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2016. 12. 28.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와 연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맞춤훈련생 모집계획을 공고하였다.
2급 청각장애인인 원고는 피고의 위 가.항 기재와 같은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2017. 1. 23.부터 2017. 3. 3.까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맞춤훈련과정을 수료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맞춤훈련과정을 수료한 원고와 사이에 2주간 실습생으로 근무한 뒤 정식채용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17. 3. 5.부터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실습생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규율을 위반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자, 피고는 2017. 3. 7. 원고에게 해고통지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고 법원에 2017. 3. 7.자 해고통지무효확인의 소(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7가합71157호) 등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2017. 4.경 피고와 합의한 끝에 원고가 제기한 각종 신청 및 소를 취하하고, 2017. 4. 7.경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기간 2017. 4. 7.부터 2017. 4. 21.까지(15일), 급여 월 1,352,230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뒤 그 무렵부터 다시 피고의 사무실로 출근하여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2017. 4. 24. '근로계약기간 2017. 4. 25.부터 2017. 5. 9.까지(15일)'로, 2017. 5. 12. '근로계약기간 2017. 5. 10.부터 2017. 6. 9.까지(30일)'로 근로계약을 갱신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는 최종적으로 갱신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직전인 2017. 6. 1. 원고에게 더 이상 근로계약기간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원고는 그 다음날인 2017. 6. 2. '퇴사사유 근로계약만료 등(자진퇴사), 사직일 2017. 6. 9.'이라고 기재한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에게 제출하였고, 같은 날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2017. 6. 2.자로 자진 퇴사함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7. 6.분 급여 1,352,230원과 위로금 1,352,230원을 지급하기로 한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어떠한 금전적 보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을 합의한다'라는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무렵 피고에서의 근무를 그만두었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및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그 체결 경위와 동기, 피고의 모집공고내용 등을 고려하면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거나,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위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또한 원고는 피고에게 근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으나, 피고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를 작성·제출한 것인바, 이와 같은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는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위 사직서 및 합의서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는데, 피고의 해고통지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해고사유는 과장되거나 허위내용이므로, 위 해고통지는 무효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7. 6. 1.자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피고가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한 때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지급을 구하고 있다.
판단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성질에 관한 판단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 해당하거나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된다. 그렇지만 한편,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시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문언에도 불구하고 그 경우에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두5673 판결 참조). 또한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에는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피고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와 연계하여 공고한 맞춤훈련생모집계획에는 '고용형태 상용직'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한편 '맞춤훈련 이수 후 종합검토를 거쳐 최종입사가 결정되기 전까지 훈련기관의 훈련생 신분이다'라고도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원고는 맞춤훈련과정을 수료한 후 피고와 사이에 2주간 실습생으로 근무한 뒤 정식채용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한 뒤 근무를 시작하였다가 실습기간 중 기숙사 규율위반 등을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은 사실, ② 이후 원고는 2017. 4. 7.경 피고와 협의하여 '근로계약기간 2017. 4. 7.부터 2017. 4. 21.까지(15일)'로 하는 근로계약을 새로이 체결하였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기간을 15일과 30일로 각 갱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가 실습기간 중 규율위반 등을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은 이상 피고에게 맞춤훈련생 모집계획 공고에 따라 원고를 무조건적으로 상용직으로 채용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위와 같이 인정되는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 경위와 그 내용, 갱신된 근로계약기간 및 그 횟수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근로계약이 정식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거나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 만료시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의 성질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에 기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하여 살펴본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를 작성·제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또한 원고가 비록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피고에서 계속 근무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고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를 알게 된 상황에서 2017. 6.분 급여 및 위로금을 지급받고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이상, 이를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고,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데에 있어 원고의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여서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에 관한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 및 합의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의 위 사직서 및 합의서 제출과 피고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에 의해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사직서 제출과 피고의 수리가 부당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명욱(재판장) 손인희 김기홍
각주1)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갑 제6호증에 기재된 '2016'은 '2017'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