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김해시 B에 있는 C 주식회사의 대표로서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판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및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8. 16.부터 2018. 2. 1.까지 근무한 근로자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휴일 및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은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근로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1부를 D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투고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D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이 있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D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근로계약 체결 당시 내가 근무하던 E마트 대구점으로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 본사에서 배송되어 오는 납품박스 서류봉투 속에 나를 포함한 C 소속 다른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 원본 1부씩이 들어있었고, 나와 다른 근로자들이 거기에 서명한 후 근로계약서 원본을 다시 본사로 보내주었으며, 그 이후에 본사로부터 근로계약서 사본조차 교부받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E마트 대구점에서 D과 함께 근무하였던 C 소속 근로자 F은 이 법정에서 '본사 소속 직원이 직접 E마트 대구점에 와 나에게 근로계약서 2부를 교부하며 서명하도록 하였고, 그 중 1부를 가져갔다'고 증언하였다. 근로계약서 교부 경위에 관한 앞서 본 D의 진술은 위와 같은 F의 진술과 배치된다.
C 소속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교부 업무를 담당하는 노무관리 직원 G 역시 수사기관에서 'C에서는 근로자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데, D과도 근로계약서를 함께 작성하였고, 근로계약서 1부를 D에게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는 피고인의 변소 및 F의 위 진술과 부합한다.
피고인은 통상적으로 노무관리 직원을 통해 근로자들의 면전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서 1부를 교부하는 방식을 취해온 것으로 보인다. D의 진술 외에 피고인이 근로계약서 원본을 우편이나 택배 등을 통하여 근로자에게 보내고 근로자가 거기에 서명을 하여 본사로 다시 근로계약서 원본을 보내도록 하는 방식을 취해온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D은 2018. 2. 1.경 퇴사하기 전까지 피고인이나 본사에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실을 문제 삼은 바 없고, 근로계약서를 교부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그런데 위 퇴사 시점에 피고인과 급여 추가 지급에 관한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자 그제야 근로계약서 미교부를 이유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 위와 같은 고소 시점과 경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D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된다.
나아가 검사는 피고인이 D에 대한 근로계약서 교부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인 '근로계약 설명·교부 확인서'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내세우고 있다.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통상 근로자들로부터 근로계약서 교부 사실을 증빙하는 '근로계약 설명·교부 확인서'를 수령하여 보관하여 온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확인서는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용이하게 입증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령, 보관하는 서류일 뿐이고, 업무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 등으로 그 수령 절차가 누락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형사재판에 있어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는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확인서를 수령,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민사재판이었더라면 입증책임을 지게 되었을 피고인이 그 쟁점이 된 사항에 대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위와 같은 형사재판에서의 입증책임 원칙이 다르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이다.
위와 같은 확인서를 수령, 보관하지 않았다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검사로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통해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실을 입증하여야만 하고,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위에서 든 증거와 그 밖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를 모두 모아 보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송명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