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들은 모두 울산광역시 D구 소속 공무원으로, 원고 A은 E노동조합(이하 ‘E’라고 한다) 울산지역본부의 본부장이고, 원고 C는 같은 본부의 D구지구 지부장이며, 원고 B은 같은 본부의 사무처장이다.
E는 2022. 9.경 2022. 11. 22.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공무원의 노동조건 및 대국민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이하 ’이 사건 찬반투표‘라고 한다)’를 실시하기로 의결하였다.
행정안전부장관은 2022. 11. 16. 각 중앙행정기관장 및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찬반투표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고, 위 공문에 따라 피고 역시 2022. 11. 18.경 원고들을 포함하여 울산광역시 D구 소속 공무원들에게 이 사건 찬반투표를 금지하고 위법행위 시 엄중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렸다.
E는 2022. 11. 22. 이 사건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는데, 원고들은 같은 날 8시경부터 울산광역시 D구청 앞에서 이 사건 찬반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원고 A, C는 9시 40분경부터 14시 30분경까지, 원고 B은 10시 20분경부터 울산광역시 D구청 내의 각 부서 및 행정복지센터를 순차적으로 방문하여 이 사건 찬반투표에 참여하여 줄 것을 독려하는 취지로 발언하거나 그와 같은 취지가 기재된 유인물을 배부하면서 이 사건 찬반투표를 진행하였고 원고들 스스로도 이 사건 찬반투표에 참여하였다.
피고는 원고들이 지방공무원법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구하였는데, 울산광역시D구인사위원회는 2023. 4. 24. 원고들이 지방공무원법 제48조(성실의 의무), 제49조(복종의 의무), 제55조(품위 유지의 의무), 제58조(집단행위의 금지) 및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1조의2(근무기강의 확립)를 위반하여 지방공무원법 제69조 제1항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2조 제1항 별표1의 징계기준을 적용하여 감봉 1월의 사유에 해당하나 위 규칙 제5조에 따라 이를 감경하여 원고들에 대해 견책처분을 하는 것으로 의결하였으며, 피고는 위와 같은 의결에 따라 2023. 4. 28. 원고들에게 각 견책 처분을 하였음을 통지(이하 원고들에 대한 각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하였다.
원고들은 2023. 5. 22. 울산광역시소청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는 취지의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3. 7. 10.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찬반투표의 안건은 근로조건 및 근로자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사항으로 원고들의 행위는 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당한 활동에 해당하거나 공무원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인바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양정의 기준을 현저하게 일탈하였거나 그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찬반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순회 방식으로 진행한 행위는 공무원의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당한 범위 내의 노조활동이 아니라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러한 이상 원고들은 성실 및 복종의 의무를 위반하고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이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58조 제1항 본문). 그런데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공무원의 노동조합의 조직, 가입 및 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당한 활동에 대하여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 및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 본문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바(제3조 제1항), 이에 의하면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지만 예외적으로 공무원의 노동운동 또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가 공무원의 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당한 활동이라면 이는 공무원노조법에 의해 허용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이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 다른 법령에서 규정하는 공무원의 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제3조 제2항), 법령 등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등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며(제8조 제1항 단서),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비교섭 사항을 열거하고 있고(제4조), 지방공무원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은 공무원은 집단ㆍ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명의를 사용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수립ㆍ집행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제1조의2 제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노조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제3항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하는데(제17조), 노동조합법에서는 노동조합을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4호). 이와 같은 지방공무원법령, 공무원노조법령 등의 내용 및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공무원의 노동운동 또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로서 노동조합과 관련한 정당한 활동은 공무원의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해석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이 사건 찬반투표 중 일부 안건이 공무원의 근로조건이나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은 국가 등이 법령에 따라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일 뿐이고 공무원의 근로조건이나 사회ㆍ경제적 지위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원고들은 이 사건 찬반투표를 “공무원의 노동조건 및 ‘대국민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라고 명명하였는바, 그 명칭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찬반투표가 단순히 공무원의 근로조건의 유지나 개선 또는 공무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찬반투표의 안건 중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관한 것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공무원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처분이 대한민국이 비준하여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의 제87호 협약(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및 제111호 협약(고용ㆍ직업상 차별 금지)에 위반되어 위법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찬반투표의 안건 중 일부만이 공무원의 근로조건이나 사회ㆍ경제적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고, 나머지는 국가 등의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에 불과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징계권의 일탈ㆍ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들은 이 사건 찬반투표를 진행하기 전 이 사건 찬반투표의 안건 중 일부가 공무원의 근로조건 등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찬반투표를 진행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취지의 공문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찬반투표를 강행한 점, 피고는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제2조 제1항 별표1의 징계기준을 적용하여 감봉 1월의 처분에서 견책을 명하는 것으로 감경하였는바, 이 사건 처분이 징계양정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고, 이는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 중 가장 가벼운 처분에 해당하는 점, 달리 지방공무원 징계규칙에서 정한 징계양정기준에 합리성이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징계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정훈(재판장) 한윤영 박관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