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피고가 2016. 4. 12.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2015. 12. 21. 피고 운영의 고양시 일산동구 C 소재 D 작업장에서 스티로폼 분쇄 작업 중 대형 분쇄기로 우측 다리가 빠져 원고의 우측 무릎 이하가 절단되고 좌측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현재나 장래의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등 여 하한 명목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며 민 · 형사상 이의 제기나 소송 등 일체의 법적인 행위를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는바, 이는 부제소합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소는 위 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본안전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1 내지 7, 을 제3, 5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의 1 내지 17,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2016. 4. 12.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고와 사이에, ①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배상 및 위로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하고, ②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3,000만 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피고와의 모든 분쟁은 종결되며,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를 원인으로 한 현재나 장래의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등 어떠한 명목의 청구권도 행사하지 아니하고, ③ 원고는 민 ·형사상 이의 제기, 소송 등 일체의 법적인 행위를 포기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 · 형사상 책임을 감수한다는 내용[을 제8호증 제3항에는 "본 합의 이후 '갑(피고)'은 '을(원고)'에게 근로기준법상 진정 · 고소, 민 · 형사상 이의 제기, 고소 · 소송 등 일체의 법적인 행위를 포기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 · 형사상 책임을 감수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피고의 사업장에서 작업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원고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분쟁을 종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점, 위 합의서 제2항에서 '근로기준법상 진정 · 고소'에 관한 권리도 포기하기로 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갑'은 원고를, '을'은 피고를 각 지칭하는 것으로서 '갑'과 '을'을 서로 바꾸어 잘못 기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한 사실, 피고는 2015. 12. 21.부터 2016. 5. 17.까지 사이에 원고의 병원치료비로 15,997,180원을 지급하고, 2016. 1. 7.부터 같은 해 5. 17.까지 사이에 원고의 간병인 비용으로 11,439,410원을 지급하였으며, 2016. 4. 18. 원고의 의족 구입을 위하여 850만 원을 지급하는 등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합계 35,936,59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원고는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그 합의서 내용을 이해하고 이에 동의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과 상황 판단력을 결여한 상태로서 법률행위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무효로서 이 사건 소에는 위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3호증의 9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에 대하여 2016. 3. 29.부터 같은 해 3. 31.까지 사이에 E병원에서 성인용 정신과적 진단평가가 실시되었는데, 원고는 위 평가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및 사고 이후 열흘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이 사건 사고 직전 상황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는 호소를 하였고, 위 검사 결과 전체 지능지수(FSIQ)는 72로 '경계선' 범위에 해당하여 '경도' 지적장애 범위에 해당하고, 복잡한 추론이나 행동적 수준의 문제해결을 요하는 과제의 수행도 '경계선'으로 저조하다고 평가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바(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등 참조), 갑 제3호증의 1, 2, 9, 을 제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에 대한 위 정신과적 진단평가 결과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병전 지능은 '평균 하' 수준(80~89)이고, 언어 구사의 기본이 되는 어휘력이나 교육적 경험을 통하여 습득된 지식 및 사회규범에 관한 지식도'평균 하' 수준으로서 '언어이해(VCI)' 부문의 IQ 점수는 86으로 나타났으며,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대상을 다루는 과제와 단서가 제시되는 시공간 구성 능력 과제에서는 '평균' 수준의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 점, ②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합의를 하였던 것은 2016. 4. 12.로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4개월가량 경과된 시점이고, 원고가 이 사건 합의 후 1개월가량 경과된 때인 2016. 5. 17. 이 사건 사고 이후 치료를 받던 E병원에서 퇴원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지적 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태에 있었고, 또한 이 사건 사고 후 일정 기간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남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최소한 이 사건 합의 당시 위 합의의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이를 예측한 상태에서 합의에 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앞서 든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지적 능력과 상황 판단력을 결여한 상태로서 법률행위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강균
각주1) 피고는 이 사건 3차 변론기일에서 진술한 2017. 5. 22.자 준비서면에 '부제소 합의 성립'이라고 기재하였는바, 이를 본안전항변으로 선해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