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19. 1. 10. 선고 2018고단143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울산 중구 B에서 'C'라는 상호로 천막제작 및 설치업을 경영하는 개인사업주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책임자인바, 피고인은 울산 북구 D에 있는 주식회사 E 울산센터로부터 공사금액 1,700만원의 천막 철거 및 교체공사를 발주받아 2018. 1. 24.부터 2018. 1. 31.까지를 공사기간으로 하여 시공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8. 1. 30. 12:53경 주식회사 E 울산센터에서 피해자 F(49세)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 4명으로 하여금 높이 8.3m 상당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노후된 천막을 철거하는 작업을 지시하였다.

사업주는 위와 같이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작업, 높이 2미터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여야 하고,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방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안전조치 의무 및 같은 내용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근로자들에게 안전모, 안전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발판, 안전방망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업무상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주식회사 E 울산센터 G동 창고 지붕에서 천막제거 작업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하여 두부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사업주로서 수행한 이 사건 천막 철거 및 교체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이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고인의 검찰 진술이 있다. 피고인은 검찰피의자신문 당시 자신이 이 사건 공사를 1,700만 원에 도급받아 직접 피고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시공하였고 피고인에게 30만 원 이상 일당을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러 사실은 1,700만 원에 도급받은 이 사건 공사를 피해자에게 1,200만 원에 일괄 하도급 주었을 뿐 피해자를 근로자로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위 검찰 진술을 번복하였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그 계약 형식이 민법상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 면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한 종속적 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업무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사회·경제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피해자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고인의 근로자인지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은 독립적인 사업주일 뿐 피고인이 사용한 근로자라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의 검찰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피해자는 'H'라는 상호로 천막 제작 및 설치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사업주로서 이 사건 직전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피고인으로부터 총 12건의 천막설치공사 등을 수주한 다음 사업자 대 사업자의 지위에서 피고인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바 있다.

2)

이 사건 공사를 위한 천막 재료를 피해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직접 구매하여 자신의 작업장에서 직접 천막을 제작하였으며 이 사건 공사현장 근로자들도 모두 피해자가 직접 일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고용하였다.

3)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한 사람은 피해자 자신이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한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피고인의 검찰 진술 이외에 없다.

4)

이 사건 사고 직후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붓아들인 I에게 '피해자의 일을 끝내야 하니까 아들인 네가 도와 달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하였다는 1,2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하였고, 그 후 피고인이 직불하기로 하거나 이미 직불한 재료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635만 원을 실제로 I에게 지급하였다

5)

근로복지공단울산지사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과거부터 동업으로 일한 사업주였다는 점, 피고인과 관계에서 정해진 일당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공사완료 후 정산하여 수익을 배분한 점, 피고인으로부터 특정한 업무지시를 받지 않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대가는 세금계산서합계표 등을 볼 때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인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피해자의 유족이 청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유족급여청구를 기각하였다.

6)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를 일당 근로자로 사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피고인이 직접 시공하였다고 진술한 경위에 관하여, 오랜 지인인 피해자의 유족으로 하여금 산재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후 유족급여청구를 위해 '자신이 피해자를 이 사건 공사에 투입한 고용주이고 피해자가 공사현장에서 추락 사망하였다'는 내용의 사고경위서를 작성해 주고 근로복지공단에 자신이 고용주라고 진술한 점, 피해자의 49제에 참석하여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 전혀 모르던 피해자의 처에게 자신이 경찰에서 피해자를 일용직으로 고용했다고 진술하였다고 말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은 수긍할 수 있다.

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근로자인 피해자의 사업주임을 전제로 근로자 보호에 관한 업무상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지적하고 있으나, 피해자는 수급인으로서 독립적인 사업자일 뿐 피고인의 근로자가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주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한편,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없는바(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545 판결 등 참조),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보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상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부여되어 있거나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작업에 관하여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주옥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