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C본부 등 산하 5개 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 및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이다. 주식회사 D(이하 ‘D’이라고만 한다)은 피고 산하 발전소에 경비인력을 공급하여온 경비용역 및 근로자파견회사이고, 원고는 D을 통해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가 현재는 피고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원고의 피고 C본부에서의 근무 경위 등
피고 C본부는 경영관리처 등 4개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경영관리처 소속 총무팀은 총무파트, 재무파트, 예비군중대팀(C중대본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비군중대팀에는 C중대본부 직장예비군 중대장 E와 과장 F가 소속되어 있었다.
C본부는 2014. 1.경 피고 인재경영처에 ‘건설공사로 인한 출입관리업무의 증가’ 등을 이유로 특수경비원 1명의 충원을 요청하여 승인을 받았고, 피고는 2014. 2.경 D에 C본부에서 근무할 특수경비용역 1명의 증원을 요청하였다.
D은 위 요청에 따라 C본부에서 근무할 경리사무원(계약직) 1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고, 여기에 원고가 지원하여 원고는 2014. 10. 19. D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4. 10. 20.부터 2015. 11. 22.까지로 하여 C본부에서 서무직 사원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중대장 E의 사무실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
D은 2015. 10.경 원고의 근로계약기간이 2015. 11. 22. 만료됨을 이유로 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15. 11. 23.부터 더 이상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
원고의 피고에 대한 선행소송 경과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 2016가합1119호로, 주위적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관계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해당함을 주장하며 해고무효확인 및 해고기간의 임금 지급을, 예비적으로는 원고와 D 사이의 용역도급계약의 실질이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의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직접고용의무의 이행 및 그 불이행에 따른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전부 패소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원고는 부산고등법원 2018나53330호로 항소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2019. 5. 15.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하 ‘이 사건 선행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가 대법원 2019다240568호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9. 8. 29.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이 사건 선행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위 선행소송을 ‘이 사건 선행소송’이라고 한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
피고는 이 사건 선행판결에 따라 2020. 2. 24. 원고와 사이에, 원고를 피고의 6직급 사무담당원으로 채용하는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직접고용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원고의 호봉(피고 보수규정상 ‘기본등급’에 해당한다)을 1호봉으로 정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부터 피고 C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련 규정
파견법의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6, 30, 3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직급확인청구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이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라고 한다)의 근로조건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원고는 C본부에서 원고 이전에 F 과장이 담당하던 업무를 수행하였고, F의 직급은 인사관리규정 별표 2 직급 및 직능등급분류표상 ‘과장’에 해당하는 4(가)직급에 해당하므로, 원고에게도 이와 같은 직급이 부여되어야 한다.
설사 F가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라 파견 근로 당시 원고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피고에게 직접 고용된 원고의 근로조건이 낮아져서는 안 되므로, 원고에게는 피고의 직접 고용의무가 발생한 2014. 10. 20.경(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의 개시일)부터 피고 소속 일반직 정규직원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적용받는 근로자와 동일한 근로조건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피고의 2014년도 대졸·사무직·무경력자 최하위 직급 근로자의 신입사원 초임연봉인 34,670,000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주장하여 인용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대졸·사무직·무경력자 최하위 직급 근로자는 4(나)직급 1등급에 해당한다.
피고 별정직 관리규정에 따르면 6직급 직원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기한을 정하지 아니하고 월급제로 사용하는 직제외 사용인으로 단순·반복적이거나 노무 위주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되는 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 선행판결에서 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에 따른 원고의 업무가 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인 ‘사무지 원종사자’[한국표준직업분류(통계청 고시 제2000-2호) 분류번호 317], 즉 ‘일반사무직원을 보조하여 문서정리 및 수발, 워드프로세싱, 자료집계, 자료분석 등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에 따라 수행한 업무가 피고 6직급 직원의 업무인 ‘단순·반복적이거나 노무 위주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원고가 수행하였던 업무의 위와 같은 실질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하여는 피고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일반직 정규직원의 직급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원고와 같은 대학 졸업 수준의 사무직·무경력자 최하위 직급 직원은 4(나)직급 1 등급에 해당한다.
나아가 4(나)직급 1등급 입사자 중 대학 졸업수준 입사자의 경우, 해당 등급에서 3년 이상 실근무한 자 혹은 해당 등급 근무기간 중에 실시한 근무성적이 “C”이상인 자는 4(나)직급 2등급으로의 승급이 예정되어 있다. 대학 졸업자인 원고가 2014. 10.경 입사하였더라면 4(나)직급 1등급으로 입사하였을 것이고, 그로부터 3년 이상 근무를 하거나 근무성적이 “C” 이상이었을 것이므로 2017. 10. 20.경 4(나)직급 2등급으로 승급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4(나)직급 2등급으로 근무하였다면 설사 최근 2년간 근무성적이 “C”로서 최하위를 기록하였더라도 3년 이상 실근무한 경우에 해당하게 될 2020. 10. 20.경 “4(나)직급 3등급”으로 승급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4(나)직급 3등급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
호봉정정청구
법원은 사용사업주에 대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두고 있던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한다) 하에서의 판례이기는 하지만, 파견근로자들에 대해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어 사용사업주가 근로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에 사용사업주의 근로자와 동일하게 정규직 1호봉이 부여되고 이후 호봉승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법리는 현행 파견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2014. 10. 20.경 원고에게 보수규정 별표 2에 따라 초임기본등급인 7기본등급이 부여되었고 연 1회 호봉승급이 이루어졌다면 원고는 2021. 10. 21.경 14기본등급으로 승급하였을 것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의 기본등급을 14등급으로 정정할 것을 청구한다.
금전지급청구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직접고용계약 체결 이후 위 가.항 및 나.항에 의한 정당한 직급·호봉에 따라 지급하였어야 하는 임금 중 미지급 금액인 47,892,10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1예비적으로, 피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에 따라 정당한 직급·호봉을 적용하여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그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으로 원고를 고용하였으므로, 피고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정당한 임금과 실지급액의 차액인 47,892,10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1>
제2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에 따라 인정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한 것은 위 파견법 조항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정당한 임금과 실지급액의 차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47,892,10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직급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에 따른 주장에 관한 판단
F 관련 주장 부분
원고는 전임자인 F 과장이 자신과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이므로 자신에게도 F와 같은 4(가)직급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소장 제9~10쪽), 청구취지 제1항에서 그보다 낮은 4(나)직급 3등급 근로자 지위확인을 구하고 있고, 이는 원고에게 최초로 인정되었어야 할 직급이 ‘4(나)직급 1등급’임을 전제로 근속기간의 경과에 따른 가정적인 승급을 적용하여 산출된 직급이다.
그러나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는 파견근로자와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따르도록 일의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규정에서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보다 열위의 근로조건을 임의로 선택할 권리까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주장을 일종의 일부청구로 선해하더라도, 피고 인사관리규정의 해석상 4직급체계에 속한 근로자는 그 세부 등급 중 어느 하나에 배타적으로 속하게 되고 상위 등급과 하위 등급을 동시에 겸유할 수는 없다고 보이는바, 이처럼 상호 중첩 없이 분절된 등급체계를 고려할 때 상위 등급이 하위 등급을 포함하는 관계라고 볼 수 없고, 상위 등급이 다수의 하위 등급으로 분할되는 어떠한 가분적 관계에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바, 원고가 주장하는 형태의 일부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당사자들이 이 사건 소송에서 F가 원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인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 다투었으므로 이에 관하여도 참고적으로 본다.
갑 제3호증, 을 제1 내지 5, 28, 3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13. 10. 25. C본부의 보안업무 일체를 총무파트에서 중대본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하였고, 이에 C본부 중대장 E가 보안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며 E를 보조하기 위해 6직급 직원 G가 중대본부에 배치되어 “예비군/민방위 업무, 무기 및 탄약관리, 보안업무, 시설방호, 비상대비업무, 특수경비용역 관리(기성 제외), 직원 및 협력회사 출입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된 사실, ② G가 E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2014. 5.말경 타 부서로 배치되었고, 이에 2014. 6. 3.자로 F가 중대본부에 배치되어 “보안업무, 비상대비업무, 중대본부 행정지원, 특수경비용역 관리, 직원 및 협력회사 출입증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가, 원고가 이 사건 최초 근로계약을 체결할 무렵 다른 부서로 전출된 사실, ③ D이 원고를 채용하기 위해 냈던 채용공고의 제목은 “경리사무원 모집”이고, 자격 요건은 “고졸 이상”으로서 그밖에 경력·자격은 무관하다고 기재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과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 갑 제18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 즉 ①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당초 6직급 직원 G가 수행하던 업무였던 점, ② 4직급 직원인 F가 중대본부에 배치된 것은 G의 예기치 못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로 보이고, 실제로 F가 중대본부에서 E를 보조한 기간은 4개월 남짓에 불과한 점, ③ 원고는 고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할 뿐 다른 경력이나 자격은 요구하지 않는 채용공고에 응시하여 서류와 면접만을 거쳐 E의 보조인력으로 채용된 데 반해, 피고의 4직급 직원들은 필기시험을 포함한 공개경쟁시험을 거쳐 선발되어 전공분야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으로서 원고와는 업무범위와 권한, 책임의 정도가 상이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F가 원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직급 관련 주장 부분
원고는 이 사건 최초계약에 따른 업무는 자신의 채용 전후로 F 등 4직급 직원이 수행하던 것이고, 6직급 직원 1인이 원고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적은 없으므로 자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는 “6직급이 아닌 4직급 근로자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하면서 세부등급 특정 없이 4직급 전체를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로 주장하고 있다(원고 2021. 10. 29.자 준비서면 6쪽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피고 인사관리규정 제17조에 따른 4(나)직급 채용절차에서 선발된 근로자 집단 전체가 자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라는 취지로도 보인다.
그러나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는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가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의 규정이다. 파견근로자가 위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그 문언상 위와 같은 ‘해당 근로자’가 특정될 수 있어야 하고, 원고와 같이 특정 채용 경로를 거친 근로자 집단 전체를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 파견법 규정이 예정한 근로조건 결정의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의 ‘4직급’은 (가), (나), (다)직급으로 다시 나뉘고[원고는 대학졸업자의 경우 모두 4(나)등급으로 채용됨을 전제하고 있으나, 앞서 본 피고 인사규정 제17조가 직급별 학력을 정한 것은 최소학력을 정한 것으로 보이며 그 기준을 초과한 사람의 채용을 배제한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각 직급별로 여러 세부 등급이 존재하므로 4직급 전체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보는 경우 원고의 근로조건을 확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인다[원고는 (나)직급 최하위 등급인 1등급을 2014년 기준으로 적용해달라고 주장하나 그와 같이 최하위 등급을 적용해야 하는 근거도 알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선행판결을 원용한 주장 부분
원고는 이 사건 선행판결에서 4(나)직급 1등급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었고, 이 사건 선행판결이 원고 업무가 파견법상 파견대상업무인 ‘사무지원종사자’의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곧 원고가 ‘단순·반복적이거나 노무 위주의 업무’를 하는 피고 6직급 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결국 이 사건 선행판결에서 원고가 4(나)직급 1등급에 해당함이 이미 밝혀졌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선행판결은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원고가 파견근로 기간 동안 D으로부터 실제로 지급받은 연봉은 21,360,000원인 사실, 피고 소속 직원 중 대졸 무경력자로서 최하위 직급인 신입사원 초임의 2014년 연봉은 약 34,670,000원인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가 원고를 직접 채용하였을 때의 연봉을 산정함에 있어 위 34,670,000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명시적으로 다투지 아니하므로, 위 각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금을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갑 제3호증 16~17쪽)라고 판단하였을 뿐이고, 원고와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의 존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이 사건 선행판결은 ‘F가 타 부서로 전출될 필요가 있어 그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원고가 채용되었고, 원고가 F로부터 업무를 인수인계받았다’는 사실관계를 근거로 ‘원고가 F 과장이 담당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파견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근거일 뿐이고, 이 사건 선행판결에서 더 나아가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에 따른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의 존부까지 쟁점이 되었다거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가 ‘사무지원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 사건 선행판결의 판단으로부터 곧바로 ‘원고가 피고 4(나)직급 1등급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논리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원고가 4직급에 해당함을 인정하였고(원고 2021. 9. 6.자 준비서면 20쪽), 명백히 다툴 기회가 있었음에도 피고가 다투지 않고 자인한 사항을 이제 와서 다투는 것은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원고 2020. 12. 14자 준비서면 2쪽). 그러나 일방 당사자가 선행소송에서 명시적으로 다투지 못한 쟁점을 후행소송에서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입증책임 주장 부분
원고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9조 제4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관련 분쟁에서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고 있고, 이러한 법리를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1호 관련 사건에도 유추적용해야 하므로 원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가 누구인지를 피고가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증책임은 권리를 주장하는 쪽에서 부담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의 원칙이고, 기간제법은 그 예외로서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둔 것이며, 파견법의 경우 그러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민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라 입증책임을 분배할 수밖에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원칙과 예외를 전도시키는 것이어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승급 주장 부분
원고는 자신이 2014 10.경 4(나)직급 1등급으로 입사하였다면 매 3년 이상 실근무 시 승급되는 규정 또는 근무성적이 “C” 이상일 경우 승급되는 규정에 따라 2020. 10. 20.경 4(나)직급 3등급으로 승급하였을 것이라고도 주장하며 이에 따른 직급확인을 구하나, 현행 파견법상 원고의 직접고용이 간주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2014. 10.경 입사를 전제로 한 위와 같은 가정적 승급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한편,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근무성적 등급은 A~D로 구성되어 있어 C등급이 최하등급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근무성적이 최소 C등급 이상일 것을 전제한 원고의 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른 주장에 관한 판단
앞서 2. 가.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를 근거 규정으로 원용하면서도 원고의 동종·유사업무 수행 근로자가 피고 4직급 근로자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바, 이는 오히려 같은 항 제1호에 따른 주장 내용으로서 같은 항 제2호에서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이 사건 선행소송에서 원고의 피고 대졸·사무직·무경력자 최하위 직급의 임금을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었음에도 이 사건 직접고용계약에 따른 근로조건이 이보다 낮게 설정된 것은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위 규정은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 근로조건이 파견사업주와 사이에서 정한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지는 것을 금지할 뿐이다. 을 제7, 3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6직급 직원의 1년차 연봉은 35,364,000원으로 원고가 D으로부터 지급받은 수준(월 1,780,010원, 연 21,360,120원)을 상회하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직접고용계약상 근로조건은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
원고의 이 사건 직급확인청구는 이유 없다.
호봉정정청구에 대한 판단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소속 근로자의 호봉, 즉 기본등급은 매 근속 1년마다 1등급씩 상향되는 것으로서 피고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의 존재 및 유지를 전제하는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직접고용을 간주하지 않고 대신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할 뿐이므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한 이 사건 선행판결이 확정된 2019. 8. 29. 비로소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되고 그 때부터 원고에게 기본등급이 부여되어 근속 1년마다 상향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사용사업주에 대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두고 있던 구 파견법 하에서의 호봉승급 법리가 현행 파견법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이 볼 근거가 없다. 한편,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에게 피고 보수규정 별표 2에 따른 7기본등급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 또한 없다. 이와 전제를 달리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금전지급청구에 대한 판단
이상과 같이 원고의 직급확인청구 및 호봉정정청구가 모두 이유 없는 이상, 이와 같은 직급 및 호봉변경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위적 임금청구, 채무불이행에 따른 제1예비적 손해배상청구, 불법행위에 기한 제2예비적 손해배상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지혜(재판장) 임미경 신동욱
각주1) 원고는 제1예비적·선택적 청구원인으로 피고의 불완전이행에 따른 추완청구권을 주장하나, 이는 주위적 임금청구권과 별개의 청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중복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