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와 피고 B이 체결한 별지 기재 공장화재보험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공장부지 및 공장건물의 이용 현황
울산 남구 D 공장용지 17,334.9㎡(이하 '이 사건 공장부지'라고 한다)에 관하여 2015. 3. 3. 피고 B은 59643/110450 지분, 피고 B의 어머니인 E는 50807/110450 지분으로 각 공유지분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고, 피고 B은 2015. 3. 13. 이 사건 공장부지지상의 일반철골구조 칼라쉬트지붕 단층공장 2,750㎡(이하 '이 사건 공장건물'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피고 B은 E와 함께 2007. 5. 16. 'F'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사건 공장부지에서 철구조물 제조, 토사석채취, 골재매매,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등의 영업을 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 B 사이의 보험계약 체결 및 질권설정
원고는 2021. 5. 12. 피고 B과 사이에 이 사건 공장부지 지상의 이 사건 공장건물, 기계기구장치에 관하여 별지 기재와 같은 내용의 공장화재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이하 '이 사건 보험약관'이라고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C은행'이라고 한다)은 피고 B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장건물 및 기계기구장치에 관한 보험금지급청구권에 대하여 16억 원의 질권을 설정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의 공장현황
피고 B은 2022. 2. 10. 주식회사 G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장건물 중 H동 600평 부분을 차임 월 900만 원, 임대차기간 2022. 3. 15.부터 2022. 5. 15.까지로 정하여 임대하였다.
I 주식회사(이하 'I'이라고 한다)는 2022년 2월경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의 비파괴검사실 후면에 I의 스프레이 제품(J, K, L, M, N) 합계 60만 개(이하 '이 사건 스프레이'라고 한다)를 14,100개의 종이박스에 포장한 상태로 보관하였다. I은 2015. 7. 29. 주주총회 결의로 해산한 상태이고, F의 공동사업자 중 1인인 E가 청산인으로 등기되어 있다.
화재 사고의 발생
2022. 4. 4. 09:07경 이 사건 공장건물에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의 이 사건 스프레이가 보관되어 있는 지점에서 화염이 최초로 분출된 것이 확인되었고, 화재가 확대된 후 2022. 4. 4. 10:53경 완전 진화되었다.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공장건물 180㎡ 및 인근 공장 46.2㎡, 컨테이너 1동, 집기류, 차량 4대, 전봇대 등이 소실되었다.
울산광역시 119 재난대응과는 화재 현장조사 결과 '①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비파괴검사실 후면부(이 사건 스프레이 보관 지점)에서 최초 화염이 분출되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 지점을 최초 발화부로 한정할 수 있다. ② 옥내 케이블 트레이 소손부의 전선 단락흔과 옥외 전봇대 변압기 중 일부가 파괴된 상태로 확인되는데, 이를 보면전기적 과부하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케이블 및 변압기 코일의 절연불량으로 진행되면서 단락이 발생하여 이 사건 스프레이의 체류된 유증기를 통해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전기적 요인(과부하 또는 절연열화에 의한 단락)에 의한 발화를 단정할 수는 없다. ③ 화재발생 약 1시간 전에 신원미상의 2명이 발화부 인접 여닫이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장면이 목격되고 비파괴검사실 주변에서 담뱃갑과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되었는바, 담배꽁초 투척에 의해 이 사건 스프레이의 포장박스에 착화된 후 공기유입 등 축열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발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발화 원인을 판단하였다.
원고의 보험계약 해지 통보
원고는 2022. 4. 28. 피고 B에게, '2022. 4. 4. 이 사건 화재의 사고조사 진행 중이 사건 공장부지에 다량의 위험품(스프레이 제품 등)이 보험기간 중에 적치되었고, 이 적치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었기에, 위험의 현저한 변경 증가에 대한 피고 B(F)의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약관 제16조 및 상법 제652조, 제653조<1>에 의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2022. 4. 28.자로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상법 제652조 제1항에 의하여, 보험계약자인 피고 B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원고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피고 B은 I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장건물 내에 위험물인 이 사건 스프레이 60만 개를 보관하도록 하였고, 이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 B은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로 원고에게 위 사항을 통지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는 상법 제652조 및 제653조에 의하여 2022. 4. 28.자 해지 통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피고 B에 대한 보험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피고들
이 사건 스프레이를 보관한 것만으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되었다고 할 수 없다.
원고는 피고 B에게, 위험물을 적재하였는지, 어떠한 경우가 위험변경 내지 증가에 해당하는지, 보험료의 산정 기준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피고 B으로서는 이 사건 스프레이를 보관하는 행위가 사고 발생 위험을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시키는 사실에 해당하는지를 인식할 수 없었다.
상법 제653조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스프레이를 이 사건 공장건물에 보관한 행위는 O가 임의로 한 것이고 피고 B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피고 B에게 이 사건 스프레이 보관과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 B의 통지의무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 B의 통지의무위반과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는 상법 제655조<2> 단서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이 사건 스프레이의 보관이 위험변경증가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하는데(상법 제652조 제1항), 여기서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라 함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하고,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라고 함은 특정한 상태의 변경이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상태의 변경이 사고발생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해당된다는 것까지 안 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318 판결 등 참조).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 갑 제16, 17,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공장건물에 이 사건 스프레이 60만 개를 보관함으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원고가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에 이 사건 스프레이 60만 개를 보관한 사실은, 통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B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보험목적물의 업종 및 급수에 관하여 '금속가공 조립 및 의장, 3급'으로 고지하였고, 원고의 공장화재보험 요율서(갑 제16호증의 1)에 의하면, '금속가공 조립 및 의장, 3급'의 기본요율은 0.054이다. 그런데 이 사건 스프레이는 그 수량이 60만 개, 14,100 상자에 달하므로, 이를 보관하는 곳은 '창고'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봄이 상당한데, 원고 공장화재보험의 '부속창고' 요율은 그 보관물품을 보통품, A급위험품, B급위험품, 특별위험품을 다루는 경우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1급 내지 4급으로 구분하여 최소 0.103에서 최대 1.129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스프레이를 보관함으로써 '부속창고'의 요율을 적용하면 기존의 요율보다 최소 약 2배 이상 증가하게 되고, 피고 B이 납입하여야 하는 보험료가 훨씬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스프레이 중 일부에 해당하는, I의 '락카 페인트 스프레이 제품'에 관한 물질안전보건자료(갑 제17호증)에 의하면, 위 제품의 '유해성 · 위험성 분류'는 '폭발성 물질: 등급 1.1 / 인화성 가스: 구분 1, 인화성 액체: 구분 2 / 산화성가스: 구분 1 / 고압가스: 액화가스'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20년 12월 공표한 '화학물질의 유해성 · 위험성 분류 지침'에서는 유해성 · 위험성 분류 방법에 관한 기술적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위 제품의 유해성 · 위험성의 정도와 특성은 다음 표 기재와 같다. 이에 따르면, 위 제품은 상당한 유해성과 위험성을 가진 물질, 가스, 액체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계속해서 I의 '락카 페인트 스프레이 제품'에 관한 물질안전보건자료(갑 제17호증)에서는, 위 제품의 '폭발 · 화재시 대처방법 - 화학물질로부터 생기는 특정 유해성'에 대하여 '극인화성 가스, 고인화성 액체 및 증기, 고압가스 포함으로 가열하면 폭발할 수 있음, 격렬하게 중합반응하여 화재와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음, 증기는 점화원에 옮겨져 발화될 수 있음, 타는 동안 열분해 또는 연소에 의해 자극적이고 매우 유독한 가스가 발생될 수 있음' 등으로 설명하고, '안전한 저장방법'에 대하여 '열 · 스파크 · 화염 · 고열로부터 멀리할 것, 금연, 용기는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단단히 밀폐하여 저장할 것,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보관하고 저온으로 유지할 것, 직사광선을 피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에 보관할 것, 용기는 열에 노출되었을 경우 압력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열에 폭로되지 않도록 할 것, 잠금장치가 있는 저장장소에 저장할 것'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 사건 스프레이는 유해성 · 위험성 물질이 충전된 것으로서 안전하고 체계화된 관리 및 보관이 필요한 물건이다.
이 사건 스프레이는 LPG가스, DME가스(다이메틸에테르 또는 디메틸에테르) 등이 충전된 제품이다. 제품 1개당 가스 충전량이 최소 100g 또는 120g 전후였으므로,60만 개의 이 사건 스프레이의 가스 충전량을 최소 100g으로 계산하더라도 총 가스량은 60톤에 해당한다.
P 주식회사가 이 사건 화재에 대해 조사하고 원고에게 보고한 진행사항보고서에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및 그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고압가스의 경우 5톤 이상 보관 시 저장허가 및 안전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프레이(에어로졸) 제품은 내용액과 분사제가 밀폐용기 안에 혼합되어 있다가 제품 사용 시 분사제가 팽창하며내용액을 용기 밖으로 밀어내는 분무방식으로 작동하고, 금속 등의 용기 내에 액화가스, 압축가스 등을 충전한 후 내용물을 가스에 현탁시킨 고체 또는 액상 입자가 충전되어 있는데, 밀폐공간에서는 스프레이 제품의 표면온도가 216°C 혹은 250°C 이상이 되면 폭발한다. 당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연락하여 이 사고와 같이 일반 철골조 건물에 스프레이 제품 60만 개를 보관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문의하였는데, 스프레이(에어로졸) 제품과 관련하여, 고압가스 저장량이 5톤 이상인 경우 저장허가를 받아야 하고, 저장허가를 받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 벌칙 규정에 따른 처벌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울산광역시는 이 사건 화재에 대해 조사한 후, 피고 B이 이 사건 공장건물 내에 이 사건 스프레이 60만 개를 적재한 행위에 대하여, 사업주가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안전조치) 제1항 제2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2022. 4. 19.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통보하면서 검토를 요청하였다.
위험변경증가에 대한 피고 B의 인식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B은 이 사건 스프레이 60만 개를 이 사건 공장건물에 보관하는 행위가 화재보험사고 발생위험의 현저한 변경 · 증가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스프레이가 엄격한 관리를 요하는 유해성 · 위험성을 가진 제품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 B이 위와 같은 구체적 유해성 · 위험성까지는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스프레이류 제품들에는 가스가 충전되어 있고 화재에 유의하여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사건 스프레이의 외부에도 '가연성 화기주의', '고압가스를 사용한 가연성 제품으로서 위험하므로 주의하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스프레이가 총 60만 개, 14,100 상자에 이를 정도로 매우 많았고, 피고 B도 보험가입경위서(갑 제5호증)에 '스프레이 수량은 잘 모르겠으나 그 수량이 상당히 많았다'고 기재하였다. 실제로 이 60만 개의 스프레이를 보관하기 위해서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였다. 스프레이에 대한 위와 같은 보통의 인식, 상당한 수량 등에 비추어 보면, 사회일반인의 평균적 인식을 기준으로 보아도 이 사건 스프레이가 상당한 위험물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보험약관 제16조(계약 후 알릴 의무) 제1항은,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보험의 목적 또는 보험의 목적을 수용하는 건물의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위험이 변경되는 경우(제4호), 위험이 뚜렷이 변경되거나 변경되었음을 알았을 때(제7호), 계약자나 피보험자는 지체없이 서면으로 회사(원고)에 알리고 보험증권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정하고 있다. 피고 B은 보험계약자로서 이 사건 보험약관에 따른 의무를 부담하고 그 효력을 받는다.
이 사건 스프레이를 보관한 주체가 I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스프레이가 60만개에 달하여 이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였으므로, 위 스프레이를 이 사건 공장건물에 보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피고 B의 승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I은 2015. 7. 29. 해산된 법인이지만, 피고 B의 어머니인 E가 I의 청산인으로 등기되어 있고, 피고 B의 아버지 O가 I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B도 I과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 여부에 관한 판단
따라서 피고 B은 이 사건 보험약관 제16조 제1항 및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통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약관 제16조 제2항 및 제30조 제3항 제2호, 상법 제652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은 원고의 2022. 4. 28.자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
피고들의 인과관계 부존재 항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 위반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점, 즉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불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위 불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을 것이나, 위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측에 있다 할 것이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규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위 단서는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91405, 91412 판결 등 참조).
판단
이 사건 스프레이의 보관 사실과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사실과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 사정, 즉 ① 이 사건 화재의 직접적인 발화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기적 아크 또는 담뱃불로 인하여 발화가 시작되었고, 이 최초의 발화가 이 사건 스프레이가 포장된 종이박스류 및 내부 가연성 가스에 착화되어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 구조물로 연소가 확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으며, 현재로서는 이러한 판단이 가장 개연성 있는 발화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② CCTV 확인 결과,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약 1시간 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2명이 화재 발화부(비파괴검사실) 주변의 여닫이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모습이 확인되었고, 비파괴검사실 주변에서 담뱃갑과 다량의 담배꽁초가 발견되어 평상시 작업장 내에서 흡연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와 같은 공장 내부에서의 흡연행위와 위험물인 이 사건 스프레이를 다량으로 적재한 것은 모두 이 사건 공장건물의 소유자이자 점유자, 임대인인 피고 B의 관리 소홀로 볼 여지가 있는 점, ④ 이 사건 스프레이를 적재한 것 자체로 이 사건 화재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스프레이로 인하여 이 사건 화재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상정 가능한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스프레이를 이 사건 공장건물 내부에 보관한 사실과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원고는 보험계약자인 피고 B 및 보험금채권의 질권자인 피고 C은행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피고들이 이 사건 보험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채무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원고의 상법 제652조에 따른 계약해지 주장을 인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므로, 원고가 선택적으로 주장하는 상법 제653조에 따른 계약해지 주장 및 이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경숙(재판장) 박관형 이창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