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1>
피고는 원고 A에게 20,000,000원, 원고 B, C, D에게 각 10,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2. 7. 2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최종 송달일까지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 사실
원고 A은 망 E(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배우자이고, 원고 B, C, D은 망인과 원고 A의 자녀들이다.
피고는 2022년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인원 32명의 F(이하 ‘F’이라고 한다)을 모집하여 상시 운영하였는데, 망인과 G은 위 F의 일원이었다.
피고는 2022. 7. 20. 10:30경 양산시 H면에서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같은 날 17:40경 망인과 G을 포함한 단원 9명에게 “[멧돼지 포획의뢰] I, 벼 피해, *안전포획**출동 시 연락 요망*”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고, 망인은 같은 날 18:08경 피고 소속으로 F 담당공무원인 J에게 “오늘 K 순찰합니다. 수고하세요”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전송한 뒤 18:42경 경남양산경찰서에서 총기를 출고하여 현장에 출동하였다.
G은 2022. 7. 20. 21:04경 경남양산경찰서에서 자신의 총기를 출고한 후, 피해신고자에게 전화하여 다른 단원으로부터 출동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하여 신고 지역인 양산시 I 인근 논에서 멧돼지 수렵업무를 하던 중, 같은 날 23:00경 추적하던 멧돼지 2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 그곳을 향해 엽총을 발사하였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망인이 총격을 받아 쓰려져(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G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울산지방법원 2023고단2094호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고, 2023. 12. 14. 위 법원으로부터 금고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G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 및 상고하였지만 모두 기각되어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을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아래와 같은 청구원인을 선택적으로 주장하며, 일부 청구로서 피고에 대하여 청구취지 기재 각 금원의 지급을 구한다.
제1 주장(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어느 단원이 현장에 출동할 경우 다른 단원들에게 출동 사실을 알려야 함에도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나 G에게 출동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피고는 F의 운영 및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어떠한 내부규정이나 업무메뉴얼도 마련하지 않았고, G이 오래 전부터 이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피고의 담당공무원에게 현장출동 사실을 알리지 않아 왔음에도 피고는 G의 포획허가를 취소하거나 F에서 제외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F 소속 단원들의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하였는바, 피고에게는 중과실 또는 적어도 과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2 주장(중대재해처벌법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자신이 관리ㆍ운영하는 F 단원들의 출동 및 수렵업무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ㆍ보건상의 절차를 정비하지 아니하는 등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한 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의 사망이라는 중대재해를 발생케 하였는바, 양산시장이 소속된 기관에 해당하는 피고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한다) 제1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판단
제1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공무원의 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작위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법령 위반’이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규정되어 있는데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관하여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는 것을 본래적 사명으로 하는 국가가 초법규적, 일차적으로 그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 공무원의 부작위를 이유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참조).
인정 사실
양산시장은 2022. 3. 30. 망인과 G을 포함한 총 32명에게 2022년도 F 포획 허가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준수사항 및 허가조건을 부가하였다.
피고는 F 대원들에 대하여, 2022. 4. 19. 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수시로 야간 수렵 시 야광 조끼와 모자를 착용해야 한다는 등의 안전수칙에 관한 알림문자를 발송하였다.
피고는 피해신고가 접수된 경우 대원들에게 이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는데, 2022. 7. 12.부터의 문자메시지에는 ‘출동 시 연락요망’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동일 현장에 2인 이상의 대원이 출동하는 경우에는 담당공무원인 J이 해당 현장에 출동한 단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위 사실을 알리는 문자를 발송하였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을 제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구체적 판단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 F 소속 단원들에 대한 관리ㆍ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에게 F의 운영 및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명시적인 내부규정이나 업무메뉴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는 F 소속 단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정기적으로 안전수칙을 고지하였으며, 사고예방을 위하여 F 소속 단원들로 하여금 현장에 출동할 경우 담당공무원에게 문자나 전화 등으로 보고하도록 하여 동일 현장에 2명 이상의 단원들이 출동하게 될 경우 담당공무원이 현장의 단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이와 같이 피고는 F 단원과 피해신고 지역 인근 주민들의 생명·신체·재산 등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였는바, 명시적인 내부규정이나 업무메뉴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인정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G은 이 사건 사고 현장에 출동함에 있어 위 ①항의 지시를 위반한 채 피고의 담당공무원인 J에게 자신의 출동사실을 알리지 않았고(G은 피해를 신고한 자에게만 연락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독자적으로 수렵업무를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발생시킨 것인바, 피고로서는 망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G이 현장에 출동함에 있어 피고의 담당공무원에게 출동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더 나아가 총기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총기 발사 범위 내에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양산시 I 인근 논이었다) 총기를 발사하여 사고 발생을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에 있는 것이다.
G이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피고의 담당공무원에게 현장의 출동 사실을 알리지 않아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는 제출된 바 없다. 따라서 피고가 사전에 G의 포획허가를 취소하거나 F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가 F 소속 엽사들을 관리ㆍ감독함에 있어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는 사정 역시 달리 찾아보기 힘들다.
제2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피고에게 F 소속 단원들에 대한 관리ㆍ감독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양산시장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한기
각주1) 원고들의 2024. 3.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청구취지 중 ‘G 및 대한민국과 공동하여’ 기재 부분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어, 삭제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