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3. 10. 18.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다툼 없는 사실)
원고는 1989. 12. 14. 피고회사 울산공장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피고회사 울산공장 징계위원회로부터 "(동료 B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회사의 제규칙을 위반하여 사내질서 문란"을 사유로 2013. 10. 15.자 '권고사직'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원고가 사직서를제출하지 않자 징계규정 제16조에 따라 2013. 10. 18.자로 '징계해고' 처분(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을 받았다.
원고의 주장
원고가 B와 오랜 기간 친하게 지내다보니 성적 의도 없이 옆구리를 찌르거나 엉덩이를 툭 친 적이 있고, 이는 옳지 못한 행동이므로 징계사유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원고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성희롱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여직원에게는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원고의 여자 친구가 B에게 모욕적인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 B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위 문자메세지 사건으로 B 가족이 피고회사에게 원고를 진정하여 조사하던 중 원고가 B의 옆구리를 찌르고 엉덩이를툭 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피고회사는 그 즉시 계도나 경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성희롱의 정도, 원고가 약 25년 동안 징계 없이 근무해온 사정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해고는 징계의 양정이 과도하므로 무효이다.
징계의 양정이 과도하여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이때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사실의 인정
다음 사실은 갑 제1, 2, 3, 7, 9, 10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원고(1965년생, 근속년수 28년)는 2013. 2.경 자신보다 14세 어린 B(1979년생, 근속년수 13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쳤다(이하 '이 사건 성희롱 행위'라고 한다). 그러자 B는 원고를 따라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고 뭐라고 한다. 친해도 신체접촉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였다.
원고는 그로부터 몇 달 지난 2013. 8. 30.경 여자 친구의 부친상을 이유로 개인휴가 중이었는데, B는 2013. 8. 31. 01:05, 01:21 두 차례 원고에게 아래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위 문자 메시지를 본 원고는 같은 날 02:01경 B에게 문자를 보냈고, 이후 둘은 몇 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이를 원고의 여자 친구가 알게 되어 원고는 여자 친구와 다투게 되었다. 다툼 소식을 들은 B는 같은 날 02:25경 원고의 휴대전화로 아래 내용의 사과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원고의 휴대전화번호로 16:39, 16:40, 19:29 3차례에 걸쳐 B에게 아래 내용의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아래 문자 메시지는 원고가 아닌 원고의 여자 친구가 원고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보낸 것이었다(이하 '문자 메시지 사건'이라고 한다).
B의 언니 C은 2012. 9. 2. 피고회사에 '원고랑은 평소에 이런저런 문자를 보내왔길래 친하다 생각해서 보낸 문자였는데, 원고는 그 문자로 인하여 여자 친구와 싸우게 되었고, 그것이 미안해서 사과했음에도 여자로서 듣기 수치스러운 문자를 보내왔다. 정말 평소에 원고와 농담도 주고받는 동료라 스스럼없이 생각했지만 이런 문자를 반복해서 보내니 몸이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위 진정 이후 피고회사는 2013. 9. 6. B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문자 메시지 외 성희롱(언어적, 신체적)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하였고, B는 이 사건 성희 롱 행위와 그 이전에도 원고가 B의 옆구리를 찌르고 움켜잡거나 엉덩이를 치기도 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사건 성희롱 행위 이전에 원고 및 B와 같은 부서의 D은 원고를 포함한 부서원 전체에게 서로 신체적 접촉행위를 자제하라고 경고하고, 개별적으로 원고에게는 장난이 심하다는 취지로, B에게도 여러 사람이 보는데 보기 좋지 않으니 단호하게 거절하라는 취지로 주의를 주었다.
B는 2013. 9. 6. 이후에도 수차례 피고회사에 사실 확인서를 제출하였고, 원고에게도 진술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B의 남편 참석 하에 이루어진 2013. 9. 6.자 인터뷰(2013. 12. 19.자 사실 확인서는 위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따라 쓴 것으로 보인다)에 의하면 '당시 원고가 무안해지게 될까봐 적극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 못하였다. 적극 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히지 못한 이유는 직장생활을 계속해야하는데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면서도, 2013. 9. 30.자 사실 확인서, 원고에게 작성해준 자술서에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데 하루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장난이 심하다 느껴 직접 이야기 한 것이다.' 또는 '원고가 성적으로 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게 성희롱인가? 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나, 때에 따라 기분이 나빴을 뿐이다. 오히려 이 사건으로 주변에서 나를 원망하여 힘들다.'라고 하였다(그 외에도 2014. 1. 14.자 및 2015. 4. 22.자 사실 확인서가 있으나, 이는 B의 직장인 피고 회사의 요구로 지난 진술을 번복하는 취지로 작성되었거나, 이 사건 소송계속 중에 피고회사의 요구로 작성된 것이므로 사실인정시 고려하지 아니한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해고 이전에 원고에 대하여 역시 조사하였는데, 원고는 2013. 9. 11. '문자 메시지 사건은 자신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여자 친구가 보낸 것이고 당황스럽고 죄송하다'는 취지와 '몇 개월 전 B의 엉덩이를 쳤는데(수차례)친밀감의 표시였고 상대방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아프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취지의 각 사실 확인 작성하여 피고회사에게 제출하였고, 피고회사 직원과의 인터뷰에서는 '친밀감의 표현으로 장난삼아 엉덩이를 치거나 옆구리를 찌른 적 있는데, 정확한 횟 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월 1회이고 여자 친구를 만난 이후(2013. 2.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이야기 하였다.
B는 2013. 11. 14.부터 2013. 12. 12.까지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위 사건으로 인한 소문과 비난, 원고의 해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동료들의 태도 때문에 직장생활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며 울기도 했다.
피고회사 취업규칙은 '견책, 근신, 정직, 강직, 권고사직, 징계해고'라는 6가지유형의 징계를 정하고 있고, 견책, 근신, 정식, 강직의 사유로는 '회사 내에서 다른 사원의 업무에 지장을 주는 성적인 행위를 한 때', '회사의 제규칙 또는 명령을 위반하여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를, 권고사직, 징계해고 사유로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때'를 정하고 있다.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 즉, ① 원고는 B의 15년 선배로 직장 상사인 점, ② D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이후에도 이 사건 성희롱 행위를 저지른 점, ③ 이 사건 성희롱 행위는 한 차례가 아니라 그 전부터 반복되었던 점, ④ 피고회사는 취업규칙으로 성희롱을 해고사유로 두고 있고, 윤리규범에서도 성희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점, ⑤ 이 사건 성희롱 행위 자체는 일반적으로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가볍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성희롱 행위가 비난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에 의해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성희롱 행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보기 어려워서, 피고회사가 그 징계로서 원고를 해고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B는 원고와 수년간 친하게 지내며 원고를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러왔고 이 사건 성희롱 행위 이후에도 원고에게 '나 휴직하니 보고 싶어도 참아요'라는 친근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원고와 매우 친한 관계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성희롱 행위로 인하여 피고회사 내의 풍기가 문란하게 되었다거나, 피고회사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크게 악영향을 끼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아무리 친한 관계더라도 이 사건 성희롱 행위는 명백히 친근함의 표현 수위를 넘는 행위이고 주변 동료들이 보면 눈살을 찌푸릴만하다고 볼 수밖에 없으나, 위와 같은 원고와 B의 관계, B는 이 사건 성희롱 행위나 그 유사한 신체접촉행위에 관하여 단 한 번도 원고를 진정한 적 없는 점(반면 B는 아무리 친하더라도 수치심을 느꼈 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문자 메시지 사건에 관하여는 가족을 통하여 원고를 진정하였다), 원고가 다른 여직원에게는 같은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성희롱 행위를 한 원고나 이를 당한 B 모두 평소에는 위 행위를 별로 문제 있는 행동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B가 단 한번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것에 대하여 B는 '찰싹'소리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또는 다른 사람이 심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에 경고하였다고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성희롱 행위는 B의 문자 메시지 송신과 이를 본 원고의 전 여자 친구의 오해 등으로 인한 과잉반응으로 인하여 비로소 피고회사 인사권자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당시 B가 받은 고통은 원고의 여자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 때문으로 보이고, 원고의 이 사건 성희롱 행위 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비위사실인 이 사건 성희롱 행위의 내용 및 성질을 충분히 고려하여 징계의 양정을 하였어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피고회사가 예정하고 있는 징계는 다양하나, 이 사건 성희롱 행위에 대하여는 B나 다른 직원들의 탄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고회사에 28년 동안 근무하면서 단 한 차례의 징계도 받은 적 없는 원고에 대하여, 정식의 경고나 더 낮은 수위의 징계 없이 가장 중한 징계인 이 사건 해고를 한 측면을 고려하면, 피고회사는 이 사건 해고 처분을 함에 있어 원고의 과거의 근무태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측면도 있다(피고 회사는 한차례 경고하였음에도 다시 이 사건 성희롱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나, D의 경고를 피고회사의 경고나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
B가 이 사건 해고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 성희롱 행위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해고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B는 이 사건 성희롱 행위의 피해자로서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일로 인하여 원고가 전격 해고된 것에 대하여 자책하고, 주변으로부터도 비난을 받아 힘들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회사는 징계의 양정을 함에 있어 이러한 피고회사 사업장의 여건, 피해자의 상황 등을 고려함이 상당하다.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동운(재판장) 문기선 김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