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들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였던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자녀들로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이고, 피고는 건강보험의 가입자 및 피부양자들에게 보험급여를 제공하고, 급여에 들어간 비용을 지급 및 정산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단으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설립된 공법인이다.
망인은 경주시 I 소재 'E' 소속 근로자로서, 2023. 10. 13. 10:00경 위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차량번호 1 생략) 엑센트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주시 D 앞 도로를 울주 방면에서 경주 외동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곡선도로에서 그대로 직진하여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 토미 24톤 암롤 트럭의 운전석 앞 범퍼 부분을 충격하였고, 이로 인해 망인 운전의 승용차가 튕겨나가면서 망인 운전의 승용차를 뒤따라 진행하던 메리트 7.5톤 트럭의 운전석 측면부를 재차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F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2023. 11. 19.경 H요양병원으로 전원하여 치료를 계속하던 중 2024. 4. 21. 21:13경 심폐 기능 부전 및 다발성 장기기능 장애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피고는 2023. 11. 12.부터 2024. 4. 21.까지 망인에게 요양급여 77,754,400원을 지급하였는데, 2024. 7. 4.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57조에 따라 원고들에게 각 보험급여 38,877,200원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하는 결정을 고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치료와 회복은 최종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이 그 비용을 책임지게 되나 산재보험 요양급여의 신청을 한 후 산재요양승인결정이 있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건강보험 요양급여도 산재보험 요양급여도 받지 못하는 공백을 없애기 위해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로 하여금 우선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신이 요양기관에 지불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망인의 부상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신청하기 전이더라도 피고의 보험급여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는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아니하는바,그 상속인들인 원고들이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구상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한다.
관련 법리
소극적 확인소송에 있어서는 원고가 먼저 청구를 특정하여 채무발생원인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을 하면 채권자인 피고는 권리관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주장 ·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다7075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구상금채무의 존부
국민건강보험법 제56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구상금채무의 존부
관련 법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민건강보험법은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국민의 질병 · 부상에 대한 예방 · 진단 · 치료 · 재활과 출산 ·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법조 소정의 급여제한사유로 되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두12175 판결 등 참조).
한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는 운전자가 교통신호나 지시를 위반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자동차 종합보험 등에 가입된 경우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적으로 되었음을 고려하여 운전자에게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하여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자와 합의나 종합보험 등의 가입이 있는 경우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형사처벌의 특례를 부여하되, 교통신호 위반 등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례의 예외로 인정함으로써 교통신호 준수 등을 운전시 지켜야 할 중대한 의무로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관계 규정의 입법 취지는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를 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의 입법 취지와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가 '차의 운전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경우도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운전자가 교통신호를 위반하여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두41429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다 피해 차량들을 충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망인의 위와 같은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사고 현장에 관한 CCTV 영상에는 곡선도로를 돌아 나오던 망인 운전의 승용차가, 맞은편에서 트럭이 진행하여 옴에도 일정한 속도로 직진하여 위 트럭 을 충격하고 망인 운전의 승용차를 뒤따라 진행하던 트럭도 재차 충격하며 위 트럭들 사이에 끼인 채 멈춘 모습이 확인되는바, 당시 만 68세인 망인이 순간적으로 차량을 정상적으로 조향하지 못할 신체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뇌손상 등 중상해를 입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함에 따라 망인이중앙선을 침범하게 된 원인 등 사고 경위가 추가로 조사되지 못하였고 수사기관에서도 이를 고려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건대,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와 그로 인한 망인의 부상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상속인들인 원고들도 피고에게 이에 따른 구상금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구상금채무의 존부
관련 법령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 · 부상 · 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할 수 있고, 요양급여의 신청을 한 사람은 근로복지공단이 이 법에 따른 요양급여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에 따른 요양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3조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이 위 조항의 내용에 따라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의 수급권자에게 건강보험 요양급여 등을 우선 지급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건강보험 요양급여 등이 이 법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요양급여에 상당한 것으로 인정되면 그 요양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40조 제1항, 제42조 제1항, 제90조 제1항).
관련 법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는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이하 '피재근로자'라 한다)가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더라도 산재요양승인결정이 있기까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도 산재보험 요양급여도 받지 못하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산재보험법 제42조 제1항, 제90조 제1항은 이러한 사회보험의 공백상태를 없애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피재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때부터 그가 산재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요양승인결정을 하기 전까지 우선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한 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요양승인결정이 있으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비용에 관한 정산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44376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원고들이 제1심판결 선고 후인 2025. 8. 14.경에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부상에 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승인신청을 하여 2025. 9. 2.경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로부터 산재보험승인결정을 받은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①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 · 부상에 대한 예방 · 진단 · 치료 · 재활과 출산 · 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하는 점, ②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산재요양급여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 및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단지 근로자에게 산재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추상적 권리 단계의 산재요양급여청구권)을 이유로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상 · 질병의 치료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점, ③ 작업장에서 사고로 발생한 부상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그 요양급여비용을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해야 함이 명확한 것이 보통이지만,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출퇴근 중 사고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출퇴근 재해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재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재요양급여 지급의 추상적 가능성을 이유로 자신의 비용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의 치료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런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선 근로자의 질병을 치료한 의료기관에게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후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하여 공단부담금 상당액을 환수하여야 할 것이지,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급여 지급결정을 받지 못한 것은 근로자의 책임일 뿐'이라는 태도로 근로자 본인으로부터 공단부담금 상당액을 환수하려고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정망의 취지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어떤 부상 · 질병이 산재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동시에 건강보험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중첩영역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이 제한되는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 · 부상 · 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실제 산재보험승인결정을 받은 경우만을 의미하며, 실제로는 산재보험승인결정을 받지는 않았으나 산재보험승인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망인 또는 원고들이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 신청을 하기 전 피고가 망인의 진료비와 관련하여 보험급여를 하였더라도, 망인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상속인들인 원고들도 피고에게 이에 따른 구상금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 확인소송인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구상금채무 발생 사실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을 피고가 부담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와 같이 망인이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구상금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손정연(재판장) 양승우 설정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