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2. 2. 선고 2020노124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 C, D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A를 징역 8월에, 피고인 B, C, D을 각 징역 10월에 각 처한다.

다만,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들에 대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강요)의 점은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AA과 사이에 교섭하는 과정에서 한 언동은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에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강요)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A: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피고인 B, C, D: 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피해 회사 앞 도로를 가로막는 등의 방법으로 AA의 납품을 방해하며 자신들과 교섭에 임하지 않을 경우 1박2일 끝장투쟁도 각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납품방해 행위를 계속할 태세를 취하였다.

피고인 A는 2018. 11. 5. 13:10경 납품방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AA 회사와 Z의 1차 교섭자리에서 AA 대표의 위임을 받은 인사정보사업본부장인 피해자 AL에게 "Z와 회사가 직접 교섭을 하자."고 요구하고, 같은 날 15:20경 계속된 2차 교섭자리에서 회사측은 "상차된 물량을 우선 배송하고 교섭을 하자."는 입장을 전달하였으나, "교섭 전 배송은 불가하다."고 답변하였다.

같은 날 18:00경 계속된 3차 교섭자리에서 피고인 A는 "운송사(물류회사)를 단일화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하면 납품방해행위를 중단하겠다."라고 말하고, 같은 날 19:35경 4차 교섭자리에서 피고인 A, 피고인 B은 추가로 "불법증차된 차량 4대를 배제한다는 내용을 확약서에 넣어달라."라고 말하고, 같은 날 20:15경 5차 교섭자리에서 피고인 A, 피고인 B은 "민형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해달라."라고 요구하였다.

계속하여 같은 날 20:45경 6차 교섭자리에 동석한 피고인 C, 피고인 D은 "배차를 못받는 노조원 2명에 대해 정상적으로 배차해준다는 내용을 넣어달라."고 추가로 요구하였고, 회사측에서 그것까지 확약서에 기재하기는 어렵고 실무협의시 추가로 논의하자고 하였으나, 피고인 C, 피고인 D은 "위 문구 미삽입시 협약서 인정하지 못 한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하며 협상장소를 이탈하였다.

같은 날 22:40경 계속된 7차 교섭 자리에서도 회사측은 '계약해지 노조원 복직요구 수용시 비조합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 비조합원이 모두 상생해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였으나,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이 우선이다. 물류사 단일화하면 문제 해결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AA의 납품이 약 17시간 가량 중단되었고 AA 대표 및 임직원들은 피고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납품방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고객사인 AB 공장의 가동이 멈추게 되어 익일부터 1시간당 약 13억 원 이상의 막대한 '클레임비용'을 지불해야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고객사와의 신뢰가 깨져 향후 납품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였다.

결국 물량 배송을 차단한 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며 1박2일 투쟁하겠다는 피고인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여, 2018. 11. 5. 23:55경 8차 교섭자리에서 피해자 AL은 피고인들을 비롯한 Z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한다는 내용의 확약서에 서명하여 이를 작성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를 협박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확약서를 작성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① 당시 AA분회의 화물차기사들 및 Z 울산지부 조합원들은 집단적으로 다수의 화물차를 이용하여 인접도로를 차단하고 AA의 대체차량 출차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면서 납품방해 행위를 계속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사실, ② 위와 같은 운송 거부 및 납품방해 행위는 기습적으로 이루어졌고, 운송이 지연될 경우 AA은 원청인 AB의 클레임 및 사실상 유일한 거래처인 AB와의 신뢰 훼손으로 인하여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었던 사실, ③ AA 측에서 Z의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한 협의안을 제안하면서 일단 납품을 재개한 후에 추가적인 논의를 하자고 제안하였음에도 피고인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운송 거부 및 납품방해를 계속하려는 태세를 보인 사실, ④ AA은 Z를 아예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다가 집단적인 운송 거부 및 납품 방해가 이루어진 후에는 AA의 AL과 피고인 A 사이에 AA이 피고인들의 요구조건을 사실상 수용하는 내용의 확약서가 작성된 사실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의 언동은 AA 담당자들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로서 협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①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실력행위는 Z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권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② 피고인들이 동원한 수단이 처벌되는 위법한 행위이고, 피고인들의 권익이나 요구사항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가치라고 볼 수 없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율이 필요한 내용이며, ③ 피고인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반영하면서 추가적으로 논의하자는 AA의 제안을 거부하고 즉시 요구사항을 모두 수락할 것을 요구한 피고인들의 행위를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상당한 범위 내의 실력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은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그 방법은 통상 언어에 의하는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 한마디 말도 없이 거동에 의하여서도 할 수 있는데, 그 행위가 있었는지는 행위의 외형뿐 아니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주위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강요죄에서 협박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인지는 그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 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1도10451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도611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바, 피고인들의 행위를 협박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들에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강요)의 죄책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이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 A, B은 Z의 지역 간부로서, 피고인 C, D은 Z AA분회의 소속 조합원으로서 AA분회 소속 조합원들(이하 '조합원들'이라고 한다)이 AA의 화물을 운송함에 있어 그 물량을 보장하여 줄 것을 요구하면서 2018. 8.경부터 이 사건 운송 거부 및 납품방해가 있을 무렵까지 지속적으로 AA측에 교섭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AA은 조합원들과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계약 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

②

조합원들은 AA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AA과 화물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한 주식회사 AD, 주식회사 AC 등에 자신 소유의 차량 명의를 신탁하여 소유권과 운행관리권을 귀속시킨 지입차주일 뿐이다. 다시 말해 조합원들은 AA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는 물론 아무런 계약관계에 놓여 있지 않은바, 조합원들 및 조합원들이 속한 Z가 AA에 조합원들에 대한 운송 화물의 물량 보장을 요구할 법률상, 계약상 근거는 없어 보인다.

③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 조합원들은 AA이 AB에 납품하는 부품을 전담하여 운송하고 있어 사실상 AA에 전속되어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점, ㉡ 조합원들이 AB에 운송할 물량을 배정하고 상·하차를 관리하는 주체는 주식회사 AD 등 물류업체가 아니라 AA 소속 직원으로(공판기록 228쪽), 조합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AA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 위와 같이 AA은 조합원들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음에도 2008. 5.경부터 지속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조합원들 및 이들이 소속된 Z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고용을 보장하여 주고, 차량의 수급조절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에 협의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교섭하여 왔던 점, ㉣ 피고인들이 요구하였던 물류회사 단일화, 증차된 차량의 배제 등은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운송 물량의 보장'을 위한 것인데, 이는 운송하는 화물의 물량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조합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내용으로 AA이 직접 조합원들에게 운송할 화물을 배정하고 있는 이상 피고인들로서는 운송 물량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자인 AA과 교섭하는 것이 실효적일 뿐만 아니라 달리 이를 보장할 다른 방법도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되는데, 이와 같이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과 AA 사이의 관계, AA이 Z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여 왔는지 여부, 피고인들의 AA에 대한 요구의 내용과 이에 대한 AA의 결정 권한의 유무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지입차주인 조합원들과 Z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집단적 실력행사에 준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④

물론 피고인들이 조합원들의 운송 물량 보장을 위해 제시한 구체적인 요구 조건들의 내용이 AA의 영업활동의 자유 내지 계약체결의 자유를 다소 제한하는 측면이 있고, 위와 같은 조건들에 조합원들과 AA 사이에서만 조율될 수 없는 사항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요구 사항이 조합원들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점, '물류회사 단일화'의 경우 AA 내부에서도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위 조건에 찬성하는 견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AM의 법정진술, 공판기록 231, 232, 234쪽), AA 이 피고인들의 요구를 수용한 데에는 피고인들의 요구 조건이 AA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판단 역시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구체적인 요구 조건들이 그 자체로 심히 부당하거나 위법해 보이지 않는다.

⑤

당시 AA은 조합원들이 운송을 거부하며 물품을 반납하려고 하자 대체 차량을 준비하여 AB에 물품을 배송하고자 시도하였는바, 만약 피고인들이 단순히 운송만을 거부하였다면 AA과 사이에 실질적인 교섭력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는바(위 법률 제43조 제1항), 피고인들이 다소 과격한 수단을 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운송 거부 및 납품방해행위는 여전히 노동조합의 집단적 실력행사에 준하는 행위로서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조합원들이 집단적 실력행사를 하여 실질적 교섭력을 확보하려는 경우, 일반 사인간의 거래 내지 교섭에 적용되는 법리를 동일하게 적용하여 단순히 집단적 실력행사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강요죄를 너무 쉽게 인정한다면, 조합원들이 자신의 운송 물량 보장을 위해 어떠한 집단적 실력행사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오히려 당사자간 동등한 조건에서 교섭 내지 의사결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어 보인다.

⑥

AA 이 Z를 교섭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면서 먼저 납품을 재개한 후 교섭하기를 제안한 사실은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AA이 Z 및 조합원들을 수개월간 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조차 아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입장에서는 먼저 운송 거부 및 납품방해 행위를 종료하더라도 추가적인 교섭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수용될 수 있다는 충분한 기대를 갖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인들이 약 17시간 동안 운송을 거부하고 납품을 방해하면서 '1박2일 끝장 투쟁'까지 각오할 태세를 보였던 것은 맞지만, AA은 전국에 수 개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 연매출도 상당한 규모의 회사이고(AM의 진술에 의하면 AA의 2017년 기준 연매출은 3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증거기록 제1권 38쪽), 창립된 이래 부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증거기록 제5권 1650-11, 1652쪽), 이 사건 운송거부 및 납품방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청인 AB와의 관계에서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받거나 양자 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향후 납품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바,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인들의 행위는 AA 대표 및 임직원들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들과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A, B, C, D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