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분양대행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2021. 9. 초경 고양시 덕양구C에 있는 오피스텔(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이라 한다) 분양대행 사업을 위하여 서울 은평구 D건물, E호에 있는 분양사무실(이하 '이 사건 사무실'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를 모집할 업무(이하 '모집업무'라 한다)를 수행할 사람을 구하였다.
원고는 2021. 9. 2. 모집업무를 수행할 사람으로 선정되어 이 사건 사무실에 업무를 수행할 자리를 배정받았다. 원고는 노트북컴퓨터, 프린터 등 모집업무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거나 리스 받아 2021. 9. 3. 위 자리에 설치하였다. 원고는 2021. 9. 4.부터 모집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1. 9. 6. 11:51경 이 사건 사무실에 업무에 필요한 홍보물품 등 짐을 싣는 분홍색 어린이용 자전거 1대를 어디선가에서 끌고 왔다. 이를 본 피고 소속 직원들은 원고가 다른 사람 소유의 자전거를 무단으로 사용하였다며 여러 차례 원고에게 도난 신고가 되기 전에 자전거를 원래 있던 곳에 놓으라고 하였으나, 원고는 자기 소유 자전거라며 불응하였다(이하 '자전거 사건'이라 한다). 그러자 피고의 지역 본부장은 2021. 9. 6. 16:20경 원고에게 '내일부터 (이 사건 사무실에) 나올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원고는 2021. 9. 7. 오전 모집업무를 하려 이 사건 사무실 자리로 왔다. 피고 소속 차장인 F는 여러 차례 원고에게 '피고의 직원이 아니니까 나가 달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원고는 불응하였다. 이에 피고 소속 직원들은 경찰신고를 하여 원고를 퇴거하게 만들고 원고의 노트북컴퓨터, 프린터를 이 사건 사무실 밖으로 내보냈다.
원고는 2021. 9. 중순경 피고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자신이 불법 해고를 당했다며 반출한 물건의 원상회복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고(2021카합9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다(G). 위 법원은 2021. 11. 5. 고용관계 또는 불법 해촉이 소명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1> 위 위원회는 2022. 2. 3.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 원고가 위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 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5.경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H).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부터 6호증까지, 제8, 9, 12, 13, 14, 18, 21, 22, 32, 35, 36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I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와의 근로 또는 위임계약을 해지하고, 강제로 원고와 원고 소유 물건들을 이 사건 사무실에서 퇴거 및 반출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① 위임계약 해지에 따라 발생한 36,000,000원 상당 소극적 손해 및 ② 부당 해고 및 무단 퇴거, 반출이라는 불법행위에 따라 발생한 20,000,000원 상당 정신적 손해 합계인 56,000,000원을 배상하고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원고와 피고 사이 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에서 근로자 또는 위임계약의 수임인으로서 피고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 또는 위임계약 해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우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한 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본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8. 18. 선고 2019다25200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든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고, 모집업무를 위임받은 수임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는 그 주장으로도 모집업무를 위하여 본인 외에도 2021. 9. 6. 당시 2명의 팀원을 총괄하는 팀장이었다. 피고가 원고에게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1일당세전 10,000원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수분양자를 모집해 분양계약이 체결되면 원고가 모집한 경우 1건당 4,800,000원, 팀원이 모집한 경우 1건당 1,600,000원이 각각 원고에게 지급되는 구조였다.
원고는 피고의 직원으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위 보수 등에 관하여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는 지위에 있었다. 원고는 책상, 의자 등 기본 집기를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외에 업무에 필요한 노트북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등도 자신의 비용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피고에 직원으로 근무하던 다른 사람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별도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피고가 이들에게 컴퓨터, 모니터 등을 모두 지급하였다.
원고는 2021. 9. 6. 자신과 팀원들이 이틀간 일한 보수로 58,020원을 지급받았다. 아울러 원고는 특별히 피고에게 수분양자 모집방식이나 시간에 대한 지휘를 받지 않고, 자신의 노하우를 이용하여 팀원과 함께 직접 수분양자 모집과 관련된 홍보업무 등을 하였다. 원고는 2021. 9. 5명 정도 팀원을 더 사용할 예정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업무수행 방식, 팀원 사용 등과 관련하여 상당한 재량을 부여받았고, 스스로 선택한 팀원의 지휘, 감독을 담당하며 팀원의 업무 대가까지 자신이 지급받는 등 통상의 근로자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임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민법 제689조 제1항 참조),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같은 조 제2항 참조),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않았을 손해에 한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것처럼 피고가 자전거 사건이 있었던 직후에 원고와의 계약관계 종료를 고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는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상실되어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이고, 그 해지사유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수임사무 처리를 위하여 컴퓨터 등을 리스하였다는 앞서 본 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다른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특별히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위임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청구는 이유 없다.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소속 직원들이 원고가 퇴거하도록 경찰신고를 하고 원고의 노트북컴퓨터, 모니터, 프린터를 이 사건 사무실 밖으로 내보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피고 측이 원고와의 계약관계 종료를 고지함으로써 늦어도 2021. 9. 7. 오전경에는 위임계약 관계가 종료(해지)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늦어도 그때부터는 이 사건 사무실을 점유할 계약상 권원이 없다. 여기에 더하여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피고의 퇴거 조치와 원고 소유 물건의 반출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피고 측은 처음에는 원고가 퇴거에 불응한다며 경찰신고를 하였고,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해 원고에게 구술로 경고하였다.
그런데도 원고는 여전히 퇴거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고 측이 다시 경찰신고를 하여, J 수사관 등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해 구술로 퇴거를 요청하였다.
그런데도 원고는 여전히 퇴거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공무원들이 원고를 양쪽에서 잡아 이 사건 사무실 밖으로 데려갔다. 증인 I은 이에 관해 '정중하게 모시고 나갔다.'고 표현하고 있다.
피고가 원고의 물품을 반출한 것도 경찰 출동 당시 원고의 퇴거와 함께 이루어졌고, 원고가 있었던 장소 근처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원고는 당시 물품의 반출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하여 바로 사진(갑 제12호증)을 찍기까지하였다. 피고가 당시 원고 소유 물품의 반출 과정에서 고의, 과실로 특별히 물품의 효용을 해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불법행위에 기초한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김도요(재판장) 김해마루 조영민
각주1) 위 결정에 대한 항고는 기각되었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21라2068), 이에 대한 재항고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었다(대법원2022마37).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