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압수된 USB 1개(울산지방검찰청 2020년 압제1257호의 증 제7호)를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판결의 공동피고인 A, 주식회사 C, D(이하 'A', 'C', 'D'이라고 한다)에 대한 부분은 위 원심 공동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아래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공소사실의 불특정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A에게 피고인의 USB 1개를 건네며 A로 하여금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1) 기재 피해자 주식회사 F(이하 '피해회사'라고 한다)의 페인트 제조·생산 작업지시서(원재료명, 배합량, 조합, 점도 등이 기재된 문서, 이하 '이 사건 작업지시서'라고 한다) 및 시험성적서(이하 '이 사건 시험성적서'라고 한다)를 반출하도록 지시하였고, 이에 A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작업지시서 및 시험성적서(이하 통틀어 '이 사건 자료'라고 한다)가 담긴 피고인의 USB 및 A의 USB, 총 2개의 USB를 건넸다
는 것이다.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에게 USB를 건넨 사실이 없으나,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하더라도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1)의 이 사건 자료는 울산지방검찰청 2020년 압제1257호의 증 제7호 USB(이하 '압수된 USB'라고 한다)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고, 수사기관과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A의 진술대로라면 이는 A의 USB에 담긴 내용으로, 피고인이 저장을 지시하였다는 USB와는 별개의 저장매체인바, 이 부분 공소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A과 업무상 배임 범행을 공모하여 반출하였다는 피해회사의 자료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업무상 배임의 객체성
이 사건 작업지시서는 ① 우레아 수지를 첨가한 점, ② 'BF' 회사의 백색안료(BG)를 사용한 점, ③ 'KF-96' 소포제를 1%만 추가한 점, ④ BH 주식회사(이하 'BH'라 한다)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BI 조색제를 사용한 점, ⑤ 안료의 배합 비율이 BH의 배합 비율과 동일한 점 등에서 BH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작성한 작업지시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바, 피해회사가 그 작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시험성적서 또한 단순히 고객사가 요구한 페인트 품질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시험 결과를 기재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 및 비용을 들였다거나 경쟁상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자료는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볼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의 객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공모 여부
피고인이 A에게 USB를 먼저 건네며 A로 하여금 피해회사에서 퇴사하기 이전이 사건 자료를 반출하도록 지시하였다는 A의 진술은, ① 자신의 양형을 낮추기 위한 허위의 진술로 그 동기가 명백한 점, ② 이 사건 자료의 저장 시점이 A의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객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점, ③ 피고인이 자신의 USB를 건넨 시점, A이 압수된 USB를 전달한 경위 및 시점 등 핵심적인 사실에 관하여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진술을 신빙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자료는 A이 업무 목적으로 저장해두었다가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피해회사를 퇴사하면서 단독으로 반출한 자료이고, A은 당초 계획과 달리 C에 입사하게 되자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자료가 담긴 압수된 USB를 건넨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피고인은 A과 이 부분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을뿐더러, A이 단독으로 반출하여 피해회사를 퇴사한 시점에 이 부분 범행이 기수에 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A의 퇴사 이후에야 이 사건 자료를 건네받은 피고인에게 A의 업무상 배임의 공범이 성립할 수 없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D의 진술은 범행의 경위, 횟수 및 지시한 자에 대하여 일관적이고 모순이 없어 배척할 수 없는 반면, A은 상황에 맞추어 수차례 이 부분 범행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이처럼 신빙하기 어려운 A의 진술에만 근거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 등)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 판단
검사는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업무상배임 공소사실의 범죄 일시를, 원심판결 제4면 제1행의 '2017. 2.경', 제5행의 '2017. 4.경'을 각 '2017. 1.경'으로, 제4면 제8행의 '같은 해 5.경'을 '같은 해 1.경'으로, 제4면 제19, 20행의 '2017. 5.경에서 같은 해 8.경 사이'를 '2017. 1.경에서 같은 해 2.경까지'로 각 변경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일부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당심 제5회 공판기일에서 위 공소장변경에 대하여 이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변경된 공소사실은 공모의 시기 및 실행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범죄 일시 및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의 태양이 전혀 달라 이는 공소장변경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본다.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375 판결 참조), 그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 할 것이며,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4097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A과 공모하여 C의 영업에 사용하기 위하여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이 사건 자료를 유출하였고 이때 피고인이A의 업무상 배임 범행에 공모하였다는 것으로, 이 사건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 여부, A이 피해회사에서 퇴사하기 이전 피고인과 A 사이의 이 부분 범행에 대한 공모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기존의 공소사실과 변경된 공소사실은 A의 이 부분 범행의 착수 시점만이 변경되었을 뿐, A의 업무상 지위, 피고인과 A 사이의 공모관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회사및 범행을 통하여 얻은 이익 등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범행의 착수 시점에 대하여 원심과 당심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심리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리 경과에 비추어 보아 당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조치에 잘못이 있다거나 공소장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다음 항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행의 시점, 피해회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방법 및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파일명과 각 페인트 제품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② 또한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A이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저장할 당시 '어떤 것을 특정해서 다운로드를 받은 것이 아니고, 폴더 안에 있는 것을 다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해회사와 피고인 모두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토대로 이 부분 범행을 둘러싼 진술 및 변론을 진행한바, 피고인의 USB에 담긴 자료와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동일성을 인정하기도 충분하다.
아래 제4.가.의 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A의 퇴사 이전 피해회사의 작업지시서 등 자료의 반출을 공모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되고, A의 퇴사로 이 사건 작업지시서가 반출되어 업무상 배임이 기수에 이르게 된 이상 압수된 USB 또한 피고인과 A의 이 부분 업무상 배임의 범행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자료가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자료는 피해회사가 페인트 제조를 위한 원료의 배합 비율, 작업 순서 등을 기재한 것으로 그 내용이외부에 공개되어 있지 않았던 점, ② 피해회사가 주문자로부터 취득한 페인트 제조방법을 장기간에 걸쳐 수정, 보완하거나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이 사건 자료를 완성한 점, ③ 이 사건 자료 등이 반출됨으로 인해 피해회사가 상당한 영업상의 피해를 입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자료가 피해회사의 영업상의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작업지시서[원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1) 연번 제1번 내지 112번 부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회사의 이 사건 작업지시서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자산으로 보이는바,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회사는 속건 도료와 소부 도료, 즉 속건<2> 에나멜과 소부<3> 멜라민이라고 불리는 드럼용 도장용 페인트를 전문적으로 제조 ·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인데, 이 사건 작업지시서에는 위 도료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 종류와 이름, 각 원료의 배합 비율들이 기재되어 있고, 해당 원료를 배합하였을 경우 얻게 되는 제품의 연화도, 점도, 비중, 색상, 광택, 비휘발분 등의 규격치가 기재되어 있는바,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취득한다면 이를 참조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등으로 드럼용 도장용 페인트 시장에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 사건 작업지시서가 BH의 작업지시서와 동일하거나 유사하여<4> 피해회사에서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한 자료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 작업지시서가 BH의 작업지시서와 유사한 형식을 토대로 하는 점은 인정되나, ① 피해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K은 원심 법정에서, 페인트 원재료의 조합 및 배합 비율, 이른바 '배합 레시피'에 대하여, '수차례 시험을 통해서 몇 번 시험을 해야 데이터가 짜지거든요, 한 번에는 도저히 될 수가 없습니다', '페인트라
는 것이 거래선마다 규격이 틀립니다. 거기에 맞춰내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노력도 해야 되고', '(회사마다) 전부 규격이 틀려요. 그러면 규격대로 보고 페인트를 만들때 만들어가지고 물성을 맞춰놔야 되는데 규격이 12가지가 됩니다. 그 규격을 맞추려면 어려워요. (중략) 몇 천 번을 해야 됩니다'라고 진술하며 자신이 이 사건 작업지시서에 기재된 배합 비율 등을 개발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는데, 실제로 피해회사가 '메라빈 RAL 5010', 'YI메라민 옥시청색' 제품 등에 대하여 투입량을 수차례 변경하며 작업지시서를 수정해 나간 것으로 보이는 점(2020고단3859 제8책 중 제1권 제121쪽 ~ 제127쪽, 제136쪽 ~ 제139쪽),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작업지시서에 우레아 수지, BG 안료, 'KF-96' 소포제가 기재되어 있는 점을 지적하나, K의 아들이자 피해회사의 부장 H는 원심 법정에서, '첨가제는 물성이나 이런 것들을 맞추기 위해서 저희가 비율을 높인다든지 아니면 다른 첨가제를 저희가 사 와서 테스트를 해본다든지 이렇게 계속 바꾸는 겁니다'라고 진술하였는데, BH의 직원 T 또한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작업지시서는) BH와 동일한 레시피나 작업지시서가 맞나요'라는 질문에 '도료 만들 때 저희 회사에서 쓰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수지코드도 틀리고 해서 저희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라는 등 위 H의 진술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H의 2개 페인트 제품과 피해회사의 2개 페인트 제품의 각 샘플 간 유사성을 분석한 결과, 양사의 페인트 제품들은 그 색상과 주성분이 상이하다'는 취지로 감정하여, 그 원료와 배합 비율이 상이함이 분명한 점<5>, ④ 위 각 페인트 제품들은 청색(파란색, 57286 색상)과 녹색(초록색 캐스트록 색상) 제품으로, BH 측에서 BH의 작업지시서와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유사성을 평가하기 위하여 선별하여 선정한 페인트
제품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회사가 독자적으로 페인트 배합 원료 및 배합비율에 대한 기술을 개발 · 발전시켜 이 사건 작업지시서에 추가하거나 반영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술적 가치 또한 인정되는바,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피해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평가함이 충분하다.
한편 피고인은 속건 에나멜과 소부 멜라민 도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로, 그 배합 비율이 범용화 되어 있어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자료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위 BH의 직원 T 또한 원심 법정에서'(속건 에나멜과 소부 멜라민은) 페인트 도료회사 입장에서는 조금 범용화 되어 있는 기술입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회사의 페인트 제품은 피해회사의 독자적인 기술을 반영한 결과 BH와 다른 원료와 배합 비율로 이루어져 있고, 위 K은 원심 법정에서 '대륭 dr-4800 멜라민의 가격이 비싸 페인트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륭 dr-7300 우레아를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위 T또한 원심 법정에서 '세 가지 색상을 써서 이 색을 낼 수 있느냐 다섯 가지 색상을 써서 이것을 내느냐 그것은 각각 페인트 회사마다 자기들 노하우이고 안료를 어떻게 쓰느냐 어떤 조합으로 쓰느냐 이런 것들도 회사 노하우입니다'라고 진술한바, 이 사건 작업지시서는 피해회사가 기존의 규격에서 원가를 절감하거나 더 높은 물성(효과)으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연구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속건 에나멜과 소부 멜라민 도료의 배합 비율 등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어 피해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이를 생산하고 있다는 정도의 사정들만으로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내용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 보아 영업상 주요한 가치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시험성적서[원심판결의 별지 범죄일람표 (1) 연번 제113번 내지146번 부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시험성적서는 피해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보기 어려운바,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 시험성적서는 피해회사의 거래처에서 제작을 의뢰한 제품의 품질 요건(주도, 연화도, 비중, 광택, 비휘발분, 색상, 내충격성, 내염수성)과 제품이 각 기준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나타내기 위하여 측정한 수치들이 기재되어 있는 자료이다.
이는 페인트 실제품만 있어도 검사 업체에 물성 등을 의뢰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단지 피해회사에서 페인트를 납품하기 이전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였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시험성적서에 달리 원재료의 구성이나 배합 비율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제조기술 내지 결과의 향상을 위한 각종 실험을 통하여 나타난 결과를 기재하였다는 사정 또한 찾을 수 없다.
또한 A의 당심 법정 진술에 의하더라도 페인트 회사는 페인트 제품을 생산할 시 각 생산된 제품에 LOT 번호를 부여하고, 제품을 개선하여 재생산할 경우 매번 다른 LOT 번호가 부여되는바, LOT 번호마다 다른 페인트의 성분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점, 이 사건 시험성적서에는 위와 같이 품질 요건과 그 수치만이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시험성적서만으로는 페인트 제품의 원료 및 배합 비율을 알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경쟁사가 이 사건 시험성적서를 취득 ·사용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A 또한 이 사건 시험성적서를 반출한 경위에 대하여 '제가 어떤 것을 특정해서 다운로드를 받은 것이 아니고, 폴더 안에 있는 것을 다 받았습니다', '저것은 (이 사건 시험성적서는) 그냥 그 사이에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진술하였으므로, 이 사건 작업지시서와 달리 A 스스로도 이 사건 시험성적서를 C에서의 페인트 개발 · 제작에 활용하는 등 영업상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A의 업무상 배임 행위에 공모하였는지 여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A이 이 사건 작업지시서 등을 반출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A이 피고인의 권유에 의해 피해회사를 퇴직한 후 C에 입사하였고, C은 그 후 페인트 제조능력을 갖춘 L을 영입하여 2017. 12. 말경부터 페인트를 제조할 수 있었던 점, L이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이용하여 페인트를 제조하였던 점, A이 독자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였다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업무상 배임 범행에 관하여 A과 사전에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A이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저장 · 반출할 당시 피고인에게도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토대로 드럼통 도장용 페인트를 제조하여 생산 · 판매하기 위한 목표와 이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었고,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고 판단함이 충분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업무상배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진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이 2015. 9.경 설립한 C은 피고인의 진술과 그 매출 내역에 의하더라도, 2017. 12.경 이전까지는 페인트 도료 등을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지 않고 관련 제품의 유통만을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6. 12. 30. 법인 목적에 '도료 및 도료 관련 원자재 일체 수출입업 및 도소매업'을 추가하여 2017. 1. 2. 등기한 이후, 피해회사에 2017. 1.경 페인트 원자재 및 제작 방법 등 공정을 배우기 위해 입사하였고, 2017. 3.경 이후로는 C을 피해회사의 페인트 제품 유통대리점으로 운영하였다. 나아가 A로부터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받아 2017. 9. 4.경 저장한 이후 2017. 9.경부터는 피해회사의 페인트 개발 직원이었던 L에게 연락하여 2017. 10. 18.경 경주 소재의 공장을 임차하였고, 2017.11.경 위 L을 C의 페인트 개발직원으로 채용하였으며, 2017. 12. 4. 법인 목적에 '특수 페인트 제조업'을 추가하고, 2017. 12. 6. 이를 등기하여 2017. 12. 말경부터 C이 제작 · 생산한 페인트를 판매하여 2018년경 그 수익을 올렸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일련의 행보가 A의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저장 · 반출과 무관한 단순 우연의 일치와 연속이라는 취지의 피고인의 변소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A이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고자 단독으로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른후에야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이 사건 작업지시서의 사용을 제안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A은 2020. 8. 31.자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입사 경위에 대하여, '(피고인이) 자료를 빼돌려 오면 C에 취직을 시켜준다고 해서 사전에 얘기가 다 된 부분이고, 피고인도 알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제안이 없었다면 피해회사 자료를 빼내어서 그렇게 C로 옮기지도 않았지요. 피고인과 얘기한 제 C에 입사하는 조건이 피해회사 자료를 빼오는 것이었는데요'라고 진술하였는데, ① 실제로 피고인이 2017. 1.경 내지 2017. 4.경 피해회사에 재직 중인 A에게 C 기술부장의 직위로 기재된 명함을 제작하여준 점, ② A이 2017. 8. 31.경 피해회사를 퇴사하였는데 그 이전부터 피고인이 A에게C 법인 명의의 차량을 제공한 점, ③ A이 C에 입사한 2017. 9. 4.경 이후 이 사건 첫 고소가 제기된 2020. 9. 1.경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동일한 부장의 지위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점, ④ C이 페인트 제품의 제조 · 생산을 시작한 이후인 2018년경 2분기344,324,000원, 3분기 219,813,600원, 4분기 304,033,100원의 각 매출액이 발생하여 유통업을 영위한 기간인 2017년경 1분기 19,686,500원, 2분기 129,965,500원 각 매출액 대비 약 2~3배의 매출 상승을 이루었고<6>, 그 실질적인 수익은 C의 대표인 피고인에게 대부분 돌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나아가 이 사건 고소가 제기된 이후 피고인과 A 사이의 통화 및 대화 녹취록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고인의 부친이 A에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방향이나 대처 방법에 대하여 계속하여 조언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객관적 사정들이 위 A의 진술과 부합하는바 A이 이 부분 범행을 주도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A의 이 부분 작업지시서의 반출 전체 과정에 관여하였거나 반출 자체를 지시하는 등으로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이 2023. 10. 23.자 항소이유서에 기재한, 'A의 퇴사 시점에 이 부분 범행이 이미 기수에 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후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건네받은 피고인에게 A의 업무상 배임의 공범이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위와 같이 피고인이 A의 퇴사 이전 A과의 이 부분 범행에 대한 공모가 충분히 인정되는 이상 마찬가
지로 이유 없다.
또한 피고인은, 피고인이 A에게 건냈다는 나머지 USB 1개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USB임에도 A이 피고인을 공모자로 가장하기 위하여 허위로 진술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A과 피고인 사이의 통화 및 대화 녹취록 기재에 의하여도, 피고인이 2019. 1. 25. A에게 "우리 잊어버리고(잃어버리고) 나온 USB 그걸 혹시 조금, 옛날에 부장님 그 USB", "모른다고 다 부인해버려"라고 말한 점, "지네들이다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까 (고소)한 거 아니에요"라는 A의 말에 "그냥 하지는 않았을 건데, USB가 (증거가) 될 수도 있어요"라고 답한 점, 피고인이 2020. 7. 27.에는 A에게"부장님 그때 내 USB를 갖고 부장님이 그때 가지고 왔었나, F 자료를?", "잃어버렸잖아"라고 말하자 A이 "잃어버린게 대표님건지 F건지는 모르는 거에요"라고 말하였는바, A의 검찰 조사에서부터 당심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의 일관된 진술 및 위 피고인과 A의 대화 내용을 종합하면, 적어도 피고인과 A의 이 부분 범행에 사용된 USB가 2개인 사실, 그런데 A의 압수된 USB 외에 피고인의 USB를 어느 시점에 잃어버린 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
한편 A의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은 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저장한 일시와 피고인으로부터 USB를 넘겨받았다는 일시를 계속하여 번복하는 등 일관성이 없거나 모순되는 듯한 사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A은 수사기관에 압수된 USB가 두 개의 USB 중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당초 범행을 부인하다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것으로 진술을 번복하였고, 다시 피고인과의 공모관계까지도 인정하였는바, 그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점, 당초 범행을 부인하는 A의 진술은 이 부분 범행 이후 약 3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수사기관에서 처음으로 진술한 것이고, 당심 법정에서의 증언은 위 범행 이후 약 6년이 경과한 이후의 진술로, 구체적인 범행 시점에 대한 번복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기억의 혼동이나 기억력의 한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A의 진술은 피고인과 사이에 USB들을 주고받았고, 피고인이 A의 피해회사 퇴사 이전 이 사건 작업지시서 등의 반출을 공모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취지에서 일관된 점,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전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건넨 USB의 존재및 A과 피고인 사이의 공모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작업지시서 등의 저장 시점과 USB를 건네받은 시점에 대하여 번복되는 진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상 배임 범행의 공모에 대한 A의 진술을 신빙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거나,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의 유죄 성립에 방해가 되지는 아니한다.
피고인은 2018. 3. 29.경부터 2018. 7. 11.경까지 아래 이 부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범행과 같이 C의 페인트 도료개발 및 제작에 참고하기 위하여 피해회사의 업무자료들을 계속하여 열람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회사에서 페인트 개발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16. 12.경 퇴직하여 2017. 11.경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C에서 기술이사로 근무한 L은 2020. 9. 9.자 검찰 조사에서 '다만 페인트 제조와 관련하여서 그 작업지시서가 필요하긴 하지요. 저도 처음에는 그 작업지시서(이 사건 작업지시서)를 참조해서 페인트를 만들었습니다. 전체를있는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니고, 필요한 사항을 참조했죠', '자주 생산하는 것이 아닌특수페인트 주문이 들어올 경우 참조로 보기도 했지요.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페인트도 있고, 참조해야 만들 수 있는 페인트도 있고 그렇습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의 2개 페인트 제품과 피해회사의 2개 페인트 제품의 유사성을 분석한 결과 '적외선흡수스페트럼 양상, 가시선흡수스페트럼 양상이 서로 유사하여 그 색상과 주성분이 서로 유사하다'는 취지로 감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C에서 2017. 12.경 이후 피해회사의 자료 및 기술 내지 정보 등을 활용하였던 사실 또한 인정된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점에 대한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A이 2020. 7. 23.자 피고인과의 통화에서 피고인에게, "그런 것까지도 다운로드받아놨어요?", "아 필요한 것만 봤어야지", "그게 몇 년도까지 봤어요, 2018년?", "와 나는 그걸 보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이라고 말하였는바, A이 피고인의 가담 없이 D에게 이 부분 범행을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이 A에게 "그때 다운받자고 했었잖아", "D이가 계속 수집을 했다고"라고 말한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녹취록만으로도 D의 진술을 배척함이 충분하고,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에 가담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피고인 주장 또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일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