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A(이하 '원고 회사'라고 한다)는 비철금속의 가공 및 제조등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로, 2024. 6. 18. 창원지방법원 2024회합10005호로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대표이사이던 B이 원고 회사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원고 회사는 2022. 7. 28.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 중 '안전투자 혁신사업'과 관련한 보조금 지급 대상자로 결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
원고 회사는 2022. 9. 1. 소외 C와 사이에 C가 원고 회사의 공장 내에 "500KWDAUL 고주파 용해설비(이하 '이 사건 설비'라고 한다)"를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 C는 그 무렵 위 설비를 설치하였고, 원고 회사는 2023. 2.23. 피고로부터 이 사건 결정에 따라 보조금 1억 원을 지급받았다.
원고 회사는 2023. 5. 8.경부터 이 사건 설비를 이용하여 알류미늄 고철 용해 작업을 한 다음 용해된 알루미늄을 잉곳<2> 형태로 생산하는 작업을 하였는데, 2023. 5. 19. 이 사건 설비에서 폭발이 발생하여 위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던 원고 회사 소속 직원인 D이 전신화상을, E이 전치 8주의 안면화상을 입었고, D은 치료를 받던 중인 2023. 5. 22.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피고는 2023. 10. 24.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결정 이후 3년 이내에 지원설비
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에게 안전투자 혁신사업 보조지원결정 전부 취소 등에 관한 예정 통보를 한 후 2023. 11. 28. 이 사건 결정을 취소하고 그에 따라 보조금을 환수하며, 2023. 11. 28.부터 2026. 11. 27.까지 3년간 보조금 지급사업에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결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이 중 이 사건 결정 취소 부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은 규명되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 설비의 중대한 결함 또는 원고 회사의 관리상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설령 달리 보더라도 산업안전보건법령상 보조지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보조지원 결정을 전부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여기에는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인정사실
이 사건 설비는 노(爐)를 둘러싸고 있는 코일에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내어 발생하는 저항열로 금속을 용해하는 원리로 작동되고, 열을 차단하는 내화물(라이닝)이 직경 약 59cm, 깊이 약 85cm의 노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 바깥 둘레를 교류 전원 및 냉각수 공급을 위한 수냉코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원고 회사는 알루미늄 고철 등을 수거하여 이를 녹인 다음 알루미늄으로 된 잉곳(Ingot)을 생산하고자 이 사건 설비를 설치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는 알루미늄 고철을 녹이는 용해작업 중 알루미늄을 용해한 용탕을 휘저어 섞거나 용해 후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원고 회사는 2023. 5. 2. 용해 작업시 발생하는 고열에 의한 화상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자에게 안전인증을 받은 방열복, 방열장갑 등의 보호구를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D을 포함한 작업자 3명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2023. 5. 22.경 작성한 감정서(이하 '이 사건 감정서'라고 한다)의 내용은 아래 기재와 같다.
피고의 부산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는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 등과 합동하여 2023. 5. 22. 및 2023. 6. 14., 같은 달 20일, 28일 재해조사를 실시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조사'라고 한다), 그 내용은 아래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사고 관련 주장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 회사의 관리상 중대한 과실로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조사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용해작업 중 다량의 재료를 한꺼번에 투입함으로 인해 상부의 재료와 하부의 용탕 사이에 공기층이 형성되는 '브리징 현상'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는 위와 같은 현상으로 용해작업이 원활하지 않자 작업자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압축 상태로 있던 가스 · 증기가 폭발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감정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가동 중이던 전기로에서 냉각수 배관의 손상으로 누출된 냉각수가 전기로 내부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설치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전기로의 배관이 손상된 것이라면 이는 제작자의 잘못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한 어떠한 잘못이나 과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감정서는 냉각수 배관 파손 여부를 추정하고 있을 뿐인 반면 이 사건 조사에서는 냉각수를 직접 투입하여 순환하도록 하여 냉각수 배관이 파손되었는지 여부를 직접 관찰하였고, 그 결과 냉각수 배관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설비는 열을 발생시켜 금속을 용해하는 설비로 앞서 본 바와 같은 '브리징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원고 회사로서는 안전조치로서 이 사건 설비의 작업자들에게 한꺼번에 다량의 알루미늄 고철을 투입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관리 · 감독을 하고 작업자들에게 '브리징 현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도록 하는 등의 교육을 하였어야 함에도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설비와 관련한 위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설비의 관리상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은 사업주로 하여금 관리감독자에게 근로자의 작업복, 보호구및 방호장치의 점검과 그 착용 · 사용에 관한 교육과 지도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산업안전보건법 제16조,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2호), 사업주는 용광로 등 다량의 고열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 화상, 그 밖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로자에게 방열복 또는 적합한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고용노동부령 제367호) 제254조 제2항]. 그런데 원고 회사는 작업자에게 방열복, 방열장갑 등의 보호구를 제공하였을 뿐 작업자들이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방열복 등을 실제로 착용하는지 여부를 관리 · 감독한 사실이 없는바, 이 역시 원고 회사가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원고 회사에게 이 사건 설비의 관리상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재량권 일탈 · 남용 주장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보조금 교부 등은 수익적 행정행위로서 지원 대상의 선정과 취소, 기준과 범위 등에 관하여 행정청에 상당히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점(2018. 8. 30. 선고 2017두56193 판결의 취지 참조),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결정은 산업재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 중 법에 따른 안전인증을 받지 않거나 구조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기계 · 기구 · 설비의 교체 또는 위험공정의 유해 · 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자금의 일부에 대해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인 '안전투자 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산업안전보건법 제158조, 산업재해예방시설자금 융자금 지원사업 및 보조금 지급사업 운영규정(고용노동부고시 제2022-23호) 제2조 제8호]인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는 작업자들에게 충분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거나 관리 · 감독을 현저히 소홀히 하여 그로 인해 작업자중 1인이 사망하기까지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중대한 공익 달성을 위한 것으로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정훈(재판장) 한윤영 박관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