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은 무죄.
이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사건정보
울산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2고단1780,2022
판결선고
2023. 6. 13.
울산지방법원
판결
2022고단1780
피고인은 (주)B의 대표이사로서 울산 북구 C, D에서 ‘E’ 다가구주택 및 오피스텔 신축공사를 시공한 사람이다.
피해자 F, 피해자 G, 피해자 H, 피해자 I은 피고인으로부터 위 신축공사의 내부마감 공사를 하도급받아 해당 공사를 완료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4.~5.경 울산 북구 J 소재 (주)B 사무실에서, 피해자들에게 ‘모든 공사비를 은행에서 지급해 준다, 매월 은행에서 기성금이 나온다, 그 기성금으로 공사대금을 바로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이를 믿은 피해자 F과 위 신축공사의 ‘수장공사’ 계약을 공사대금 1억 2,850만 원에 체결하고, 피해자 G와 위 신축공사의 ‘미장방수 공사’ 계약을 공사대금 5,200만 원에 체결하고, 피해자 H과 위 신축공사의 ‘외단열 공사’ 계약을 공사대금 5,100만 원에 체결하고, 피해자 I과 위 신축공사의 ‘도장 공사’ 계약을 공사대금 1,408만 원에 체결한 다음, 그 무렵부터 같은 해 10.경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위 계약에 따른 공사 용역을 제공받았음에도, 피해자 F에게 위 ‘수장 공사’ 대금 8,8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G에게 위 ‘미장 방수 공사’ 대금 3,4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H에게 위 ‘외단열 공사’ 대금 4,000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피해자 I에게 위 ‘도장 공사’ 대금 1,408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1억 3,000만 원 상당의 4대 보험료 미납금과 이전 공사현장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공사대금 채무 5억 원 상당 및 직원들에 대해 우선 변제되어야 할 임금 채무 3억 원 상당 등 약 10억 원 가량의 채무를 2년 이상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기존 채권자들이 위 신축공사 현장에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할 것이 예상되었으며,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사비 전액의 지급을 보증받은 사실도 없었으므로, 피해자들로부터 위 신축공사의 내부 공사 용역을 제공받더라도 그 공사대금을 제때에 지급할 만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합계 1억 7,608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피고인의 법정진술
G, H, I, F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M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수사협조의뢰(공사대금 지급내역 등), 수사협조의뢰(공사대금 지급내역 등 회신), 1차 기성, 2차 기성, 3차 기성, 4차 기성, 5차 기성, 6차 기성, 수사보고(참고인 N 전화진술 청취), 수사보고(피의자의 최근 근로기준법위반 사건 약식명령문 첨부)
법인등기부등본, 지급명령, 각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 합의서, 부가가치세 신고서, 수사자료 제출 표준도급계약서, 계좌별 거래내역서, 공사대금 지급표,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1차 변경),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2차 변경), 정산합의서
2022고단4585
피고인은 2019. 9. 9. 오전경 피고인의 주거지인 울산 남구 K 빌라 주차장 내에서, 피해자 L(여, 63세)가 미지급된 납품 대금의 변제를 요구하면서 그 곳에 주차되어 있는 피고인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BMW X5 SUV 차량의 우측 앞바퀴에 등을 대고 앞바퀴와 피해자의 몸을 붉은색 노끈으로 함께 묶어 놓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도, 주차된 차량을 운전하여 앞으로 출발시킴으로써 앞바퀴에 묶여 있는 피해자를 우측 바닥에 넘어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인 차량을 휴대하여 피해자에게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어깨관절, 경추, 요추의 염좌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L의 법정진술
수사보고서(이 사건 발생일 신고 내역), 근무일지 전산내역 캡쳐 1부
상해진단서
확인서, 현장 사진, 현장 사진(컬러)
[피고인과 변호인은, 당시 피해자가 자신의 몸을 노끈으로 피고인의 차량 앞바퀴에 묶어 둔 상태였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약속이 있어 빨리 가야 하니 일어나라’고 하자 피해자가 ‘가라’고 하여, 피해자가 차량에서 물러선 것으로 생각하고 차량을 출발시킨 것이므로, 특수상해의 고의가 없어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할 경우 피해자가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가능성을 용인하고 차량을 운전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공사대금을 주지 않아 피고인이 살고 있는 빌라 1층 주차장에 있던 피고인의 차량 앞바퀴에 피해자의 몸을 빨간 노끈으로 묶어두고 앉아 있었다. 피고인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이를 보고 피해자에게 노끈을 풀라고 말했으나, 피해자는 돈을 주면 풀겠다고 하면서 버텼다. 그러자 피고인이 운전석에 타 차량을 출발시켰고, 피해자는 2~3m 정도 차에 끌려가 넘어져 다쳤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에 노끈이 묶여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위 진술 내용은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주요 부분에서 일관적이고, 사건 직후 촬영된 사진(증거기록 88쪽),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작성한 근무일지내역(증거기록 9쪽)의 내용과도 부합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이 노끈으로 차량 앞바퀴에 묶여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차량바퀴에 노끈이 있었으나 피해자의 몸에 묶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하였으므로(증거기록 7~9쪽), 차량 바퀴에 노끈이 묶여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당시 피해자가 초록색 윗옷에 밝은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으므로(증거기록 88쪽, 녹취록 6쪽), 피해자의 몸에 묶인 붉은 노끈이 쉽게 눈에 띄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해자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차량을 출발시키기 전에 노끈을 풀라고 말하였다’고 일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이 피고인의 차량 앞바퀴에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는 점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 전에도 피고인의 사무실을 찾아가 돈을 갚으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무실에 남겨둔 채 자리를 피해버렸다(녹취록 2~3쪽). 피해자는 다리에 장애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피고인이 도망갈 경우 피고인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의 차량 앞바퀴에 노끈으로 자신의 몸을 묶은 것이었다(녹취록 3쪽). 피고인도 피해자의 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증거기록 78쪽). 당시 피해자는 피켓을 가져와 옆에 두고 큰 소리로 돈을 갚으라고 하여 주변 사람이 나와 쳐다보기도 하였다(증거기록 83쪽).
이와 같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강력하고 집요하게 채무 변제를 독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피고인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는 차량을 출발시키기 직전 차량 앞바퀴와 기둥 근처에 앉아 있었다(녹취록 8쪽).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다리가 불편한 피해자가 차량 앞바퀴 근처에 그대로 앉아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의 위치를 살펴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량을 출발시켰으므로, 당시 피해자가 이로 인하여 다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의 점), 징역형 선택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특수상해의 점)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 15년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제1범죄(사기죄)
[유형의 결정] 사기범죄 > 01. 일반사기 > [제2유형]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1년 ~ 4년
제2범죄(특수상해죄)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02. 특수상해 > [제1유형] 특수상해
[특별감경인자] 미필적 고의로 상해행위를 저지른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4개월 ~ 1년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년 ~ 4년 6개월(제1범죄 상한인 징역 4년 + 제2범죄 상한의 1/2인 징역 6개월)
선고형의 결정
불리한 정상: 피해자가 5인으로 다수임에도 어떠한 피해자와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음, 사기죄의 경우 편취금액이 1억 7,600만 원 이상으로 상당히 크고, 영세한 하수급업체인 피해자들이 이로 인하여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임, 특수상해죄의 경우 다리에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채무를 변제받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피고인을 찾아갔음에도, 자리를 피하고자 차량을 출발시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함
유리한 정상: 사기죄의 경우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자신이 맡은 공사를 완성하려다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임, 특수상해죄의 경우 피해자의 상해가 비교적 가볍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으로 보임,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음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보인 태도 등 여러 양형요소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함
무죄 부분 (2022고단4236)
공소사실
피고인은 건축공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O(주)의 직원으로 등재되어 부산 중구 P, 지상에 신축하는 15층 규모의 생활숙박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공사에서 총괄 현장 소장으로 일하였고, 피해자 Q은 위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사문서위조
피고인은 피해자 Q의 법인 명판과 인감도장을 몰래 소지하게 된 것을 기화로, 2020. 9. 일자불상경 부산 중구 남포동에 있는 상호 불상의 커피숍에서 R으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면서, ‘R이 O(주) Q에게 10억 원을 대여한다’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의 채무자란 및 주소란에 「‘(사업자등록번호 1 생략), O(주) Q’, 주소 : 경남 김해시 S, 건설업, 비주거용건물건설업 토목공사」라고 적힌 법인 명판과 법인 인감도장을 날인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피해자 명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위조하였다.
위조사문서행사
피고인은 2020. 9. 일자불상경 불상의 장소에서,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T을 통해 R에게 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제시하여 이를 행사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3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주고,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법인 명판과 인감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사실 및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위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주)U는 공소사실 기재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T에게 도급하려고 하였으나, T은 건설업 면허가 없었다. 이에 T은 피고인을 통하여 O(주)의 면허를 빌려 이 사건 공사를 하고, 피고인은 O(주)에 입사하여 현장소장으로 일하기로 하였다. 이후 (주)U는 2020. 8. 27. O(주)에 이 사건 공사를 공사대금 50억 원에 도급하였다.
(주)U는 대출을 받아 이 사건 공사대금을 마련하려고 하였는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총 공사금액 20% 정도의 자기자본금을 보유하여야 하였다. 처음에는 T이 위 돈을 마련하기로 하였으나 T이 이를 마련하지 못하자, (주)U는 R으로부터 9원 원을 빌려 위 돈을 마련하면서, 수수료 1억 원을 더하여 차용원금 10억 원, 이자 월 2%(2,000만 원, 6개월간 지급)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증하여 주었다.
R은 시행사인 (주)U가 차용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시공사인 O(주)도 연대보증의 의미로 동일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T, V가 이에 보증인으로 서명날인 할 것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O(주)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R과 T 등은 차용원금은 시행사가, 이자는 T이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T이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공사를 포기하게 되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주관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R의 요구에 따라 매월 O(주)가 지급받은 기성 공사대금 중 일부를 R에게 이자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 위 이자 지급문제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피해자는 R으로부터 위 돈을 돌려받고자 하였다. 이후 피해자가 다른 부분에서도 피고인의 횡령을 의심하여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O(주)의 법인 명판과 인감도장이 날인된 경위에 관하여, 피해자는 자신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T은 이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과 자신이 함께 피해자의 사무실로 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보여주자, 피해자가 도장을 건네주어 피고인이 명판과 도장을 찍었다’고 진술하였다. 위 증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이며, 도장을 찍은 경위가 자연스럽다.
T은 대구 삼덕동에서 R으로부터 서류를 받아서 네비게이션에 O(주)를 찍고 가주차장 쪽에서 피고인을 만났다. T이 R의 요구에 따라 O(주)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과연 피해자가 찍어주겠냐고 하자, 피고인이 같이 피해자를 설득하자고 하여 같이 사무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우측 끝에 사무실이 있고, 사무실로 들어가면 제일 안쪽이 피해자의 사장실인데, 소파가 길게 있었다. 피해자가 메인 자리에 앉아 있었고, T은 피고인 옆에 있었다. 피해자는 차용증을 읽어보고 서랍에서 도장을 꺼내 피고인에게 주었고, 피고인이 도장을 찍었다.
반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차용증 작성 경위는 다음과 같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줄 리가 없다고 했으나, T이 재촉하면서 금전소비대차계약서 2부를 건네주고 갔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를 하여 공사금액 중 일정 부분을 이윤으로 받으려는 욕심으로 어떻게든 날인을 받으려고 서류를 가지고 있었다. T을 만나고 4~5일 후에 마침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시행사와 약속이 있다고 하여, 피해자와 함께 공사현장 옆에 있는 커피숍에서 시행사 대표를 기다렸다. 그런데 시행사 대표가 한참 오지 않자, 피해자가 현장을 둘러보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피고인은 혼자 기다리다가 혹시 피해자가 들고 다니는 검은색 서류가방에 도장이 있는지 가방을 열어 확인하니 회사 명판과 인감도장이 있어, 가방에서 이를 몰래 꺼내 평소 자신이 휴대하고 다니던 인주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꺼내어 도장을 날인하고 간인하였다(증거기록 46~47쪽).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서의 작성일자는 ‘2020. 9. 29.’로 기재되어 있다. 위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O(주)가 2020. 9. 8. 발급받은 인감증명서, 피해자 본인이 2020. 8. 27. 발급받은 인감증명서, 피해자 본인이 2020. 9. 24. 발급받은 주민등록등본, 법인등기사항 일부증명서, 사업자등록증, T 본인이 2020. 9. 24. 발급받은 인감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V 본인이 2020. 9. 23. 발급받은 인감증명서, 주민등록표등본 등이 첨부되어 있다(증거기록 96~119쪽).
위와 같이 O(주)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주어야 이 사건 공사가 원활히 진행될 상황이었던 점,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작성 경위에 관한 T과 피고인의 진술내용,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피해자의 진술보다는 제3자에 가까운 T의 진술 내용이 더욱 신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 피해자 본인이 발급받은 서류들이 첨부되어 있고, 서류의 발급일자가 보증인들의 서류 발급일자와 같거나 인접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증거기록 45쪽)를 작성하고, 경찰 피의자신문 당시에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여 증거로 쓸 수 없다. 또한 피고인은 ‘R이 O(주)에 채무 변제를 독촉하자, 피해자가 10억 원의 채무를 면하고, 지급한 이자를 돌려받기 위해서 피고인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위조한 것으로 하고, 피고인이 재판을 받게 될 경우 피해자가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하여 위 진술서를 작성하여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R이 O(주)에 10억 원을 갚을 것을 독촉한 사실이 있고(녹취록 6쪽), 그 이후 피고인이 위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며, 피해자의 고소대리인인 변호사가 위 진술서를 수정하여 고소장에 첨부한 후 피고인을 고소한 점(녹취록 7쪽, 증거기록 3쪽)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경위로 진술서를 작성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위 진술서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정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