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광섬유 및 광학요소 제조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피고에서 품질관리과장으로 재직하였던 사람이다.
원고 A는 망인의 배우자이고, 원고 B은 망인의 아들이다.
망인은 2022. 11. 21. 또는 2022. 11. 22.경 피고 본점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5층 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아래와 같이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망인의 상속인들인 원고 A에게 276,029,328원, 원고 B에게 184,019,552원의 손해배상금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망인은 이 사건 건물 전체 화장실 및 여직원 탈의실 청소, 직원들의 심부름 등과 같은 온갖 잡무에 시달렸다. 이로 인하여 망인은 수치심을 느꼈을 뿐 아니라, 손끝이 하양게 탈색되었고, 휴대용 청소기를 사비로 구입하기도 하였다.
망인은 하루 12시간 가까이 근무하였고, 토요일에도 근무하였다. 망인은 피고에게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고, 이에 망인은 사표를 제출한 뒤10일도 지나지 않은 2022. 11. 21. 투신하였다.
피고는 옥상 휴게 공간에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피고 회사 직원들 중 2022. 11. 21. 점심시간 이후 망인을 본 사람이 없었는데, 피고는 근태관리를 하지 않아 망인이 사라진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의 근무 규정에 따르면 피고의 야간 당직자들이 매일 19:00부터 22:00까지 1시간 간격으로 이 사건 건물 외부를 순찰하게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찰을 하지 않아 망인의 추락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청구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 및 피고의 망인에 대한 퇴직급여 미지급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 A에게 30,000,000원, 원고 B에게 15,000,000원의 위자료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피고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5다221668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호증의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망인이 2021. 11. 22.부터 2022. 10. 30.까지 사이에 총 16주에 대하여 주당 52.02에서 58.35시간을 근무한 사실, E은 경찰 조사에서 망인이 사망하기 며칠 전에 직장 상급자인 E에게 "힘들어서 퇴사를 해야겠다"라고 하였고, 이에 대하여 E이"나가면 제가 나갔지 과장님(망인)의 퇴사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답하였다고 진술한 사실, 망인이 사망 하루 전에 E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 증인 E이 이 법정에서 '망인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했던 것은 맞고, 피고 회사가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에 비해서 업무가 타이트한 편인 것은 맞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긴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제3호증의 기재, 증인 E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 및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증인 E은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를 한 적이 없고, 청소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 밖에 망인이 이 사건 건물의 청소 등 잡무를 담당하였음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망인이 2021. 11. 22.부터 2022. 10. 30.까지 사이에 총 16주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기간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그중 14주의 경우 그 근로시간이 52.2시간 미만으로 주당 0.2시간(=12분) 이하의 시간이 초과되었다. 한편, 망인은 2021. 12. 6. 부터 2021. 12. 12.까지 58.35시간, 2022. 1. 3.부터 2022. 1. 9.까지 55.47시간 근무하였는데, 이는 망인이 사망한 2022. 11. 21. 내지 2022. 11. 22.로부터 10개월 이상의 간격이 있으므로, 망인이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인 E또한 '망인이 속한 팀의 야근이 한 달에 2~3번 정도로 잦지는 않았고', '망인이 맡은 업무 중에 굉장히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만한 업무는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증인 E은 망인이 문서작업을 주로 하였고, 가끔 현장 순찰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현장 순찰 후 별도로 보고하지 않고 퇴근할 수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고가 망인이 사라진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의 과실이라 보기는 어렵다. 한편, 망인이 19:00부터 22:00까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에서 추락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증인이 1996년부터 2024년까지 피고에서 근무하는 동안, 망인 외에 다른 사람의 투신사고가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망인이 근로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 옥상에서 추락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화성시장이 발급한 망인의 장애인증명서에는 "지체(하지기능) 3급"이라 기재되어 있고, 증인 E은 '망인에게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은 없었고, 일상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었으며, 보행시 다리를 절뚝거렸으나 휠체어 등 다른 보조기구 사용 없이 보행을 하였고, 품질관리팀의 현장점검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달리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망인에게 말이 어눌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며, 양쪽 팔이 불편한 장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의 불법행위로 망인이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움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자료청구 중 이를 전제로 하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망인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 미납 부담금 638,105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긴 한다. 그러나 재산상의 손해로 인하여 받는 정신적 고통은 그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전보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것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상 손해배상으로써 이는 위자되는데(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다38971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의 위 금원 미지급으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전보될 수 없을 정도의 심대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자료청구 중 피고의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하는 부분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민(재판장) 김경하 소민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