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2018. 4.경부터 2022. 4.경까지 피고와 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시공하는 Q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에서 전기공사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 A, B, O(이하 ‘월급제 원고들’이라고 한다)와 피고가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는 특정액수 월급의 구성항목으로 기본급(월 174시간), 주휴수당(월 35시간), 연장근로수당(월 62시간), 휴일근로수당(월 11.3시간), 연차수당(월 17시간)을 명시하고, 이와 별도로 시간외 근로에 의한 추가임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휴가‧결근‧지각‧조퇴 등에 의하여 해당일의 임금, 주휴수당이 일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
월급제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일당제 원고들’이라고 한다)과 피고가 작성한 각 근로계약서는 특정액수 일당의 구성항목으로 기본급(일 8시간), 주휴수당(일 1.6시간), 연장근로수당(일 1.9시간), 휴일근로수당(일 0.5시간), 연차수당(일 0.8시간)을 명시하고, 이와 별도로 시간외 근로에 의한 추가임금이 발생할 수 있으며, 휴가‧결근‧지각‧조퇴 등에 의하여 해당일의 임금, 주휴수당이 일부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다(이하 월급제, 일당제 원고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이라고 한다).
원고 B, H, L, M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매월 일정액을 연차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이고, 재직 중 연차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피고로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른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라고 주장하며 피고의 대표이사인 R을 고소하였다. 그런데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는 2022. 3. 10.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을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고, 고소인들이 포괄임금 약정에 따라 지급받은 연차수당 총액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된 법정 연차수당에 미달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 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근로기간 중 연차유급휴가를 부여받은 사실이 없고, 미사용 연차에 대하여 수당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 미지급 연차수당, 월급제 원고들에게 시간외 근로수당과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2>.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월급제 원고들에게는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 없이 일정한 월급을 지급하였고, 일당제 원고들에게는 기본급이 아닌 일당에 근로기준법상 가산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였다. 이는 피고 스스로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전체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내용의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이 형식에 불과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원고들의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이다. 피고 작성 노임명세서(갑 제6, 7호증)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의 근무시간을 정확히 산정하여 기재하고 있었다.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 중 일급 또는 월급에 연차수당과 시간외 근로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부분(이하 ‘쟁점 약정’이라고 한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는 연차휴가권의 행사를 저지하고 근로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무효이다. 원고들이 피고에 연차휴가를 신청할 경우, 피고는 이를 결근으로 처리하였는데, 이는 원고들의 일당 및 월급 속에 연차수당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한 것이다.
쟁점 약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
쟁점 약정은 피고가 원고들의 궁박한 사정을 이용하여 현저히 불공정한 약정을 체결하도록 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원고들은 각 근로계약 당시 임금구성항목에 ‘연차수당’이 포함된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피고가 일을 하고 싶으면 얼른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강요하여 절박한 마음에 급히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쟁점 약정은 원고들의 연차수당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으로써 근로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데, 피고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서명‧날인을 하라고만 하여 부작위의 방법으로 원고들을 기망하였으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소장부본의 송달로써 쟁점 약정을 취소한다.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와 합의된 일당 또는 월급에 기본급,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모든 수당을 포함하기로 하는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하였으므로 별도로 미지급 수당 등을 청구할 수 없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의 연차수당과 시간외 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하였다.
판단
포괄임금 약정 불성립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이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6호증의 기재, 제1심증인 S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가 일급제 원고들에게 기본급이 아닌 일당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갑 제2, 3,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 즉, 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에는 원고들이 09:00~09:30, 11:30~13:00, 15:00~15:30의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평일(월~토) 07:00부터 17:00까지 정해진 근무시간과 근무형태로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일당 또는 월급이 정해져 있고, 각 일당과 월급은 기본급,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으로 구성된 점, ② 월급제 원고들은 한 달 내 근무한 시간과 관계없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월급을 지급받은 점, ③ 피고는 일당제 원고들이 각 포괄임금 약정에서 정한 일 1.9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한 경우에 2시간 단위로 출역 공수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④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각 근로계약서 기재와 같이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판단된다(원고들은 포괄임금 약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주휴수당이 일급 또는 월급에 포함되었음을 전제로 수당을 산정하여 청구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기준법 위반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먼저 원고들은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으므로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나 일당 임금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66523 판결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수당 산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위 법리를 이 사건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더라도 피고와 사이에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할 수 있고, 다만 원고들에게 일당 또는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된 연차수당액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연차수당액에 미달하는 부분에 한하여 쟁점 약정의 효력이 무효로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의 일당 또는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된 각 연차수당액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정당한 연차수당액에 미달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음으로 원고들은 쟁점 약정이 근로자들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하는 내용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연차수당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간을 근로하였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러한 소정기간의 근로를 전제로 하여 연차수당을 일당 임금이나 매월 일정액에 포함하여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포괄임금제란 각종 수당의 지급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의 행사 여부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포괄임금제가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6다24699 판결 참조).
따라서 연차수당을 미리 일당이나 월급에 포함하여 지급할 경우, 기지급된 연차수당을 회수당할 것을 염려하여 사실상 연차를 사용하기 곤란해진다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포괄임금 약정이 근로자들의 연차휴가권을 박탈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가 원고들이 연차를 사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무효 및 기망 취소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쟁점 약정이 궁박한 상태에서 피고의 기망에 의하여 체결된 불공정한 법률행위이므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드는 사정들만으로는 개별 근로계약의 내용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거나, 피고가 원고들을 기망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포괄임금 약정 또는 쟁점 약정이 무효이거나 취소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설정은(재판장) 유진현 박성규
각주1) 제1심원고 E, I, J, K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제1심 패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각주2) 제1심별지1 목록의 각 청구금액은, 일당제 원고들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포괄일당에서 주휴수당만을 제외한 금액(기본급,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을 합산한 금액)을 통상임금(시급)으로 보고 미지급 연차수당을, 월급제 원고들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월급을 시간급으로 환산하여 산정한 금액[= 월급 ÷ 209시간(기본급 174시간 + 주휴수당 35시간) × 8시간]을 통상임금(일급)으로 보고 미지급 연차수당과 시간외 근로수당을 산정한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