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4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4.6.11.부터 2025.11.26.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전자, 전기 기계기구 및 그 부속품의 제작,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 파워인덕터, 카메라·통신모듈, 기판등의 전자부품을 개발·생산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08.4.1. 원고에 책임연구원의 직책으로 입사하여 약 16년간 근무하면서 주로 원고의 파워인덕터 관련 재료 및 공정개발 업무를 수행하였고, 2024.5.31. 퇴사하였다.
피고는 2024.4.경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2024.4.15. 원고에게 퇴직원과 함께① ‘본인은 퇴직 후 2년간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를 창업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자문, 도급, 위임 등 형태 불문)하지 않을 것이며, 희망퇴직 지원금에 경쟁사 전직금지 대가로서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합니다(제3조), 본인은 본 서약서 및 같은 일자에 제출하는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전직금지 약정 내용 포함)상 의무 위반 시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희망퇴직 지원금 전액 및 그에 대한 민사상 법정이자 상당액을 즉시 회사에 반환할 것이며, 이에 추가하여 본인의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회사에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하고 민사/형사/행정상 모든 책임을 질 것을 확인합니다(제6조)’라는 내용이 기재된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 한다)를, ② ‘본인은 퇴사 후 2년간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를 창업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겠으며, 만약 본인이 해당기간 중 창업이나 취업 등 어떠한 형태의 영리활동을 하게 될 경우 취업 또는 창업 이전에 회사에 그 사실을 통보하여 서약서상 경업금지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회사의 동의를 받도록 하겠습니다(제4조), 본인은 위 각 서약사항 위반 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민형사상의 책임, 민법상채무불이행,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형법상 업무상 배임 등의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그 외 회사에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지체 없이 배상할 것이며, 상기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영업비밀보호와 관련하여 회사로부터 수령한 일체의 금품을 즉시 반환하겠습니다(제5조)’라는 내용이 기재된 영업비밀 보호서약서(이하 ‘이 사건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라 한다)를 각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서약서와 이 사건 영업비밀 보호서약서를 통틀어 ‘이 사건 각 서약서’라 하고, 이 사건 서약서 제3조와 이 사건 영업비밀 보호서약서 제4조를 통틀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라 한다).
피고는 2024.6.10. 원고로부터 법정 퇴직급여 외 별도로 산정된 희망퇴직지원금340,000,000원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원고에서 퇴사한 이후, 2025.8.4. 전자제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C은 전자부품 제조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고전류 메탈 파워인덕터 및 세라믹수동부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8, 29~3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살펴본 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기재된 이 사건 각 서약서에 서명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고, 퇴사일인 2024.5.31.로부터 2년이 경과되기 전인 2025.8.4. C에 취업하였으며, C은 원고와 같은 파워인덕터 제조업체로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서 피고에게 전직을 금지하고 있는 원고의 경쟁업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의 경쟁업체인 C에 취업함으로써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서약서 제6조에 따라 원고가 전직금지의 대가로 지급한 희망퇴직지원금 34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피고가 위 돈을 지급받은 다음 날인 2024.6.11.부터 이 사건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된 2025.11.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고, 희망퇴직지원금은 전직금지의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며,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내용이 과도하게 포괄적이므로 무효이다. 또한 설령 피고가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서약서 제6조는 손해배상액의 예정 또는 위약벌에 해당하는데,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그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하고, 위약벌이라면 공서양속에 반하여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다.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참조).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기술 또는 정보들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피고가 지득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2~21, 25, 33~3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지득한 원고의 기술 또는 정보에 관하여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 회사에서 16년간 파워인덕터 관련 재료 및 공정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파워인덕터 재료의 조성개발, 제품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 자료, 차세대 제품인 중대형 제품개발 관련 기술적 노하우, 경쟁사의 특허 전반과 제품 간 장·단점에 관한 정보 등 파워인덕터 제품에 관한 원고의 핵심 정보를 지득하였다. 이러한 파워인덕터 제품의 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기술과 정보는 원고가 상당한 기간 자금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서 외부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인 반면, 이러한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었을 경우 경쟁업체는 원고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고, 이는 원고에게 상당한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기술정보는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거나 특허 기간이 만료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지된 기술 또는 원고 내부에서 검토단계에서 폐기된 기술에 불과하여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 역시 위 기술정보를 지득하거나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나, 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영업비밀에 이르지 않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도 포함되는 점, ② 피고는 원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파워인덕터 관련 차 세대 자성체 개발, 산화층 제거 기술 개발 및 적용, 특허 침해 분쟁 대비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성체 분말의 조성비와 공법, 자성체 양산화 기술, 산화층 제거 기술, 경쟁사의 특허 보유 현황 등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원고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를 지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는 원고 회사 재직 당시 세계 최소형 파워인덕터 플랫폼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여 D 우수상을 받기도 하였고, 피고가 C에 제출한 이력서에도 스스로 박막형 파워인덕터 선행 개발, 산화막 제거 방법 개발, 자성체 조성 개발 등을 자신의 이력으로 기재하였는바, 피고는 원고 회사의 기술개발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면서 관련된 기술정보들을 상당 부분 체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원고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원고의 전반적인 관련 기술과 중요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⑤ 일부 기술이 정식 양산에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그 개발 및 검증 과정에서 축적된 시행착오와 경험 역시 원고 회사의 기술적 노하우에 해당할 수 있는 점, ⑥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경쟁업체에 대한 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하여 전직을 금지하는 것으로 한정하여 해석하기 어렵고, 장기간 원고 회사에서 근무한 피고가 경쟁업체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 자체로 원고 회사의 기술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점, ⑦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은 원고 회사의 기술정보를 체화한 인력의 경쟁업체로의 유출을 방지하여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개별적인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공지의 기술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는 퇴사 전 1년간 권선형 공법의 중대형 인덕터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으므로 C의 주력 생산품인 박막형 소형 인덕터와는 실질적인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피고는 2023년경까지도 박막형 공법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점, ② 박막형 공법과 권선형 공법은 제조 방식만 다를 뿐 전자자기 유도 원리는 동일하고 인덕터 제품의 기술력을 좌우하는 인덕터의 용량은 자성체의 투자율(透磁率)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피고가 수행한 권선형 공법 관련 업무가 박막형 공법의 제품과 완전히 무관하다고도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가 원고에서 습득한 과거의 기술이나 정보 역시 원고의 개발 방향과 일정 전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C에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④ 피고가 C에 제출한 이력서에도 스스로 박막형 파워인덕터 선행 개발에 참여하였다는 경력을 기재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는 특허 TF에서 보조적 역할만 수행하였으므로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 원고의 핵심 기술을 취급하거나 보유하고 있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기술정보는 피고가 보유한 기술과 노하우의 예시에 불과하므로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피고는 특허 TF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보조 업무를 넘어 인덕터 관련 경쟁사 특허자료를 취합, 정리하는 등 구성원으로서 담당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경쟁사의 특허 현황을 수집·정리하는 과정 역시 원고의 기술개발 방향이나 기술적 차별성 등을 파악하는 업무에 해당하고, 이를 통하여 취득한 경쟁사 특허 보유 현황 역시 원고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희망퇴직지원금이 전직금지의 대가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는 원고가 지급한 희망퇴직지원금은 전직금지의 대가가 아닌 장기근속자의 퇴직에 대한 위로 및 공로 보상의 성격을 가진 것이므로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서약서 제3조에는 희망퇴직지원금에 전직금지의 대가가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점, ② 피고가 이 사건 각 서약서 하단에 자필로 생년월일 등을 기재하고 서명한 점, ③ 이 사건 각 서약서는 A4 용지 1매씩으로 5개 내지 6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이 영업비밀보호 또는 전직금지에 관한 것이어서 피고가 그 내용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④ 피고가 2024.6.10. 이 사건 각 서약서에서 정한 대로 법정 퇴직급여 외 별도로 산정한 위 전직금지의 대가성이 있는 희망퇴직지원금을 수령한 점, ⑤ 피고가 수령한 희망퇴직지원금은 퇴직 당시 피고 통상임금의 약 39.3개월분에 달하는 거액으로서 단순한 위로금이나 장기근속에 대한 공로 보상만을 위한 지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⑥ 장기근속자는 그만큼 사용자의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체화하였을 가능성이 커 전직금지의 필요성 역시 커질 수 있으므로, 장기근속을 이유로 지원금이 증액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지원금의 전직금지 대가로서의 성격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의 내용이 과도하게 포괄적인지 여부
피고는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2년간 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모든 업체에 대한 취업을 금지하고 있어 전직금지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이 과도하게 포괄적으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서 정한 경쟁업체란 원고 회사와 주된 사업영역 및 고객층을 같이 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쟁하고 있는 업체로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점, ② 설령 이를 좁게 해석하더라도 C은 원고의 주력 제품인 파워인덕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라는 것이 명백한 점, ③ 피고 역시 원고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한 이상 C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에서 정한 경쟁업체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영업비밀 보호서약서 제4조는 전직금지기간 중 취업 등을 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회사에 그 사실을 통보하여 서약서상 경업금지 위반 여부를 확인받고 회사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로서도 전직하고자 하는 회사가 경쟁업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하였다면 사전에 원고에게 확인을 요청할 수도 있었던 점, ⑤ 파워인덕터 관련 사업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시장을 대상으로 유사한 기술과 제품을 기반으로 경쟁이 이루어지고, 기술의 활용 범위나 경쟁관계를 사업부 또는 제품군별로 명확히 구분하기도 어려운 특성이 있는 점, ⑥ 전직금지기간을 2년으로 정한 것 역시 기술정보 및 노하우의 시간적 가치, 경쟁사의 연구·개발 및 양산 주기, 제품의 시장 출시 일정 등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장기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⑦ 원고와 C 사이에 기술격차가 존재하고 관련 기술이나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고가 입게 될 손해 및 경쟁업체가 얻을 이익의 액수가 막대하므로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을 위반하는 경우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 원고에게 가해진 손해가 충분히 전보되기 어려워 일정 기간 이를 금지할 필요성 역시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직금지약정이 과도하게 포괄적이어서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고가 반환하여야 할 희망퇴직지원금의 감액 여부
피고는 이 사건 서약서 제6조에서 이 사건 각 서약서상 의무 위반 시 희망퇴직지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 부당히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당사자 사이에 일방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을 위해 일정한 금전을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합의를 말한다. 그런데 원고가 지급한 희망퇴직지원금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피고가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창업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미 지급받은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것으로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하기로 하는 손해배상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서약서 제6조는 피고가 이 사건 각 서약서상의 의무 위반 시 희망퇴직지원금 전액의 반환의무를 정하는 한편 피고의 의무위반으로 인해 원고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희망퇴직지원금 반환에 추가하여 손해를 배상할 것을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서약서 제6조에서 정한 희망퇴직지원금 반환 약정이 원고의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희망퇴직지원금 반환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감액을 구하는 피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 사건 서약서 제6조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의 예정과 다르므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고, 다만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 그런데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당사자 일방이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위약벌 약정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등을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피고는 이 사건 서약서 제6조에서 의무 위반 시 희망퇴직지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공서양속에 반하여 일부 또는 전부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서약서 제6조에서 정한 희망퇴직지원금 전액 반환 약정이 과다하여 전부 또는 일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지급한 희망퇴직지원금은 피고가 퇴직 당시 지급받던 통상임금의39.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서, 2년간의 경쟁업체 전직금지에 대한 대가이다.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피고가 전직금지의 대가로 원고로부터 받은 희망퇴직지원금만이고 추가의 돈은 없다. 피고가 원고의 경쟁업체로 전직하고자 한다면 전직금지대가를, 퇴직하면서 지급받지 않거나 받은 후에는 반환하면 된다.
피고의 퇴직 과정에 원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원고가 피고를 불리하게 처우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가 본인과 부양가족을 위해 생계활동을 하여야 하는 지위에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직이 금지된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경쟁회사에 취업하여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피고는 희망퇴직을 위한 공통된 절차로서 전직금지 약정이 포함된 이 사건 각 서약서에 서명하여야 했고, 이러한 서명을 거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피고가 이 사건 각 서약서의 작성을 강요당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고, 피고로서는 희망퇴직에 따른 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일반퇴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부품의 개발·제조업과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는 핵심 인력의 경쟁업체 이직 과정에서 영업비밀의 유출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고, 영업비밀 유출이 발생한 뒤에는 유출 사실을 입증하거나 사후적으로 손해의 발생 및 범위를 입증하여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원고로서는 영업비밀 기타 보호할 가치 있는 각종 중요 정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양상익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