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0. 6. 25. 선고 2019노109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D에게 임금 및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부담금 등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회생절차에 따른 회생관리인 및 사전조사위원의 결정에 의한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아니한다.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양산시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 상시근로자 2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금형부품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1)

근로기준법위반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7. 2. 1.부터 2018. 1. 31.까지 영업관리직으로 근로하고 퇴직한 D의 2017. 11. 임금 및 2018. 1. 임금 각 6,538,470원 등 임금 합계 13,076,94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용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퇴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부담금 및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납입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D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부담금 21,123, 322원, 지연이자 2,583,947원 등 합계 23,707,269원을 당사자 간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D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 계정에 납입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

기업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56조 제1항]. 그러나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하고,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업무수행 등을 하는 것이고,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의 일정 행위에 대하여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나(채무자회생법 제61조 등 참조), 채무자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상태 등을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법원의 감독을 받게 된다(채무자회생법 제91조 내지 제93조 등 참조).

이러한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지위 및 역할, 업무수행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관리인이 체무자회생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금 사정의 악화나 관리인의 업무수행에 대한 법률상의 제한 등에 따라 불가피하게 근로자의 임금 또는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면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되는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인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는 채무자가 회생절차의 개시에 이르게 된 사정, 법원이 관리인을 선임한 사유, 회생절차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상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관리인이 채무자 또는 사업의 회생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업무수행의 내용과 근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협의 노력, 회생절차의 진행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으로서는 D의 임금 및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부담금 등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는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는 책임조각사유가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금형제조 및 제작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2014년경부터 매출대금 회수 지연, 매출감소 등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금융기관 차입금뿐만 아니라 상거래채무도 변제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이게 되었다.

2)

이에 따라 이 사건 회사는 2017. 12. 4. 부산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 (2017회합1034)을 하고(이하 '부산지방법원 회생절차'라 한다), 12. 13.부터 위 법원에 임금, 부품구입, 대금지금 등 각종 지출 내역과 관련하여 지급허가를 구하고, 그 결정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여 왔다.

3)

이 사건 회사는 2017. 12. 13.부터 12. 18.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위 법원에 2017년 11월분 임금 지출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법원은 그 무렵 D를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임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을 불허하였고, 이에 이 사건 회사는 12. 21. 위 법원에 D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하는 등 D의 2017년 11월분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4)

위 법원은 2018. 4. 4. 10:00 이 사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따로 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을 관리인으로 삼았다. 부산지방법원 회생절차는 2018. 9. 28. 폐지되었는데, 동 절차가 지속되는 동안 이 사건 회사는 위 법원의 엄격한 관리하에 자금을 집행하였다.

5)

D는 이 사건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회생절차가 진행되던 중인 2018. 1. 31. 퇴직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이 사건 회사는 위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당시 위 법원의 허가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D의 임금 및 퇴직금을 미지급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6)

한편 이 사건 회사는 2018. 10. 31. 울산지방법원에 재차 회생절차개시신청(2018회합527)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9. 3. 19.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면서 F을 관리인으로 선임하였다.

7)

D는 재차 개시된 울산지방법원 회생절차에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조사위원은 "D의 채권은 피고인이 D를 상대로 업무상 배임 등으로 고소한 사실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응 부인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8)

피고인은 D를 제외한 36명의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이 사건 회사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공소사실의 요지

위 2.의 가.항과 같다.

2.

판단

위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우철(재판장) 장성신 정제민

각주1) 공판기록 제94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