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11. 18. 선고 2020나13069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제1, 2항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선박임가공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B(이하 ‘B’라고 한다)에 피고의 사업장에서 제작하는 유류운반선 E(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S18P 등 임가공을 도급 주었고, 원고는 2012. 2. 7.부터 B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12. 10. 9. 08시부터 18시까지 이 사건 선박의 유류탱크 위 블록에 탑재되는 데크스토어의 용접 작업을 하고, 이후 위 선박 왼쪽의 2번 물탱크 내에 있는 S18 블록(P)으로 이동하여 칸막이 용접 작업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다.

원고는 2012. 10. 9. 18:45경 이 사건 선박의 3번 물탱크에 출입하는 3m 높이의 계단식 사다리(N01번 스크링거에서 N02번 스트링거로 내려가는 사다리, 이하 ‘이 사건 사다리’라고 한다) 아래의 N02번 스트링거 바닥으로 추락하여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라.

한편 이 사건 사다리는 경사가 다소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고, 그 발판은 넓적한 철판이 아니라 사각형 막대 모양의 봉 2개로 되어 있으며, 사다리 아래 바닥의 왼쪽 윗부분에는 철제 빔이 노출되어 있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외상성 척추병증(경추5/6번)으로 인한 사지마비, 상악골 및 관골의 복합골절, 척수손상에 따른 신경인성 방광 등의 상해(이하 ‘이 사건 상해’라고 한다)를 입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내지 6호증, 을 제1, 5, 1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행하여지는 이 사건 선박의 건조작업 중 일부인 S18P 등 임가공을 분리하여 B에 도급을 준 사업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3호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와 B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안전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수급인 B가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 경사도, 발판의 구조, 높이 등에 비추어 안전사고의 발생위험이 높은 이 사건 사다리 주변에 이용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경고판 등을 설치하고, 발판인 막대 모양의 봉에 형광물질을 도포하거나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이 사건 사다리를 이용하는 근로자가 미끄러져 다치는 등의 안전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B로 하여금 사다리 이용시 추락 위험을 추상적으로 경고하는 내용의 교육에서 나아가 3접촉 승강법(사다리 이용시 한 손과 두 발 또는 두 손과 한 발이 사다리 난간이나 사다리 발판에 붙어 있는 상태로 이동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안전수칙에 대하여 교육하도록 하는 지도와 지원을 게을리하였다.

그런데 피고의 위와 같은 안전재해 예방조치 미비 및 안전교육 지도와 지원 부족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사용자인 B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1)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피고

이 사건 소가 사고 발생일인 2012. 10. 9.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나)

원고

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고가 영구장해 진단을 받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한 2015. 12. 31.부터 진행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위반으로 인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2)

3년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는 것인바, 여기에서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다는 것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고,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불법행위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되었을 때 비로소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2. 8. 선고 92다42583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용접작업을 위하여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건조중인 이 사건 선박 내부에 설치된 계단식 사다리를 내려가다가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었는데, 사지마비, 상악골 및 관골의 복합골절, 척수손상에 따른 신경인성 방광 등의 증상은 이 사건 사고 무렵부터 발현되었던 증상들인 점, ③ 이 사건 사고 이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위 사고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되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나 그 가족들은 이 사건 사고 당시부터 위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사실과 그 손해발생에 피고의 안전재해 예방조치 미비 등의 과실이 기여한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2. 10. 9.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18. 1. 31.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하고, 따라서 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3)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의 적용 여부

사용자는 고용 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고(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반채권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민법 제162조 제1항)

그런데 피고는 B에 이 사건 선박의 S18P 등 임가공을 도급 주었고, 원고는 피고가 아니라 B의 근로자인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피고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시공 부분만을 B에 도급하는 노무도급을 하였다거나 원고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함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사고로 원고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안복열(재판장) 김현진 신형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