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판결

울산지방법원 2025. 7. 23. 선고 2024노1618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피고인에게 변제능력이 없음을 인식하고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변제능력이 없음을 인식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기망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 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울주군 B 소재 ㈜C 직원이다

피고인은 2017. 2.경 직장 동료인 피해자 D에게 전화하여, 사실은 당시 별다른 재산 없이 2015년경부터 도박 등으로 인하여 채무가 많은 상황이었고 2016. 11.경 E로부터 1억 7,500만원을 차용하는 등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월급은 기존 채무변제 명목으로 차감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였으므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약속한 대로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갑자기 돈이 안 돌아서 그러는데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면 지인으로부터 받을 돈이 있으니 3개월 내에 변제하겠다. 3개월 내에 변제가 되지 않으면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변제할 수 있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2. 27. 피고인 명의 F조합 계좌로 39,998,500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해자는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변제 능력 없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부터39,998,500원을 빌려 이를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 줄 당시 피고인이 신용불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에게 1억 7,500만 원에 달하는 다액의 채무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구체적인 채무 상황 등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②

피고인은 돈을 빌릴 당시 피해자에게 '지인으로부터 받을 돈이 있으니 3개월내에 변제하겠다'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실제 G에 대한 3,000만 원 상당의 채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단기간 내에 G로부터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었고, 실제로 피고인은 현재까지 G로부터 돈을 변제받지 못하였거나 G로부터 변제받은 돈을 피해자에 대한 채무 변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돈을 빌릴 당시 피해자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변제하겠다'는 말도 하였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 준 주된 이유 역시 피고인의 재직연수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4,000만 원 이상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은 돈을 빌리기 전 이미 퇴직금 중간정산을 2차례 받은 바 있어 피고인 스스로도 2017. 2.경의 예상 퇴직금 중간정산 액수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④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무렵인 2017년경 회사가 퇴직금 제도를 변경해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관하여 별다른 정함이 없다가 주택구입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이 가능한 것으로 개정되었고, 개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이미 2012. 7. 26.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퇴직금 중간정산 가능 여부, 중간정산 퇴직금 액수 등에 관하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한 변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피해자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피고인의 말을 믿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판단된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실 또는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인은 2021. 3. 25. 유죄가 선고된 사기 사건(울산지방법원 2020노1635)의 피해자에게 피해금[판결문에 의하면 4억 1천만 원(= 4,500만 원 + 1억 3,000만 원 + 2억 3,500만 원)인 것으로 보인다] 중 1억 3,000만 원 정도를 변제하였고, 2심에서 합의후 나머지를 갚고 있다고 하는데, 위 사기 사건의 범행 시점은 2016. 10.경부터 2017.4.경까지로 이 사건 범행일과 근접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는 위 채무 및 금융기관 채무 등을 포함한 다액의 채무가 있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피해자에게 '채무상황이나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구체적인 변제능력과 관련된 사항이나 돈의 차용 이유 등 소비대차관계에서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고지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2002. 6. 30.과 2011. 6. 30. 두 차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는데, 2023. 8. 16.자 확인서를 발급한 시점에서야 '2017. 2. 기준 약 4,000만 원의 예상 퇴직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고 그 이전까지는 정확한 예상 퇴직금 액수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예상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피해자 이외에도 다수의 다른 채권자들이 있었음을 고려하여 보면, 중간정산 받은 돈으로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없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다.

④

피고인은 G에게 빌려준 3,000만 원을 반환받으면 피해자에게 변제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약 7~8년 전에 지인 G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어 받을 돈이 있었는데 G이 3개월 내에 돈을 갚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언제까지 돈을 갚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바, 그 진술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도 G로부터 위 채권을 변제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또한 피고인은 2017. 5.경 피해자와, 대출금을 대신 갚기로 새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대출금 원금을 초과하는 이자를 대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I 등 대부업체의 이율이 높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이지, 실제로 피고인이 위 대출금의 원금을 변제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상민(재판장) 이동욱 이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