무관하게 이러한 민원 제기행위에 포함된 공익적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특정한 내용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 민원서류 등에 일정 부분의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위반행위자인 학원의 명칭이나 소재지, 학원 설립·운영자의 성명은 기재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또한, 공공기관이 진정서, 이 사건 증명서 및 그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위험성은 크지 않다.
위와 같은 개인정보의 성격에다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가 공공기관이라는 사정, 피고인들이 개인정보를 수집ㆍ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목적에 공익적 측면이 포함된 점까지 더하여 보면, C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구 개인정보 보호법(2023. 3. 14.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인정보 보호법’이라고 한다) 제59조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고, 제71조 제5호는 “제59조 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금지 및 행위규범을 정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를 규범준수자로 하여 규율하면서도, 제8장 보칙의 장에 따로 제59조를 두어 ‘개인정보처리자’ 외에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의무주체로 하는 금지행위에 관하여 규정한 이유는 개인정보처리자 이외의 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개인정보 침해행위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여 사생활의 비밀보호 등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 함에 있으므로, 여기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5호의 적용대상자인 제59조 제2호 소정의 의무주체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제2조 제5호 소정의 ‘개인정보처리자’ 즉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에 한정되지 않고,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를 제2조 제2호 소정의 방법으로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를 포함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5도8766 판결 참조).
여기에서 “업무상 알게 된 제2조 제1호 소정의 개인정보”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그 업무 즉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 없이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가 담당한 모든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일체의 개인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1143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9. 1. 10. 선고 2018노249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살펴보건대, 원심 및 당심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A는 위 학원에 처음 입사할 당시, 아동 관련 범죄전력 조회 절차를 위한 서류로서 이 사건 증명서를 교부받게 되었던 점, ② 이 사건 증명서는 C이 학원법에 따라 교육감으로부터 교부받은 서류로서 이 중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은 위 학원의 설립·운영자인 C의 성명 뿐인 점, ③ 피고인 A는 위 학원에서 강사 업무를 담당하였을 뿐이고 학원의 설립이나 운영에 관한 업무는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피고인 A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증명서가 피고인 A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 A의 행위로 개인정보를 제공받는다는 사정을 알면서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취지의 피고인 B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이는바, 이러한 측면에서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단된다.]
소결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피고인 A에 대한 직권파기 사유가 있고, 피고인들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