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선박임가공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C(이하 ‘C’라고 한다)에 피고의 사업장에서 제작하는 유류운반선 D(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S18P 등 임가공을 도급 주었고, 원고는 2012. 2. 7.부터 C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2. 10. 9. 08시부터 18시까지 이 사건 선박의 유류탱크 위 블록에 탑재되는 데크스토어의 용접 작업을 하고, 이후 위 선박 왼쪽의 2번 물탱크 내에 있는 S18 블록(P)으로 이동하여 칸막이 용접 작업을 하도록 지시받았다.
원고는 2012. 10. 9. 18:45경 이 사건 선박의 3번 물탱크에 출입하는 3m 높이의 계단식 사다리(N01번 스크링거에서 N02번 스트링거로 내려가는 사다리, 이하 ‘이 사건 사다리’라고 한다) 아래의 N02번 스트링거 바닥으로 추락하여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한편 이 사건 사다리는 경사가 다소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고, 그 발판은 넓적한 철판이 아니라 사각형 막대 모양의 봉 2개로 되어 있으며, 사다리 아래 바닥의 왼쪽 윗부분에는 철제 빔이 노출되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외상성 척추병증(경추5/6번)으로 인한 사지마비, 상악골 및 관골의 복합골절, 척수손상에 따른 신경인성 방광 등의 상해(이하 ‘이 사건 상해’라고 한다)를 입었다.
원고는 C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사고에 따른 일실수입 및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20. 6. 12. 울산지방법원 2018가단51913 손해배상(산) 사건에서 C와 피고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피고는 위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고, 2021. 11. 18. 울산지방법원 2020나13069 손해배상(산) 사건에서는 위 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2022. 3. 31. 대법원 2021다303172 손해배상(산) 사건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13,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 취지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서 든 증거들, 을 제2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행하여지는 이 사건 선박의 건조작업 중 일부인 S18P 등 임가공을 분리하여 C에 도급을 준 사업주로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3호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와 C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안전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수급인 C가 근로자에게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한 지도와 지원을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그 경사도, 발판의 구조, 높이 등에 비추어 안전사고의 발생위험이 높은 이 사건 사다리 주변에 이용자의 주의를 촉구하는 경고판 등을 설치하고, 발판인 막대 모양의 봉에 형광물질을 도포하거나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이 사건 사다리를 이용하는 근로자가 미끄러져 다치는 등의 안전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C로 하여금 사다리 이용 시 추락 위험을 추상적으로 경고하는 내용의 교육에서 나아가 3접촉 승강법(사다리 이용 시 한 손과 두 발 또는 두 손과 한 발이 사다리 난간이나 사다리 발판에 붙어 있는 상태로 이동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안전수칙에 대하여 교육하도록 하는 지도와 지원을 게을리 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안전재해 예방조치 미비 및 안전교육 지도와 지원 부족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사용자인 C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소가 사고 발생일인 2012. 10. 9.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개호비)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원고 주장의 요지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에게 개호비를 계속해서 지급해온 이상 소멸시효 완성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소송을 통해 확정될 개호비 총액과 근로복지공단이 그 시점까지 원고에게 지급할 개호비 총액을 확정할 수 없어 원고가 그 차액만큼의 손해를 알았다고 볼 수 도 없다.
구체적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여기에서 손해를 안다는 것은 현실로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안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발생을 예견할 수 있을 때를 포함한다(대법원 1977. 3. 8. 선고 76다1356 판결 참조). 이때 그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상해의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 후 후유증 등으로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민법 제766조 제1항에서 정한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9496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16다1125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인 2012. 10. 9.부터 손해 발생사실과 그 손해발생에 피고의 안전재해 예방조치 미비 등의 과실이 기여한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용접작업을 위하여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건조중인 이 사건 선박 내부에 설치된 계단식 사다리를 내려가다가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발생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상해를 입었는데, 사지마비, 상악골 및 관골의 복합골절, 척수손상에 따른 신경인성 방광 등의 증상은 이 사건 사고 무렵부터 발현되었던 증상들이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피고의 안전재해 예방조치미비 등의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인바,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개호비 지급의무와는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에게 개호비를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개호비 청구권의 소멸시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에 손해의 정도나 액수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소송을 통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개호비 감정 등을 거치지 않더라도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개호비 청구를 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고, 달리 개호비 청구와 관련한 법률상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사건 사고 이후 후유증 등으로 인하여 위 사고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되었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12. 10. 9.로부터 3년이 경과한 2022. 1. 10.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분명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개호비 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우(재판장) 이주황 이충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